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이연희, 뜨려면 여신에서 여성으로 귀환
입력 2014.01.16 13:11
수정 2014.01.16 13:33
<김헌식의 문화 꼬기>대중친화적 캐릭터가 성공 여부 결정
'응답하라 1994'의 성나정 역을 맡은 고아라 ⓒTVN
내러티브나 포맷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드라마 성공의 가능성을 높였지만 무엇보다 '미코'와 '응사'에서 여성 주인공역의 고아라, 이연희의 변신은 대중친화적 캐릭터를 어떻게 구성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요즘에 여성 연기자가 망가져야 인기를 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면이 있다. 즉 무조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나름의 심리적 요인이 작용해야 한다.
'응답하라, 1994' 에서 성나정 역을 맡았던 고아라는 드라마 '반올림' 이후 성숙한 외모로 남성들에게는 천상의 여신 캐릭터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위선의 신이었다. 그래서일까 큰 히트작은 사실상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연 악역 전문 남성 연기자들과 응사에 출연했고 이는 반전의 결과를 낳았다. 고아라의 이전 슬럼프는 인간이 아닌 신같은 존재임을 내세우며 인기를 유지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어쩌면 예정된 결과이었다. 드라마의 주요 시청자는 여성들이다. 여성들에게 위선자로 낙인 찍힌 여성 연기자는 시청률이 낮게 나온다. 고아라는 상당기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것에 비해 드라마 등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이유가 되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여성 배우는 여성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보여주어야 선호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고아라는 그동안 일반 여성이 아니라 잘난 여성 캐릭터를 통해 남자들의 시선을 독차지 하려 했다. 이는 여성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고아라의 일차적인 과제는 여신의 영역으로 내려와야 했고, 그 인간으로 돌아온 고아라는 여성들을 대변해야 했다. 일단 고아라는 일단 착한 척 예쁜 척하지 않아야 했다.
'응답하라 1994'에서 성나정은 생머리를 포기하고 파마머리로 등장한다. 파마머리는 남성들이 좋아하는 생머리와 거리를 두고, 여성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멋진 쓰레기와 칠봉이는 나정을 절대적으로 좋아한다. 더구나 말투는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성격은 까칠하며 의사표현은 직선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남자들은 나정을 좋아한다. 자신은 자신이라고 그대로 드러내는 성나정은 보통 여성들의 모습을 드러낸다. 남자들을 위해 애써 꾸미고, 위장하지 않아도 남자들이 사랑하는 스토리는 여성들의 보편적인 정서에 부합한다. 이러한 캐릭터는 예쁜 척 하는 여성들과는 거리감을 줄이고, 일반 여성들의 정서와 캐릭터를 잘 대변했다. 그러나 이효리가 드라마 '세잎 클로버'에서처럼 실패한 사례를 보이지 않은 것은 고아라의 성격이 원래 털털하고 까칠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신의 본질이 캐릭터와 부합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기가 이루어져 더욱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미스코리아'에서 오지영 역을 연기하는 이연희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오지영 역할의 이연희는 연기력 논란을 달고 살았다. 아이돌 가수출신이라는 딱지 때문인지 그 외모에 걸맞게 쉽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구가의 서' 에서 강치(이승기)의 생모 윤서화 역을 맡으면서 이연희는 바뀌기 시작한다. 발연기는 얼굴 감정 연기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미스 코리아'의 제작진도 '구가의 서'때문에 이연희를 캐스팅 했다고 밝혔다. 윤서화는 슬픔과 고통을 안으로 삭혀내는 감정 연기가 필요한 캐릭터였다. 발랄하고 화려한 외모만을 자랑하며 가볍게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려는 캐릭터와 달랐다.
'미스코리아'에서는 이러한 캐릭터가 좀 더 디테일하게 확장된다. 생존을 위해 망가지거나 고통을 받고도 버텨내어야 하는 뭇 여성들과 같은 처지를 대변하며 좀 더 친근한 인물로 등장한다. 계란 먹방은 오지영의 캐릭터를 통해 이연희에 대한 호감을 상승시켰다. 엘리베이터 걸인 오지영은 제 때 식사를 하지 못한다. CCTV가 잡히지 않는 사각에서 몰래 달걀 하나를 집어 삼킨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 때 엘리베이터에 탄 상위 관리자는 달걀 냄새를 방귀 냄새로 인식해 오지영을 질책한다. 그는 “신성한 손님들의 공간에서 방귀를 끼면 어떻게 하냐. 고과에서 마이너스”라고 말한다. 또한 동료들을 위해 적극 나서기도 한다.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온 애들이다. 최고지 않느냐"며 성희롱 직장 상사를 비판한다. 혼자 예쁜 모습으로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던 여성 캐릭터와 구분지었다. 그러던 중 경제위기 상황이 오면서 가장 먼저 잘려 나가는 대상이 된다. 그렇게 오지영은 여성의 고용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오지영은 때로는 처연하고 슬픔을 자아내며 때로는 엽기적이면서 코믹한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점은 이연희가 그동안 발랄한 이미지를 보인 것과는 달랐다. 세상 물정 모르고 철없이 굴던 부티나는 강남스타일의 젊은 여성 캐리터가 아니라 삶을 위해 하루하루 분투하는 오늘날의 여성들이었다. 오지영은 생계를 위협당하지 않았더라면 미인대회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이 비판하는 그리고 스스로 원하지 않는 미인대회 출전 그리고 그 대회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화려해 보이는 무대 위의 이면에 감춰진 고단한 삶을 드러내준다.
하지만 '미스코리아'의 오지영은 '응사'의 성나정과 달리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이러한 측면은 섹슈얼리티의 측면에서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싶은 욕망을 대리충족 시켜주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요즘 여성이 망가져야 뜬다고 한다. 이에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을 꼽기도 한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나 '도둑들'에서 등장한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여전히 전지현은 예쁘며 기럭지에 맞는 패셔니스타다. 그러나 상처와 고통이 그녀를 연민스럽게 한다. 여성들에게는 여성의 처지와 같을수록 호응도가 높으며, 남성의 시각에서는 아직도 반은 여신의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 남성들이 이연희를 언급하는 게 더 많고, 빤쓰를 벗으라 했던 고아라는 남성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회자된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