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홍명보 감독, 박지성 언급 적절했나
입력 2014.01.13 08:44
수정 2014.01.13 08:51
갑작스레 박지성 복귀 타진 언급 ‘이 시점에?’
신중하지 못했다 지적..불안한 대표팀 전력 드러낸 셈
'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이 과연 대표팀에 복귀할까.
“복귀는 없다”고 천명한 박지성의 복귀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홍명보 감독의 발언 이후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8일 “대표팀 복귀 문제에 대해 서로 부담 없이 한 번은 만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박지성이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소식은 전해졌지만 내가 직접 만나서 들은 것은 아닌 만큼, 만나서 생각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지난해 6월 국내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대표팀 복귀에 대한 생각을 묻자 “홍명보 감독이 요구하더라도 대표팀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박지성은 ‘2014 브라질월드컵’이 열리는 6월에 앞서 5월 SBS 김민지 아나운서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박지성이 대표팀에 돌아오기까지는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먼저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박지성이 돌아온다 해도 그가 대표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과 공헌도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뒤따라야 한다.
박지성, 대표팀 복귀 생각 있을까
가장 핵심적이면서 기본적인 문제다. 박지성이 대표팀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면 모든 섣부른 기대나 가정은 무용지물이 된다. 박지성은 2011년 1월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대표팀 복귀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NO'라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그때와 비교해 박지성의 심경이 달라질 만한 계기가 있을까.
박지성이 다소 이른 시기에 대표팀 은퇴를 결심한데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나름의 판단과 후배들 성장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2014년의 박지성은 3년 전에 비해 체력과 기량이 하락했다. PSV아인트호벤 임대 이후 최근까지도 부상에 허덕였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여전히 박지성이라는 이름에 거는 기대치가 크다. 월드컵은 정신적-육체적으로 최상의 준비가 된 선수들만이 나설 수 있는 대회다. 박지성으로서는 상당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명보 감독의 박지성 언급 '적절했나‘
홍명보 감독이 왜 이 시점에 박지성 얘기를 꺼냈는지도 의아하다. 박지성을 대표팀에 필요로 하는 사정은 이해해도 접근방식은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홍 감독이 정말 박지성을 원했다면 그에 대한 배려나 팀 분위기 차원에서라도 되도록 일을 조용히 진행했어야 했다. 대표팀 감독 부임 초기는 바빠서 박지성 문제까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도 지난해 유럽파들 점검을 위해 몇 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을 때나 혹은 전화라도 박지성의 의중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사전에 박지성 입장을 확인하고 대표팀 복귀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뒤 공론화 하거나, 혹은 박지성이 여전히 완고한 입장이라면 없던 일로 덮고 넘어갔어도 무방한 사안이었다. 그동안 차근차근 월드컵을 준비해오던 대표팀이 박지성이라는 걸출한 스타선수의 거취에 요동칠 만큼 아직 불안하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박지성 본인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표팀 복귀를 둘러싼 여론몰이에 한동안 시달릴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 아쉬운 이유다.
박지성, 홍명보호에서 어떤 역할?
현재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은 경험 많은 리더의 부재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대표팀은 다수의 유럽파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월드컵 경험이 있는 선수는 기성용, 이청용 등 소수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대표팀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까지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
박지성은 선수로서 세 번의 월드컵 본선을 경험했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주장까지 역임했다. 화려한 경력과 솔선수범하는 자세와 선후배와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하기에 적합하다. 다만, 3년 전에 비하면 선수로서 전성기는 분명히 지났다. 주 포지션에 이제는 이청용, 손흥민, 김보경 같은 우수한 후배들이 성장, 월드컵 무대에 나간다고 해도 무조건 주전 자리를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상만 아니라면 박지성에게는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와 탁월한 전술소화 능력이 있다. 박지성은 중앙과 측면의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현재 대표팀에 기성용과 함께 짝을 이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하거나, 혹은 후반에 투입돼 분위기를 바꾸는 조커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