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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카톡' 왕따 "5초만에 소환되는 감옥이에요"

김아연 기자
입력 2014.02.14 09:21
수정 2014.02.14 09:54

이른바 '떼카'로 한 사람 집단 따돌림…두려워서 앱 삭제도 못해

청소년들들 사이에서 이른바 '떼카'로 불리는 카카오톡 언어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에 근거해 재구성한 것임) ⓒ데일리안
부산에 살고 있는 여중생 김모 양은 최근 학교 친구들로부터 집단 카카오톡 공격, 일명 ‘떼카’를 당했다. 김 양이 ‘떼카’를 당한 이유는 바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때문이었다. 남자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에서 ‘엑소’의 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꾼 것이 친구들의 미움을 사게 됐고, 그 때부터 카톡 왕따가 시작됐다. 친구들은 김 양을 그룹채팅방에 불러놓고 “배신자XX 학교에서 마주쳐도 절대 아는 척 하지 마라”, “간사한X 좋다고 나댈 땐 언제고”라는 등 무분별하게 언어폭력을 가했다. 김양이 그룹채팅방에서 퇴장하면 5초 만에 다시 소환됐고, 김 양을 무시하거나 욕을 하는 친구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톡 왕따’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학생을 그룹채팅방으로 불러 단체로 떼를 지어 한 명에게만 욕설을 퍼붓는 ‘떼카’부터 그룹채팅방으로 계속해서 초대해 괴롭히는 ‘카톡 감옥’ 등 수법도 점점 다양해졌다.

특히 피해학생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해지는 카톡상에서의 폭력에 큰 충격과 상처를 받고 있었다.

김 양은 “학교에서는 한 번도 욕을 쓰지 않던 친구까지 돌변해 함께 욕을 하더라”면서 “착한 줄 알았던 친구도 카톡에서는 거의 다른 사람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양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카톡 감옥’이었다. 김 양은 “몇 번을 무시하고 카톡방을 나와도 계속 다시 불려간다”며 “친구들이 나에게 쓰는 욕을 보고 싶지 않지만 내가 볼 수밖에 없도록 나를 소환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언제까지 그 방에 있어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의 따돌림에, 방과 후에는 카톡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김 양의 상황을 알게 된 어머니는 “열다섯살 아이들의 행동이나 말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사준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그는 “반 친구들 전부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자기만 카카오톡을 못 해서 왕따가 될 것 같다고 조르기에 어쩔 수 없이 사줬는데 상황이 반대로 됐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알았다면 절대 사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어머니는 김 양에게 카톡 앱 자체를 삭제하자고 몇 번씩 권유했지만, 김 양은 “내가 카톡방에 없을 때 나랑 친한 친구들까지 합세해 나를 욕할 지 어떻게 아냐”며 카톡을 지우지 않겠다고 고집했다고 말했다.

김 양의 사례와 같이 카톡,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따돌림은 매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실시한 ‘2013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2012년 5.7%에서, 2013년 7.2%, 2013년 7.9%로 계속해서 늘었다.

점점 더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폭력과 따돌림이 나오고 있는 것도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점이었다.

SNS 친구목록에서 아예 피해학생을 삭제시키거나 친구신청을 거부하고, 피해학생이 올린 게시물에는 고의적으로 댓글을 달지 않는 등 피해학생을 노골적으로 배제시켜버리는 식이다.

유우경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평생교육학과 교수는 1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학교폭력은 주된 장소가 ‘학교’로 제한돼 있었던 반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은 카톡을 비롯해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언어폭력이 가장 심각하지만 피해학생의 사진이나 사생활이 담긴 글을 불특정 다수에게 유출시켜 더 많은 친구들에게 피해학생을 ‘왕따’로 낙인찍는 것도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또래관계가 카톡 등을 통해 주로 형성되는 요즘 그 공간에서 자신만 소외된다는 것은 자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고, 평생 상처로 안고 살아갈 수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사이버 폭력이 행해질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욕설 등 특정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면 자동적으로 채팅방이 종료되는 등 필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개발업체도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기술적 지원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김아연 기자 (withay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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