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로비' 코레일, 검은 거래 들여다보니…
입력 2013.12.30 11:36
수정 2013.12.30 15:48
카드단말기 사업자 선정 놓고 '갑질'하며 수십억원 챙겨
코레일이 공기업의 지위와 특혜를 이용해 '리베이트'와 '로비'로 점철된 검은 거래가 드러났다.
30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에 따르면, 코레일의 계열사인 코레일유통(주)은 밴(VAN) 사업자를 선정해주는 대가로 밴사로부터 수십억원에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더불어 검찰은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대 뒷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전 코레일유통 대표이사 이모 씨(65)와 비서 김모 씨(35)를 구속기소하고 전략기획팀장과 정보지원팀 과장 2명 등 총 3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지금까지 검찰 조사에 따르면, 코레일유통은 공공기관의 지위를 이용해 지난 5년간 51억원에 리베이트를 챙겼다.
구체적으로 밴사가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100원 중 60원 내외를 코레일유통에게 돌려줬다. 현금영수증의 경우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결제 1건당 세액공제 20원 중 75%에 해당하는 15원 내외를 코레일유통에게 넘겼다. 결과적으로 카드 가맹점으로부터 뜯은 수수료와 국민 세금이 리베이트로 흘러들어 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 법인이 밴사에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며 "리베이트 약속 및 수수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게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밴 사업자는 카드사 또는 국세청과 가맹점 사이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소비자의 결제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일례로 코레일유통이 전국 역사에 설치한 편의점 '스토리웨이'에서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하면 코레일과 계약을 맺은 밴사는 결제 정보를 각 카드사에 제공한다. 각 카드사는 이러한 결제망을 제공한 대가로 평균 1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밴사에 지불한다.
카드사가 밴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100원)는 카드사가 가맹점에게 받는(결제금액당 2%정도) 가맹점 수수료에서 나온다."
카드 결제가 아닌 현금영수증(오프라인 발급)의 경우, 국세청은 밴사에게 결제망을 빌린 대가로 결제 1건당 20원정도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국세청이 밴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소비자의 현금영수증 사용으로 세수 확보가 늘어나 이를 통해 메운다.
지난 2011년 기준 신용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한 밴 수수료는 7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국세청이 세금감면 형식으로 지원한 밴 수수료도 1100억원을 넘는다.
밴사는 코레일유통과 같은 결제 건수가 많고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가진 대형 가맹점과 계약을 맺기 위해 경쟁적으로 달려든다. 특히 해마다 5000원 미만의 소액에서도 카드로 결제하는 건수가 증가하면서 밴사에게 편의점과 같은 대형 가맹점과 계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다.
이 과정에서 밴사가 대형 가맹점에게 수수료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리베이트가 발생한다. 또한, 밴사를 선정하는 과정이나 계약 연장 과정에서 관계자에게 웃돈을 제공하는 로비도 발생한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낮출 목적으로 보상금, 사례금, 등 대가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대형 가맹점이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경우 외에도 금품 또는 재산상 이익을 약속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를 어길 시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개정을 통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밴사 관계자는 "시장경제에서 경쟁을 유도하려면 그에 맞는 경쟁 수단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리베이트는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검찰 기소 내용을 보면 코레일 임직원은 리베이트에만 머물지 않고 지위상 특혜를 이용한 비리혐의도 드러났다.
전 코레일유통 대표이사 이모 씨는 특정 밴사를 사업자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1억9000만원의 로비를 받았다. 아울러 그의 비서 김모 씨는 6700만원, 전략기획팀장 4000만원, 정보지원팀 과장 두 명은 8900만원을 뒤로 받아 챙겼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밴사는 영세 가맹점보다 돈이 되는 대형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하려고 경쟁적으로 달려든다"며 "결과적으로 경쟁 과정에서 생기는 리베이트와 로비가 영세 가맹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특히 코레일과 같은 공기업에서 리베이트는 물론 지위상 특혜를 남용해 임직원이 뒷돈을 챙겼다는 건 공기업 경영에 경종을 울릴만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