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폐기'와 선거법 위반, 포항 공천은 어디로...
입력 2013.10.04 18:23
수정 2013.10.04 18:29
새누리당 포항남·울릉 공천 유보, 오는 6일 결정 예정
새누리당의 10·30 재보궐 경북 포항남·울릉 공천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등 주요 현안과 맞물리면서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3일 저녁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전체회의를 갖고 화성갑에 서청원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의 공천을 결정했지만 포항남·울릉은 공천을 유보했다. 공심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은 “좀 더 토론을 해야 하고 언제 결정할지 아직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심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포항남·울릉의 공천이 미뤄진 것은 일부 후보들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 책임론과 선거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후보들의 공천적합성을 두고 공심위원 간에 격론이 벌어진 것이다.
참여정부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 박명재 후보, 사초 폐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최근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대화록 실종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불똥이 튀었다. 박 전 장관이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기록물의 국가기록원 이관을 책임진 주무장관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김순견 전 포항남·울릉 당협위원장은 즉각 성명을 통해 “박 전 장관은 노무현 정권 말기에 행자부 장관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정권 인수인계의 실무적 책임을 진 무임소 국무위원을 지냈다”며 “NLL 대화록 이관과 관련 주무장관으로 노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사전에 협의가 있었는지 분명히 밝혀 달라”고 주장했다.
공심위에서도 박 전 장관의 책임소재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들은 당이 해당 사건을 ‘전대미문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 하고 대야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장관으로 책임 소재가 분명한 박 전 장관을 공천한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박 전 장관은 본인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단순히 이관 받아서 관리하는 행자부 입장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들이 깊이 관여하거나 또 여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공심위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공천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심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박 전 장관을 공천할 경우 민주당이 이를 반격의 빌미로 삼으려 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며 “모든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 민주당은 이날 박 전 장관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에서 대통령기록물의 (봉하마을) 유출을 반대했지만, 당시 청와대측이 강행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국가기록원장은 행정자치부 장관의 명을 받아 소관업무를 처리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고 명시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결국 본인 스스로 자신의 직무유기를 선언한 셈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대화록 국면에서도 침묵했고, 자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취한 박 전 장관이 재선거 공천 정국을 뚫기 위해 허위사실을 주장한 것이라면 정치적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후보 선거법 위반 소지, ‘제2의 김형태’ 나올 경우 후폭풍 무시 못해
대화록 실종 논란과 별개로 일부 후보들의 선거법 위반 혐의도 공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박 전 장관과 김 전 위원장, 서장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3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박 전 장관은 ‘허위경력’으로, 김 전 위원장은 사전선거운동으로 각각 선거운동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개인 명함과 예비홍보물에 ‘이명박 정부 무임소 장관’으로 경력을 적시했지만, 상대 후보 측으로부터 ‘허위 경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행 공직선거법 250조는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의 경력 등 허위의 사실을 공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당선무효형이다.
박 전 장관의 경우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도 멘토단 구성으로 한차례 선거법 위반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선거를 앞두고 12개 분야 101명으로 구성된 멘토단 명단을 공개했지만, 일부 멘토들은 정치적 오해를 이유로 멘토단 탈퇴를 요구했다. 비록 아무 문제없이 당시 상황은 종료됐지만, 또다시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박 전 장관에게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김 전 위원장의 경우 선거사무소 개소식 초청장을 보냈다가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은 사실이 부각되고 있다. 또 예비후보 등록 이전부터 현재의 선거사무실을 사용해 왔으며 이는 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고 주장이 상대 후보 측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해당 지역 선관위에서도 이미 한차례 조사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위원장에게 제기된 사전선거운동 혐의는 해당 지역구의 의원이었다가 최근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이 박탈된 김형태 전 의원과 같은 것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사실상 전략공천으로 당선된 김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상황에서 만약에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경우 지역의 민심이 폭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의 경우도 사실상 전략공천으로 지역에서 불만이 제기됐었다”며 “이번에도 사실상 전략공천인데 같은 혐의로 의원직이 날아갈 경우 책임은 공심위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공천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심위는 오는 6일 오후 전체회의를 갖고 포항남·울릉 공천을 결정한 뒤 7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홍 사무총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대화록 폐기 논란과 선거법 위반 등 이것저것을 검토해서 (공천을) 하려는데 현재까지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래도 하루정도는 검토하는 시간을 갖고 본인도 해명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