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도 못한 1-1-1' 삼성, 빌딩과 리빌딩 조화
입력 2013.10.09 09:02
수정 2013.10.09 18:58
해태 왕조도 이루지 못한 정규시즌 3연패 '위업'
삼성구단 유일 STC, 장기 왕조 건설에 결정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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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여유가 있다.
바로 3년 연속 페넌트 레이스 1위에 오른 삼성 이야기다. 프로야구 통틀어 3년 연속 페넌트 레이스 1위를 차지한 팀은 삼성이 최초다.
프로야구가 태동한 이후 2년 연속 페넌트 레이스 1위는 6번 나왔다. 한국시리즈를 무려 10번이나 가져간 KIA(전 해태 포함)도 의외로 한 차례 뿐이다. 해태 전성기였던 80년대 후반 4연속(1986~1989)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때에도 페넌트레이스 1위는 단 한 차례 뿐이었다.
한국시리즈 없이 전후기 통합 우승제를 실시한 1985년엔 삼성이 전후기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시리즈가 무산되자 전후기리그 무용론이 떠올랐다. 결국, 전후기 리그제는 1989년에 폐지됐다. 삼성의 통합 우승 이후 단일리그제 태동까지 해태의 왕조시대였다. 해태의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 신화가 이어진 것. 이 4년 동안 해태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건 단 한 차례 뿐이다.
해태의 2년 연속 페넌트 레이스 1위는 80년대 왕조 시대가 아닌 90년대(1996~1997)에 나온 것이다. 해태 외에도 90년대 신흥 강자로 군림한 현대 유니콘스가 1번(2003~2004) 차지하고 야신 김성근이 이끌던 SK가 1번(2007~2008) 차지한 게 전부다.
삼성 3년 연속 1위 '최초 아니다'
페넌트레이스 2년 연속 우승을 3번이나 차지한 삼성이 최다. 김응용 감독(현 한화) 시절과 선동열 감독(현 KIA) 시절 각각 2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류중일 현 감독이 부임한 이후 3년 연속 정규시즌 1위라는 전문미답의 대기록을 수립한 것.
그런데 삼성은 이전에 페넌트레이스 3년 연속 1위를 사실상 차지한 바 있다. 바로 전후기 리그제를 실시하던 1985년부터 1987년까지 3년 연속 전후기 종합 승률 1위팀에 오른 바 있다. 1985년과 1987년은 전후기 리그 모두 삼성이 1위를 차지했고 1986년은 전기는 삼성, 후기는 OB(현 두산)이 우승했지만 승률은 삼성이 앞섰다.
한편, 1985년 전후기 통합 우승을 삼성이 차지하고 한국시리즈가 무산되자 KBO는 한국시리즈 제도를 약간 수정했다. 전후기 리그 통합 우승팀이 나오면 통합 우승팀과 전후기 리그 2위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뤄 승리한 팀이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방식으로 수정한 것. 이때 전기 리그 2위팀인 OB(현 두산)과 해태가 치른 플레이오프에서 해태가 승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4연패의 신화를 낳은 바 있다.
단일리그제 실시 이전이던 전후기 리그제까지 포함하면 정규시즌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건 사실상 이번이 최초가 아닌 셈. 삼성은 정규시즌 1위를 사실상 두 번 한 강팀이다. 그럼에도 해태에 비해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건 역시 과거의 단기전 징크스 때문이다.
2000년대 삼성 왕조 '빌딩과 리빌딩의 조화'
2000년대는 바야흐로 삼성의 왕조시대다. 2000년 이후 무려 7차례나 정규시즌 1위에 등극했다. 과거 80년대 해태, 90년대 중후반 현대를 능가하는 왕조가 현재 건설중이다.
장기 레이스인 정규시즌 1위는 단기전인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팀의 체계적 운영과 부상선수의 관리, 2군 팜과의 유기적 연동 등의 시스템 노하우가 없이는 결코 3년 연속 정규시즌 1위는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면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삼성만이 보유한 STC(삼성 트레이닝 센터)다. 삼성 선수들은 일단 입단하면 삼성 트레이닝 센터에 입소, 정밀 검사를 거치고 이 과정에서 미세한 부상이 발견되면 완치될 때까지 체계적인 재활을 실시한다. 특히, 팀의 중심이 될 유망주인 경우 더욱 체계적인 관리에 돌입한다.
삼성이 장기 왕조를 건설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배경에 STC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 시즌 불펜에서 맹활약한 신용운이 바로 STC를 통해 선수의 새 생명을 얻었다. 영건 심창민 역시 입단 후 바로 STC에 입소, 부상한 어깨를 완치한 바 있다.
삼성 왕조 빌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팀 리빌딩이 이뤄지는 이유 역시 STC 덕분이다. 삼성은 2000년대 최강 왕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도 팀의 영건들을 계속 배출 중이다. 김상수, 배영섭, 정형식, 심창민 등이 그 주인공들. 빌딩과 리빌딩의 유기적 조화가 바로 삼성 왕조가 장기화되는 결정적 이유다.
류중일 WBC '실추된 자존심' 회복 기회
운도 따른다. 1위를 차지하고 느긋하게 불꽃 튀는 2위 3파전, 한 서울 세 가족의 플레이오프 직행권을 관망하며 휴식을 취한 시간적 여유 역시 승자의 전유물이다. LG와 넥센, 그리고 두산 서울 3개팀은 시즌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가을 야구 직전에 이미 오버 페이스할 수밖에 없고 그 반사 이익은 1위 삼성이 누리는 구조다. 프로야구 개막 이래 최고의 4강전을 펼친 올해의 경우 한국시리즈 직행 어드밴티지 역시 역대 최고가 될 전망. 게다가 삼성은 20일 가까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준플레이오프가 8일부터 시작하는 타 팀에 비해 정규시즌에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만약 이번에도 삼성이 한국시리즈를 가져간다면 올해 초 WBC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은 류중일 감독으로서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결코 운 만으로는 3년 연속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의 쾌거가 오지 않는다.
운 아닌 실력이 류중일 야구의 바탕이라는 걸 재입증할 기회가 바로 이번 한국시리즈다. 야신 김성근 감독도, 한국의 코니 맥 김응용 감독도 못한 신기원을 개척할 3년차 초보 감독이 바로 류중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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