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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로 산다는 건 '나답게 사는 것'"

이충재 기자
입력 2013.12.10 19:58
수정 2013.12.10 20:09

'나는 왜 자유주의자가 되었나' 출판 기념 토론회 열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출판자회사 FKI미디어가 펴낸 에세이 '나는 왜 자유주의가 되었나'. /사진 제공=전경련
“한국에서 ‘자유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

21명의 저자들이 한 결 같이 한 말이다. 자유주의 학자들의 이념적 여정을 통해 자유주의의 본질을 짚어본 책 ‘나는 왜 자유주의자가 되었나’에서 저자들은 ‘편견과의 싸움’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리 사회에서 자유주의자라고 하면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는 이유 때문이다. ‘재벌의 이론을 대변하는 자’라는 비아냥거림이 따라 붙는다는 경험도 털어놨다.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 토론회에서 공동저자인 소설가 복거일 씨는 “이 세상엔 자신을 자유주의자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은 아주 적다”며 “왜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은 비난과 따돌림을 받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서 경제적 자유주의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자유주의자’에 대한 저항은 ‘경제민주화’라는 정치적 구호에서 그 크기를 알 수 있다. 여야를 넘어 정치권이 일제히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것은 ‘시장에 대한 간섭이 필요하다’는 유권자들의 울림이기도 하다. 이들이 정의한 ‘자유’의 반대는 ‘간섭’이었다.

“외연을 넓히다 보면 자유주의자들이지만 경제적 분야에서 자유주의에 적대적인 사람들과 교류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자유주의가 자유주의의 핵심이고 가장 튼실하고 정교한 이론적 바탕을 지녔으므로 우리는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자본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조금은 걷어낼 수 있다.”

특히 복 씨는 “진보주의자들인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며 “그렇게 적극적인 태도가 지금 우리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헤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복 씨는 “외부로부터 많은 오해를 받는다”고도 했다. 주변에선 자유주의자라는 이들에게 ‘가슴이 차갑다’고 하고, 심지어 ‘가진 사람들의 앞잡이’라고도 한다. 복 씨는 이 같은 시선을 거둬들이기 위해선 “모든 사물에 자유주의를 관통하고, 외연을 넓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 씨는 “자유주의는 이 세상 모든 일들에 적용되는 이념”이라며 “정치적 자유주의에 대해선 드러내놓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자유주의가 개인들의 선택을 제약하는 인위적 장애들을 줄이려 애쓰므로, 자유주의는 정치나 경제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면들에 적용된다”고 했다.

또 다른 저자인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땅에서 ‘자유주의’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선뜻 가고자하는 넓은 길이 아니다”며 “스스로 자유주의자임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이념의 시대가 가고, ‘실용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한 이명박정부였지 않나. 모든 것을 경제민주화에 연계시켜 자유를 질식시키는 박근혜정부 아닌가.”

조 교수는 우리사회가 자유주의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경쟁과 개인, 시장’에 거부감을 보이는 반면, ‘연대와 협동, 단결, 공동체’에는 친숙함과 편안함을 느끼는데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파고들어 반작용을 키운 것이 좌파 지식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자유는 인간의 구조적 무지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은 논리에서는 철저해야 하지만, 지식의 태도에서는 무한히 겸손해야 한다”며 “오만한 자유주의자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고 조언했다.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교적 전통의 평등주의가 우세하기 때문에 서구의 개인주의에 입각한 자유주의가 자리 잡기 힘들다”며 “하지만, 진리는 자유주의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도 자유주의이고,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자유와 자유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북한과 미국을 사례로 들면서 자유주의의 핵심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에서 미사일이나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상상하지만, 아이팟이나 아이폰, 구글, 페이스북 등 창의적인 발명은 왜 하지 못할까.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인간 사고의 자유와 창의의 문제다. 그렇다면 왜 인류의 창의적 발명들은 대부분이 미국에서 만들어져 세상에 나온 것일까. 전화, 전기 자동차, 세탁기, 인터넷 등 인류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는 발명품은 모두 자유로운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은 자유로울 때 자신이 가진 지성과 감성을 가장 잘 발휘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자유가 없는 억압에서는 그냥 살기 위해 일할 뿐이다. 미국에서 개인의 자유를 가장 많이 허락하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행복할 것”이라며 “자유주의적 원리만이 우리 경제를 유지하고, 정치에 목적을 제공할 수 있다. 자유주의는 미래의 희망이자 살길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조전혁 명지대 교수는 최근 정치권의 ‘반값공약’을 지적하며 “평등 구호 뒤에 공짜 요구가 교묘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질투와 열등감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도 점점 빈발해 진다”며 “이런 사회 분위기라면 건강한 개인이 제 힘으로, 제 자유의지로 제 앞날을 개척하고자 하는 의욕까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이어 “여야 불문, 정치권은 공짜를 요구하는 사회적 힘에 굴복해 공짜를 권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경쟁적으로 나선다”며 “나는 어떤 형태든 떼를 지어 개인의 사고나 행동을 억압하고 조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모든 개인의 자유가 인정받고, 개인 하나하나가 역사의 주체가 되는 자유주의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우리사회에서 자유주의자는 살아가기가 어렵다”며 “요즘 우리 현실을 보면 경제민주화라는 희귀한 용어가 한국의 정책방향을 오염시키는 등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 논리전개보다는 감성적 구호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정치권은 이에 편승해서 경제민주화 장단에 춤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 소장은 이어 “확실한 것은 자유주의적 사고가 한국에 보편화되어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사고가 자유주의를 존중하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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