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변해도 팀 던컨과 스퍼스 '여전했다'
입력 2013.05.29 10:55
수정 2013.05.29 11:00
샌안토니오, 6년 만에 NBA 파이널 진출
세월도 빗겨간 꾸준함 ‘팀 스포츠의 미덕’
팀 던컨 (유튜브 동영상 캡처)
미국 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6년 만에 파이널에 진출했다.
샌안토니오는 28일(한국시각) 미국 멤피스 페덱스포럼에서 열린 2012-13 NBA 플레이오프 서부컨퍼런스 결승 4차전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93-86 완파하고 파죽의 4연승을 질주했다.
샌안토니오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NBA 최고의 팀이라고 할만하다. 최근 10여 년간 NBA 우승만 4회 차지했고 강산이 한 바퀴 반을 돌고도 남을 시간동안 매년 플레이오프 진출 정도는 출근도장 찍듯 달성했다. 샌안토니오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세월의 흐름도 거스르지 못한 꾸준함이다.
샌안토니오의 역사를 대표하는 것은 바로 팀 던컨, 마누 지노빌리, 토니 파커로 이어지는 '빅3'와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다. 샌안토니오 왕조의 시작은 던컨의 영입으로부터 시작됐다. 1997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NBA에 데뷔한 던컨은 당시 팀 동료 데이비드 로빈슨과 공포의 트윈타워를 구성하며 1998-99시즌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로빈슨은 2002-03시즌까지 던컨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한 번의 우승을 더 차지하고 명예롭게 유니폼을 벗었다. 던컨이 오늘날 샌안토니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장수할 수 있었던 데는 대선배인 로빈슨의 배려와 조언이 큰 몫을 차지했다.
로빈슨의 커리어에 막바지로 접어들 무렵, 샌안토니오에 등장한 또 다른 샛별은 바로 토니 파커와 마누 지노빌리의 투 가드였다. 2000년대부터 NBA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유럽 농구 돌풍의 중심에선 두 선수는 2002-03 시즌부터 던컨과 한솥밥을 먹으며 샌안토니오 전성시대의 2막을 열린다. 이후 빅3 체제로 재편된 샌안토니오는 5시즌 간 세 차례의 우승을 차지하며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하지만 샌안토니오는 2007년 우승 이후 더 이상 파이널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보스턴 셀틱스, LA 레이커스, 마이애미 히트 등 슈퍼스타 군단의 결합을 앞세운 강호들의 약진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정규리그에서는 꾸준한 성적을 올렸지만 정작 플레이오프에서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팀의 기둥이던 던컨이 차츰 노쇠화 조짐을 보이면서 모두가 샌안토니오의 전성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샌안토니오는 무너지지 않았다. 던컨은 올 시즌 회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7년 이후 6년 만에 NBA 퍼스트팀에 이름을 올렸다. 혈기왕성한 젊은 슈퍼스타들이 득세하는 NBA에서 37세의 베테랑 빅맨이 보여준 골밑 장악력은 독보적이었다. 샌안토니오 특유의 분업과 협동을 앞세운 조직력의 농구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포포비치 감독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던컨을 처음 영입했을 때만 해도 지도력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선수빨로 성적을 낸다는 의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포포비치가 있었기 때문에, 던컨과 샌안토니오 왕조가 장수할 수 있었다'는 재평가가 나올 정도다.
포포비치는 철저한 출전시간 조절과 컨디션 관리로 던컨을 아꼈고 매년 효율적인 선수영입과 스쿼드 구성으로 전력을 극대화했다. 부상과 체력저하로 전성기를 지난 급격한 노쇠화가 찾아왔던 다른 슈퍼스타들과 달리, 던컨은 아직도 전성기에 근접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수많은 강호와 슈퍼스타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 명멸하는 가운데서도, 샌안토니오는 여전히 기복 없는 강자이자 '영원한 우승후보'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샌안토니오의 빅3가 결성되고 첫 우승을 차지한 지 10년째가 되는 해다. 포포비치 감독도 여전히 건재하다. 우승과 명예, 연봉 등 여러 가지 조건과 변수에 따라 비즈니스적인 이합집산이 넘쳐나는 프로 스포츠에서 샌안토니오처럼, 감독에서 주축 선수들까지 10년 넘게 꾸준히 한솥밥을 먹으며 팀워크를 유지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샌안토니오는 소위 LA나 뉴욕 같은 빅마켓도 아니라서 선수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려웠고, 화려한 플레이나 전국구 인기 팀의 이미지와도 거리가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자신들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강자의 위상을 지켜나가고 있다.
말썽과 구설이 끊이지 않는 다른 슈퍼 팀들과 달리, 샌안토니오는 적어도 팀 내부적으로는 어떤 불협화음도 없었다. 팀 내 최고 스타들조차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고 팀을 위한 헌신과 협동이 조화롭게 자리매김한 분위기다.
던컨은 물론이고 지노빌리와 파커도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겼다. 어쩌면 올 시즌은 샌안토니오가 지금의 팀으로 정상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세월도 비껴간 샌안토니오의 성공과 꾸준함은 바로 '팀 스포츠'의 미덕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