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도 인조인간이 늘어나는 이유는
입력 2013.09.18 10:17
수정 2013.09.18 10:22
성형 만능 사회? 정치인들도 성형 욕망 숨기지 않아
유권자들에 좋은 이미지 보이는건 좋지만 '과유불급'

그렇다면 현대사회서 ‘3초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갖고 가야할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바로 정치인이다. ‘3초 원칙’은 결국 ‘첫인상’이다. 이런 면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을 하는 연인들 또는 좋은 직장을 원하는 구직자 등도 답이긴 하다. 다만 정치인은 첫 번에 많은, 그것도 빠르게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아야한다는 점에서 더 ‘첫인상’에 신경 써야 한다. 더군다나 정치인들의 외모 또는 패션은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지 오래다.
실제로 사람들은 처음 상대방의 얼굴을 대면했을 때 10분의 1초 만에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능력을 판단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미국 프린스턴 대학 심리학자들은 이런 원리를 정치에 적용, ‘첫인상’이 ‘당선’과 연계가 있단 결과를 얻었다. 아울러 노안보다 동안이 상대적으로 상대방에게 높은 신뢰감을 준다는 연구 또한 있다.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형’을 택하는 분위기다.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해도 얼굴에 나타나는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는 탓이다.
보통 이미지 쇄신을 위한 쌍꺼풀 수술, 모발이식 등과 같은 가벼운 것들이다. 미용이 아닌 치료 목적의 성형도 있지만, 어딘가 불편하면 인상 또한 찌푸려지니 ‘좋은 인상’을 위한 것임은 공통적이다. 당초 성형은 여성들만의 전유물로 치부됐지만, 최근에는 남녀노소 상관이 없다. 성형을 원하는 마음도, 성형 사실을 밝히는데 있어서도 대부분 거리낌이 없다.
새누리당 원내핵심인사는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앉자마자 “여기를 좀 펴야겠어”라면서 미간을 가리켰다. 그는 “TV에 나오는 내 인상이 별로인가봐. 나 부드러운 사람인데…”라며 웃었다. 주변에서 인상에 대한 얘길 많이 들었단 뜻이다. 민주당의 한 주요당직자 또한 기자들과의 밥자리에 갑자기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나타나 노화현상으로 눈꺼풀이 처지는 상안검이완 증세를 언급하더니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초선 여성의원도 성형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회만 있다면) 하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방송인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강용석 전 무소속 의원도 지난해 1월 자신이 맡고 있는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미간에 주름이 생겨 인상을 부드럽게 하려고 보톡스를 몇 번 맞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성형외과 의사와 상담을 했을 때 ‘(성형을 하는 게) 요즘은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고 하더라”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할 당시 눈썹 문신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 대표를 맡은 뒤 언론노출이 부쩍 늘었지만, 그에 비례해 스트레스로 눈썹이 빠지자 성형외과 의사인 친구에게 시술을 받은 것이다. 홍 지사는 이후 “인상이 강해보인다”는 평을 얻어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 일각에선 스마트폰용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를 닮았다며 희화화하기도 했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친근한 이미지’를 얻게 된 셈이다.
특히 남성 의원들은 점점 적어지는 머리숱에 대비, 파마를 해 머리의 빈곳을 숨긴다거나 가발 착용 혹은 머리카락을 심는 식이다. 송사에 여러 번 휘말리면서도 의원직을 잃지 않아 ‘불사조’라는 별칭을 얻은 박주선 무소속 의원은 머리카락을 2000여 가닥 심은 것으로 알려진다.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탈모로 마음고생을 하다가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발모촉진제를 꾸준히 복용해 머리숱이 부쩍 는 사례로 꼽힌다.
다만 고비용 수술이나 수술 부작용 등이 부각돼 이런 분위기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1억 피부과’ 논란이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후보로 나섰던 나 전 의원이 ‘연회비 1억원짜리 피부과’를 이용하고, 코를 성형했다고 폭로했다. 결론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나 전 의원은 이 논란으로 당시 선거에서 적잖은 타격을 입었고, 지금까지도 이 단어가 꼬리표처럼 붙어있다.
'거물' 또는 '해외'에서도...
‘거물(巨物) 정치인’의 성형 또한 꽤 있다. 대표적 인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초 상안검이완 증세로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당시 부인 권양숙 여사도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같은 수술을 받아 화제가 됐다. 이후 그의 측근들인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노 전 대통령 후원회장 출신의 이기명 씨, 김혁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 등이 ‘쌍꺼풀 수술 열풍’에 합류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 후보일 당시에도 이마에 깊게 패인 한일(一)자 모양 주름을 없애기 위해 6개월간 보톡스를 맞아왔다고 밝힌 적도 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 후임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을 지낼 당시 ‘조용히’ 모발이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997년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고도 532억원만 납부한 뒤 추징금 납부를 거부, 현재는 가족 전체가 검찰 조사 대상이 된 전두환 전 대통령 또한 지난 2004년 성형수술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한 시사프로그램은 전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가 2000년경 강남의 모 병원에서 각각 눈 밑 지방제거수술 등과 턱 교정수술 등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해외 정치인들도 사례가 적잖다. 일련의 사례들은 ‘과유불급’이란 교훈을 남기기도 한다.
세금 횡령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정치적 위기상황에 놓인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는 쌍꺼풀 수술, 눈 밑 지방제거수술, 얼굴 리프트, 모발이식, 인공선탠 등 종합 시술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남미 최초 여성 재선 대통령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써 ‘보톡스의 여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갖고 있다.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시민혁명이 촉발돼 반군의 총에 사망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도 성형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1994년 52세 때 브라질 의사로부터 주름제거와 모발이식 수술 등을 받았다 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자신의 상품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지 전략’”이라며 “외향을 보기 좋게 하는 것은 ‘이미지 전략’을 위한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따뜻하고, 진솔한 이미지를 심으려 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지만, 도를 지나치면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