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고향서 여야후보들 완장 벗고 발로 뛰다
입력 2013.04.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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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재보궐 부여·청양 민심탐방>여권 후보 독주 속 선거 열기 시들
"투표는 해야겄지만 빤한 선거라 그래유" 평일 농번기 투표율 하락할듯
“투표는 해야지, 헌데 너무 강한 후보가 나와서 빤한 선거라 좀 그래유…”
“선거 분위기요? 잘 몰라유, 누가 국회위원하든 말든 우리는 별 관심 없슈”
4·24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전 공식 선거운동 첫 주말을 맞아 충남 부여와 청양에서 만난 군민들의 대다수는 여권 후보 독주세로 당락은 이미 정해졌다며 기정사실화했지만 정치상황에는 냉소와 무관심에 농번기까지 겹쳐 재선거 열기는 오히려 실종된 분위기다.
이번 재선거에는 새누리당에서는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과 충남도지사를 지낸 이완구 후보(62)와 민주통합당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 지사장을 역임한 황인석 후보(59), 통합민주당에서는 당내 한미FTA 대책 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천성인 후보(41)가 출마해, 3자 구도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부여·청양은 자민련 총재를 지낸 JP의 정치적 고향으로, 오랜 기간 뿌리를 잡은 터라 보수성향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이다. 진보성향의 후보에게는 단 한 번의 승리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 지지기반이 굳건하다.
이 때문인지 이번 4·24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또한 만나는 주민마다 한결같이 “선거 하나마나, 판세는 이미 끝났다”면서 ‘재미없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지역주민들, 뻔한 선거애 관심도 ‘뚝’ 누가되든 무슨 상관 ‘싸늘’
부여읍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영규 씨(49)는 “이미 끝난 선거다. 워낙 센 후보가 출마해, 오히려 군민들이 선거에 별 관심도 없고, 농번기라 더 그렇다”면서 “그러니 투표율은 떨어질 거 같다. 나부터도 이번 선거에는 투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지난 총선 때보다 약 10% 가량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소 정치에 비교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 씨는 최근 이완구 후보가 제기한 JP기록을 뛰어넘는 득표율 요청에 대해서는 “그건 이 후보의 희망사항이다. 군민들은 너무 높은 득표율로 지지해주면 이 후보가 자만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후보가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 군민들 입장에서는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여읍에 거주하는 50대 이 모 씨는 “정치사가 잘 돌아가야 선거에도 관심이 있지, 여기서 김종필 총재가 몇 십년 (국회의원)했어도 공장도 안 생기고 뭐 하나 달라진 것도 없고 부여는 청정지대가 다 됐슈. 다선을 했어도 부여를 위해 일한 사람은 아녀유”라면서 반드시 큰 인물이 지역발전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는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씨는 “그 양반만 나쁘다고 하는 것은 더 이상한 사람들이다. 부여는 예전부터 여당이 되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그게 솔직한 얘기”라면서 “지역발전을 이루려면 힘 있는 사람이 나와서 해야 하지만 이제는 국회의원 혼자 힘 가지고는 어려운 문제유. 이 후보도 높은 득표를 바란다면 본인이 먼저 뭔가 보여줘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 씨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지역주민 김 모 씨(60)는 “이번 선거의 책임은 새누리당 의원이다. 국민 세금을 쓸게 아니라 선거에 드는 비용을 원인제공자가 부담해야 된다”며 “이 후보도 충남도지사를 중도에 그만 둔 사람 아니냐. 세종시 때문에 지사직을 포기해 정의는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여기서도 뭐하면 또 포기할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여군 규암 외리에 사는 81세 할아버지는 선거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지금 국정이 아직 어지러워요, 이북에서는 미사일을 쏜다고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북하고 면담한다고까지 나왔는데, 뉴스 소리를 들어보니 그게 면담이 제대로 이뤄지느냐 못 이뤄지느냐 그게 문제드만 그려”라며 나랏일 걱정이 앞섰다.
이런 분위기는 청양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양문화원 사거리에서 25년 째 호떡장사를 해 온 70세 할머니는 “선거에 큰 신경을 안써서 잘 모르지만 세 명이 출마한 것은 안다. 1번은 도지사 했던 이완구 후보고 2번은 농촌대표인 황 씨라 하고 3번은 젊은 사람이라던데 이름은 잘모르겠다”라면서 “투표는 꼭 하러 가겠다”고 밝혔다.
인근 청양읍내에 산다는 60대 한 군민은 “여기 선거분위기야 뭐 누가되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다”면서 “누가 되든 밤낮 그 타령”이라고 냉소를 표하면서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청양 정산면 시장 앞에서 과일전을 펼쳐놓은 61세 이 모 할머니는 “생각해놓은 후보는 있다. 투표는 할 거다”라면서도 후보들의 공약과 차별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도 경험 있는 사람이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세 후보 부여·청양 오가며 표심전쟁, 당락보다 투표율·득표율에 더 관심
이런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듯 현재 지지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새누리당 이완구 후보는 당락 보다는 투표율과 득표율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활동력이 좋은 점퍼차림에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지역주민과의 접촉을 늘리며 ‘충청 큰인물론’을 설파하는 맨투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이 후보는 한국양돈소비촉진대회 무료시식회, 부여 게이트볼 대회, 청양 야생화 심기대회 등 지역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선거사무소를 찾는 주민들과 충청권 정치계 인사들을 통한 지지세 결집과 투표독려를 꾀하는 등 득표력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운동은 ‘나홀로’ 방식을 택했다. 이번 재선거가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여당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다시 치러지는 만큼 대대적인 당 차원의 선거활동을 지양하는 대신 득표력에 도움이 될 인사들의 지원사격과 충남지역 도의원과 지역 시·군의원들의 자발적인 선거운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5일장이 서는 15일에는 부여장날 유세에 이인제 전 선진당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선다.
상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통합당 황인석 후보는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택해 현장을 누비고 있다.
황 후보의 공천 후 민주당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중진들이 대거 부여로 총출동해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정권 견제론과 재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이 후보를 압박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황 후보도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노란점퍼를 챙겨 입고 ‘변화만이 가장 확실한 선택’이라는 기치를 들고 지역의 노인회관과 각종 행사장 등을 돌며 유권자를 찾아 일일이 명함을 돌리는 등, 농촌경제 활성화와 서민을 위한 지역일꾼론으로 인지도 높이기에 주력했다.
황 후보도 15일 재래시장 유세와 바닥민심 훑기를 통한 본격적인 표심확보전에 돌입한다.
통합진보당 천성인 후보는 13일 뒤늦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정책적 차별화와 젊은 패기로 이슈파이팅을 꾀하고 있다.
천 후보는 “쌀, 고추, 마늘, 콩 등 국가수매로 제값을 받아내겠다”면서 농민들의 지지에 호소했고, 의료복지와 대형마트 허가제 도입을 제시하며 판매 품목, 영업시간 제한과 권고명령, 지자체 권한 강화 등 생존권 수호 공약을 통한 이름 알리기에 분주하다.
지지세에 밀리고 있는 천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통합진보당은 15일 최고위원회를 선거사무소에서 개최하고 회의 결과 및 현안관련 브리핑과 장날 유세 등 지원사격에 나설 계획이다.
지역여론을 통해본 4·24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선거 판세는 여권우세로 아직까지 당락에는 큰 변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선거열기 실종과 재선거 책임론, 맞물린 농번기 등 여러 요인이 투표율 및 득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