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야밤에 대자보 찢은 일베, 찌질이"
입력 2013.12.16 10:06
수정 2013.12.16 10:16
"싸움 해보기도 전에 싸움할 자격 잃어, 그런 행동 요즘 인정하는가"
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대자보의 내용을 반박하는 응답의 한 방법으로 일베 회원들이 대자보를 찢은 것에도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찌질이”라면서 “그건 싸움을 해보기도 전에 싸움할 자격을 잃는 것이기 때문에 (찌질한 행동이다.) 그런 행동에 대해서 요즘 인정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일베 회원들은 야간에 고려대, 서강대 등에 부착된 대자보를 찢거나 불태운 뒤 일베 게시판에 인증샷을 올렸다. 이들은 게시물에서 ‘보X’ 등 비속어를 사용해가며 여성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를 성적으로 비하하고, 대자보를 찢은 행위를 ‘민주화’로 표현했다.
아울러 하 의원은 대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인 것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내용에 대해선 쓴 소리를 내뱉었다.
하 의원은 “학생들이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걸 촉발했다는 의미에서 대자보를 작성한 후배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이 대자보를 읽어보고 자기 생각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자기의 입장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을)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내용은 거칠 수 있다고 해도 (대학생은) 우리 기성세대들을 반성하게끔 하는 가장 청렴한 목소리를 내는 세대이기 때문에, 그런 목소리들이 계속 터져 나와야 이 사회가 더 이상 고여서 썩지 않고 기성세대들에게 반성과 각성을 준다. 이런 목소리들이 나와 주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하 의원은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기본적으로 대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것은 진리탐구 아니겠느냐”며 “진리탐구의 전제는 팩트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불과 하루 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라는 대자보의 첫 문장을 언급하면서 “이 대자보에 적힌 요즘 대학생들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철도 파업 이야기인데 이는) 기본자세가 안 돼 있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첫 문장이 팩트 왜곡“이라고 꼬집었다.
해고와 직위해제는 엄연히 다른 것임에도 대학생들이 사실을 혼동해 철도 노동자들이 마치 해고를 당한 것처럼 호도했다는 설명이다.
하 의원은 “(다른 면으론) 이런 허술한 대자보에 대해서 아직까지 반박 대자보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면서 “이런 팩트 왜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다는 것 자체가 정말 우리 대학생들이 병을 앓고 있구나, 이런 첫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