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용병 경력자 우대? 무턱대고 믿었다간 낭패
입력 2013.11.13 16:42
수정 2013.11.13 16:49
SK·모비스·KT, 검증된 한국형 용병 활약에 ‘미소’
동부, 힐 믿었다가 ‘와르르’ 전자랜드·KGC도 ‘울상’

한국프로농구(KBL) 구단들이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을 다시 선택하는 것은 안정감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KBL 무대를 누비고 있는 경력자 외국인 선수들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기존 선수들과 100% 재계약하며 안정감을 택한 서울 SK(애런 헤인즈-커트니 심스)나 울산 모비스(로드 벤슨-리카르도 라틀리프)처럼 기대에 부응하는 팀들도 있는가하면, 정반대의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SK와 모비스는 상황에 따라 둘의 역할과 출전시간을 적절히 구분하고 있다. 헤인즈나 벤슨의 경우, 초창기부터 국내에서 경력을 쌓아가면서 기량이나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한국형 외인'이다.
이들은 철저한 분업화로 의존도는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이미 적응기간을 마친 뒤라 국내선수들과의 조직력도 물이 올라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두 팀이 올해도 순항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체선수로 합류한 부산 KT 아이라 클라크, 전주 KCC 대리언 타운스 등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경력자들이다. 이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성실한 플레이로 꾸준히 KBL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케이스다. 득점원과 높이가 부족하던 KT는 클라크가 합류하며 전술운용의 폭이 좀 더 넓어졌고, 타운스는 KCC에 부족하던 골밑의 중량감을 바꿔 놨다. 소속팀들이 교체효과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반면 정반대로 경력자를 믿다가 완전히 낭패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는 허버트 힐을 지명한 원주 동부다. 동부는 올 시즌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얻어 힐을 지명했다. 검토대상에 올랐던 다른 후보들도 있었지만 굳이 힐을 지명한 것은 수년간 KBL에서 활약하며 검증된 면모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힐을 지명한 것은 동부에 최악의 한 수가 되고 말았다. 힐은 부실한 수비력과 무기력한 골밑 플레이로 시즌 초반부터 태업 논란에 시달렸고, 결국 부상까지 겹쳐 줄리안 센슬리로 대체됐다. 부상 전부터 이미 힐에 대한 퇴출설이 계속 거론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동부에서 대체선수로 활약한 센슬리는 득점력이 강점이지만 2·3번을 오가는 외곽 선수에 가깝다. 김주성 마저 부상에 시달리는 동부는 이로써 시즌 초반 구상했던 트리플포스트가 제대로 가동도 못해보고 공중 분해되고 말았다. 우승후보라던 동부는 현재 8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다. 소중한 외국인 1순위 카드를 결국 허공에 날린 셈이다.
전자랜드도 외국인 선수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자랜드는 SK-모비스처럼 리카르도 포웰과 찰스 로드라는 경력자로 외국인선수 진용을 꾸렸지만 효과는 정반대다. KT에서 특급활약을 펼쳤던 로드가 무릎부상 이후 자신감을 잃으며 예전만큼의 운동능력과 적극성을 상실한데다 포웰은 성급하고 다혈질적인 플레이로 기복이 심하다. 유도훈 감독은 로드의 교체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며, 포웰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불만스러운 시각을 내비쳤다.
이밖에 안양의 마퀸 챈들러, 삼성의 제스퍼 존슨 등도 과거에 보여준 활약에 비하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력자들로 꼽힌다. 화려한 플레이보다 팀을 위한 궂은일에 좀 더 치중해야 하는 것이 경력자들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