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봉에 쇠파이프까지 또 다시 시동 건 '폭력버스'
입력 2013.07.21 12:42
수정 2013.07.21 12:52
희망버스, 무단으로 현대차공장 진입시도 '충돌'
현대차 "법적대응" 희망버스 "그래도 계속 한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기 위해 울산으로 향했던 ‘희망버스’가 공장 내부로 무단 진입을 시도하면서 결국 폭력으로 얼룩졌다.
초반에는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듯 했지만 결국 일부 참가자들이 공장 내부 진입을 위해 현대차의 담장을 뜯어내고, 이후 사측과의 대립과정에서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희망'을 내세운 것과 달리 국가기밀 시설인 조선소를 무단침입해 사측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생활권을 보장받기 위해 시위대의 영도 진입을 온몸으로 막았던 영도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던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사태'가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등 3000여명(경찰 추산)이 탑승한 희망버스는 20일 오후 6시께 울산 현대차 명촌 정문 앞 공터에서 집결했다.
이후 민주노총 주관으로 결의대회와 비정규직 지원을 위한 힘 모으기 행사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나름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희망버스 집회는 오후 7시께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희망버스 참가자 일부가 밧줄로 철제 울타리를 뜯어내고 현대차 울산3공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이를 막아선 사측 관리인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것이다.
공장 안에 있던 경비와 관리인들은 공장 내부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향해 소화기와 물을 뿌리면서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시위대가 2~3m 길이의 죽봉을 들고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공장 경계 2곳과 철제 울타리 9개가 무너졌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2시간 넘도록 이어져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119 구급차가 출동해 환자를 계속 실어 날랐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양측의 충돌이 점차 과격해지자 오후 8시께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해산할 것을 방송하며, 55개 중대, 4400여명을 현장으로 투입했다.
3개 중대가 무너진 담장을 경계로 시위대를 막아섰고, 나머지 경찰 인력들이 길 양측에서 진입하면서 압박했지만 시위대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물대포차의 지원사격과 함께 경찰이 조금씩 압박해오자 시위대도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은 오후 10시께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후 경찰은 경찰버스 일부를 이용해 무너진 공장 담장에 차벽을 설치했다. 사측은 담장 보수 공사를, 시위대는 현대차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노조 간부에 대한 추모식과 공연 등 철탑 문화제를 시작했다.
사측은 이날 오후 10시 50분 기준으로 45명의 관리자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피해 현황이 마무리되면 부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버스 측은 부상자 수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문제에 외부세력 개입해 폭력 사용한건 불법”, 희망버스 “계속 하겠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는 시위대의 공장진입 과정에서 직원들이 다치고 공장 시설이 파손된 것에 대해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2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계속 대화를 하면서 특별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노조와의 협의에 있어서 우리 입장도 단호하고, 대화를 거부한 적도 없고, 방안도 제시하는 등 회사가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런 상황에서 외부인들이 달려들어서 공장 기물을 파손한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다. 목적이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면서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고소, 손해배상소송 등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버스 측도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 송전철탑 앞에서 집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많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집회과정에서 다쳤다. 현대차는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희망버스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안 돼, 역효과만 커질 뿐...망조길 가는 직행버스”
희망버스 사태가 전해지면서 네티즌들도 희망버스의 폭력행위에 대해 ‘희망버스가 아닌 폭력버스’라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트위터 아이디 ‘dau***’은 “어떤 경우에서도 폭력은 안 될 일이다. 희망버스가 주장하는 바는 알겠지만 그 방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결국 양쪽 모두가 피해자인 결과를 낳은 채 평행선이 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chung4***’은 “엄한 곳으로 희망버스가 달리는구나. 7명의 희생자한테 가는 것이 정도가 아닌가. 귀족노조를 위한 희망버스는 필요 없지 않은가”라면서 “희망버스 타고 노량진 수몰현장 구로동 병원을 가시죠”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hongch***’도 “현대차 정문에서 희망버스에 물대포를 쐈다고 퍼 나른다. 세상 인심이 아무리 박해도 ‘희망’에다가 그럴 리가 있겠는가. 절대 희망이 아니었기 때문이겠지”라며 “무슨 희망버스인지 몰라도 그건 이름이 잘못된 것 같다. 망조길로 가는 직행버스가 적당한 듯”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희망버스에 희망이 없는 것 같다(lee***)”, “희망의 모습은 어렵더라도 법질서 안에서 비폭력으로 국민에게 호소하고 여론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만 커질 뿐(fsi***)” 등의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트위터 아이디 ‘imp***’은 “모처럼 쉬는 날, 그러나 어제 희망버스 현장을 보면서 마음은 무겁습니다. 제가 배운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나라. 그래도 희망을 품습니다. 울산에 있던 분들이나 안타까워하시는 모든 분들 토닥토닥”이라고 응원했다.
아이디 ‘son***’은 “희망버스를 타고 간 사람들은 일반 시민들이다. 이 사람들에게 돌 던지고 물대포 쏜 게 현대차 직원들”이라면서 “현대차 정규직 노조에게 묻고 싶다. 몇 년 전, 몇 번의, 비록 당신들만의 임금인상, 복지 등 단체협상 때, 파업을 할 때, 당신들을 응원했다. 왜 방관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thal***’은 “현대차 정규직에 대해서 분노를 갖든 어떻든 지금 희망버스는 비정규직 때문에 가는 것”이라며 “불법 파견, 이미 대법원에서 그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단을 내렸는데도 현대차가 법을 안 지킴”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