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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끌어안은 할아버지’ 미국 ABC 몰래카메라 감동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3.11.19 08:57 수정 2013.11.19 09:06
미국 ABC 방송 몰래카메라가 화제다. (ABC 영상 캡처)

시민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기획된 미국 ABC 방송의 몰래카메라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What would you do?)-노숙자 편’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몰래카메라 내용은 이렇다. 바에 분장한 노숙자가 들어오고 주인이 면박을 준다. 주인은 노숙자를 향해 “여기 있는 어르신들(실제 손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노숙자와 주인은 모두 ABC 측이 고용한 연기자로 실제 손님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리얼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을 전혀 알리가 없는 한 할아버지(실제 손님)가 직접 나서 눈길을 끈다.

바에 앉아 있던 이 할아버지는 “괜찮다”며 “그 상황(노숙)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게 어떤 건지 모른다네”라고 노숙자에게 면박을 준 주인을 나무랐다. 그러자 주인은 “적어도 저는 일을 합니다”고 대꾸했고, 할아버지는 “그래요. 다 일을 해요. 하지만 좋지 않은 시기가 있는 법이죠”라고 노숙자를 감쌌다.

이 순간, 노숙자가 주인을 향해 “물 한 잔만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냥 물 한잔이요”라고 부탁했고 주인이 묵묵부답하자, 할아버지가 대신 노숙자에게 물을 건네줬다. 심기가 불편해진 주인이 “결국 어르신 물까지 뺏어 마시네”라고 쏘아붙이자, 노숙자는 “그런 게 아니에요”라고 미안해했다.

할아버지(실제 손님)에게 물을 새로 따라드린 주인은 계속 노숙자를 모욕했다.

“그 쪽 때문에 손님이 오지 않네요”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노숙자는 “잔인하군요”라고 대꾸했다. 자제력 잃은 주인은 “뭐? 잔인해? 그럼 나가. 공짜로 물 마셨잖아?”라고 언성을 높인 뒤 동냥 받은 노숙자의 지폐마저 빼앗았다.

이 상황을 지켜본 할아버지가 참다못해 나섰다. “(주인을 향해) 노숙자한테 왜 돈을 받아요? 내가 준 물이잖소?”라고 말하자, 주인은 “이 사람이 돈을 가지고 있으면 어차피 마약에 손을 대거나 술을 살 거예요”라고 대꾸했다.

할아버지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그 돈을 가로챌 자격은 없어요”라고 반박했다.

주인은 목소리 톤을 높여 “왜 노숙자를 감싸고도는 겁니까?”라고 말한 뒤, 노숙자를 향해선 돈을 돌려주며 “꺼져”라고 고함쳤다.

주인의 고압적 태도에 화가 난 할아버지는 “말조심해 젊은이”라고 충고한 뒤,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제가 잘못한 건가요?”라는 주인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당연하죠. 당신은 살면서 항상 좋은 시간만 있었습니까? 당신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적 없었나요? 벗어나고자 한 적 없었느냐고요. 왜 이렇게 무례한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노숙자 몰라카메라 편이 방송되자 미국 시청자들은 “미국의 시민의식 아직 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유튜브를 통해 ABC 몰래카메라 기획을 접한 국내 네티즌도 “할아버지의 관용과 배려심이 돋보인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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