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김무성-최경환, 당권 두고 '동상삼몽'
입력 2013.11.27 09:19
수정 2013.11.27 09:43
특검 공세 김무성과 달리 대야 보폭 넓히는 서청원 행보에 관심 모여
새누리당 차기 당권주자들이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당내 모임, 대야 활동, 틈새 시장 등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당권을 향한 조용한 움직임을 진행 중인 가운데, 소리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특검 공세에 시달리는 김무성, 당내 ‘역사모임’ 통해 조용한 행보
지난 4·24 재보궐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국회에 복귀하면 유일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됐던 김무성 의원은 최근 들어 주춤한 모양새다.
복귀 당시만 하더라도 당내 ‘역사모임’과 ‘미래모임’을 주도하면서 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에 대한 검찰 수사 직후 ‘찌라시’를 통해 회의록 내용을 파악했다고 언급하면서 야권으로부터 특검 공세에 시달리는 등 여러 가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거기다가 당초 당권 독주모드에서 서청원 의원이라는 ‘거대한 암초’가 출연했다. 청와대와 특수 관계인 서 의원이 당 지도부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당내 상층부를 친박 실세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의 운신 폭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의 행보는 자연스레 당내에 국한해 조용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선 자신이 주도한 행사에 주력하고 있다. 김 의원은 11월 들어 매주 수요일 오전 외부강사를 초빙해 역사모임을 진행 중이다. 다만 매번 꼬박꼬박 해 오던 김 의원의 인사말이 행사에서 사라졌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데일리안’과 만나 “최근 김 의원의 한마디 한마디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당분간은 아마 인사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 의원이 복귀 후 제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국가재정법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재정준칙 마련과 국가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토론회’도 마찬가지였다.
유력 당권주자인 김 의원이 주최한 만큼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다른 토론회보다 더 간소하게 치러졌다. 토론회 장소도 20명 정도 둘러앉을 수 있을 정도로 소규모였으며, 얼굴을 비친 현역의원도 10여명 정도였다.
김 의원도 인사말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하는 것뿐인데 언론에서 자꾸 이상하게 곡해하는 기사가 많이 나와서 포스터만 붙이고 의원들을 초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지금은 말 그대로 숨을 죽이고 있는 시기”라면서 “그렇다고 마냥 조용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물밑 행동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법”이라고 말했다.
‘거침없는 상승세’ 서청원, 대야 소통 강화하면서 당내 지도부 뒷받침
반면 공천 당시부터 김 의원의 ‘대항마’로 꼽혔던 서청원 의원은 당 안팎으로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밀알론’을 내세우며 당내에서는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주고, 당외적으로는 야당 중진의원들과 잇따라 회동을 가지면서 경색된 정국을 정상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서 의원은 최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도부를 향한 이재오 의원의 비판에 “지금은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에 대한 특검 실시에 대해서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당 지도부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서 의원은 특히 대야 관계에 더 큰 비중을 쏟고 있다. 당초 공언했던 것처럼 ‘가교 역할’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그는 최근 민주당의 정대철 상임고문, 박지원 의원과 만나 정국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정 고문과 박 의원을 비롯한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과도 오찬회동을 가졌다.
서 의원은 오찬회동 직전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면 길이 생긴다.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다”며 “과거에도 여야가 대화하면 풀리고, 지금 어려운 정국이지만 (여야) 원내대표가 대화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찬 내용을 황 대표 등 지도부에 전달하고 추후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 원로 간 회담도 제의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도 서 의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 상임고문은 지난 20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서 의원이) 여야 관계를 푸는 데 (필요한 행보를) 벌써 시작했다”며 “친한 사람들 간에 얘기도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서 의원이 나서면 좀 더 쉽게 풀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 의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본인 스스로도 “당 대표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특히 김 의원과 당권을 두고 경쟁할 경우 당이 분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당권에 도전하기 보다는 막후 조력자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틈새 시장 노리는 최경환, 변수는 서청원과 박심
서 의원이 막후 조력자 역할을 자처할 경우 그가 후원하는 친박 핵심인사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 바로 최경환 원내대표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3선을 찍으면서 당 대표 출마를 위한 최소 기준선을 마련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20대 총선 등 현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을 가르는 굵직한 선거가 기다리는 상황에서 ‘자기 사람’이 당 대표를 맡는 게 수월하다.
최 원내대표도 현재로서는 김 의원과 당권을 경쟁하기에 다소 버거운 감이 있지만 ‘박심(박근혜 대통령 의중)’과 ‘친박 좌장’ 서 의원이 힘을 실어줄 경우 차기 당권에 근접하게 다가설 수 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친박 핵심의원들은 최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서 의원과 만나 “여야 소통이 가능한 의원이 국회의장이 돼야 경색된 정국을 풀어갈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당 내에서는 ‘사실상 최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을 시사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서 의원이 직접 당권에 도전하기보다는 최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는 분석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최 원내대표와 서 의원을 따로따로 생각할 수 없다. 둘은 공동운명체”라며 “서 의원이 명예직인 국회의장을 맡을 경우 뒤에서 훈수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