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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못버티는 김한길 호언장담, 리더십 빨간불

조소영 기자
입력 2013.11.20 10:13
수정 2013.11.20 10:31

민주당 내에서도 "특정계파에 끌려다닐 뿐..." 지도력 회의감 팽배

강기정 의원 사건으로 인한 대정부 질문 파행은 김한길 미주당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정부질문서 민주주의 파괴, 민생파탄, 공약파기 등에 대해 준엄하게 따질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 당시 언급한 이 호언장담은 이로부터 1시간이 지난 10시부터 ‘없던 일’이 됐다. 민주당은 이날 10시로 예정됐던 국회 대정부질문에 전날 박근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직후 벌어진 자당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실 직원 간 승강이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다 1시간 이상 지각했다.

보통 정오 또는 그보다 30분이 지난 시각 오전 대정부질문이 정회되는 만큼 이후 대정부질문 상황은 유야무야 넘어갔다. 오후에는 더 심각했다. 본회의를 재개해 강 의원 사건을 두고 여야 간 의사진행발언을 하던 도중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이 분을 참지 못하고 한꺼번에 본회의장을 나갔다. 대정부질문은 잠정 파행을 맞았다.

김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18일부터 대정부질문을 통해 야성(野性)을 보여주겠다고 별렀다.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정부질문에 모든 역량을 쏟을 계획”이라고까지 했다. 사실상 당 지도부가 마련한 대여 공식지침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당내서 강 의원 사건에 대한 분개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도부 전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최근 민주당 내에선 김한길호(號)의 리더십과 전략부재에 대한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한 3선 의원은 “김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바랐으나 특정계파에 끌려 다닐 뿐 미흡한 듯하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 지침이 의총서 강경파에 의해 뒤집힌다며 “강경파라 불리는 이들이 486이나 친노(친노무현)계와 아주 연관이 없다곤 못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곳곳에서 리더십 및 전략부재 문제는 터져 나왔다. 일단 13, 15, 18일 의총에선 대통령 시정연설 대응방안이 논의됐으나 명확한 지침이 내려지지 않았다. 검은색 넥타이를 한다, 박 대통령의 입장 시 기립을 하지 않는다 등 설은 많았지만 결론은 ‘참석해 예우는 갖추되 형식은 각자 알아서 취하라’는 것이었다. 단일성이 없었고, 항의의 힘은 떨어졌다.

국가정보원(국정원) 등 국가 주요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국정원 개혁특위 등을 요구했던 민주당은 18일 새누리당이 특검을 거부하는 대신 특위는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둘 다 받아야 한다”며 거부키도 했다. 그간 정부·여당과 ‘주고받기’라는 전략적 정치조차 통하지 않는다는 푸념을 해왔던 민주당이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경고음, 여러 번 울렸는데...

아울러 특검과 예산안 처리 등을 연계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당 차원의 명확한 지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의원들 간 입장이 우후죽순이지만,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하게 되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말 것”이라며 다소 무책임한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현재 여권을 향한 특검 수용 촉구 목소리는 소위 강경파로 불리는 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검문제와 관련해선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의 관계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안 의원은 민주당과 특검에 있어선 동맹을 맺었지만,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특검과 예산안 처리 등을 연계하는데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렇다고 리더십 부재를 피해갈 순 없다. 결국 민주당만의 ‘홀로서기 리더십’이 되지 않는단 뜻이기 때문이다.

의총이나 보이콧 같은 ‘무게감 있는 카드’를 마구잡이로 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11월에만 의총이 5차례, 보이콧은 2차례였다. 보통 의총이나 보이콧은 중·장기적 전략을 정하거나 중대한 일을 관철시킬 때 쓰인다. 리더십이 갈피를 못 잡는 상황서 ‘보이콧 카드’는 누군가의 ‘큰 목소리’에 따라 향후 분별없이 쓰일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경고음은 여러 번 울려왔다. ‘김한길 지도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천막당사와 24시간 국회운영본부는 별다른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냈단 당 안팎의 혹평을 받았다. 지난 10.30재보궐선거도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이뤄졌긴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나 큰 차이로 대패하면서 당시 당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전당대회서 선출되며 실로 막강한 권한을 얻었다. 2년 임기를 비롯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획득한 것. 그러나 이대로 가다간 김 대표를 비롯해 ‘김한길 체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단 말들이 흘러나온다. 위에서 언급됐던 초선 의원은 “김 대표가 이번 연말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체제유지 여부의)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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