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병이 격전지? 다들 선거 얘기 안꺼내요"
입력 2013.04.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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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재보궐 서울 노원병 탐방>민주당 지지자들 '찍을 사람 없다'
"노회찬은 좋지만 김지선은 누군지..." 당일 세대별 투표율 관건
“선거가 뜨질 못한다. 재보선이야 원래 그랬지만, 이번엔 북한도 그렇고….”
4.24 재보궐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노원병 지역은 아직까지 선거기간임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조용한 분위기다.
당초 노원병 지역은 ‘안기부 X파일’ 판결로 인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의 의원직 상실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출마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대남도발 등으로 선거 자체가 주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 보인다.
특히 출마를 포기한 이동섭 민주통합당 노원병 지역위원장의 안 후보 지지선언 이후 빚어진 야권의 갈등으로 “마땅히 찍을 사람이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 선거 때마다 회자되는 단일화 논의로 인한 주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동네 분위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이 잘 없다”면서 “정치를 못해서 그렇다고 보느냐”고 되묻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상계역 근처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30대 남성은 “북한 문제도 있고, 그런데 관심들이 쏠려서 사람들이 선거 얘기 자체를 안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회찬은 정말 좋아하는데, 김지선은…"
노원병 지역은 전통적인 야권의 텃밭이다. 노 대표는 지난해 4.11 총선에서도 57.2%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문제는 지지자들의 성향이다. 지난해 노 대표의 지지율에는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한 이 위원장의 표가 상당수 포함됐다. 이들의 입장에선 이번 선거에서 찍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 노 대표의 지지자들은 김지선 정의당 후보의 낮은 인지도가 고민이다.
상계동 중앙시장에서 생닭을 파는 오모 씨(49·남)는 “여긴 노 대표의 텃밭이다. 나도 그렇고 주민들이 원래 그 사람을 좋아한다”며 “그런데 김 후보는 인지도가 너무 낮아서 당선이 힘들 것 같다.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한테 무작정 표를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원은 딱 정해져 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하면 무조건 새누리당이 당선이고, 젊은 사람이 많이 하면 안 후보가 될 것”이라면서 “결국엔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와 안 후보의 2파전으로 갈 듯하다”고 덧붙였다.
투표 자체를 포기한 주민도 있었다. 중앙시장 인근 주택가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영만 씨(55·
남)는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히며 “좋아하는 후보가 없다. 이번엔 투표를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김인수 씨(65·남)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 지지하는 사람이 딱히 없다”면서 “작년엔 노 대표를 찍었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김 후보를 찍자니 인지도가 너무 낮아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김 후보에 대해 확실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식자재매장을 운영하는 양유승 씨(50·남)는 “난 김지선을 지지한다. 이 지역에서 함께한 사람이고, 가재는 게 편이라고 서민이 서민의 마음을 알지 않겠느냐”며 “그런 점에선 지지할 사람은 김지선뿐”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김 후보와 마주친 60대 남성은 “안철수는 안된다. 대선 당일에 미국으로 도망가지 않았느냐”면서 김 후보에 대한 지지의 뜻을 내비쳤다.
한편, 여권 성향의 주민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기 꺼려하는 눈치였다. 좌판을 운영하는 70대 여성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정했는데 알려줄 순 없다. 뭣 하러 남의 속마음을 물어보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허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이 좌판 앞을 지나가자 이 상인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한 상인은 “이 동네 어르신들은 말은 안 해도 대부분 여당을 찍는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반면 자신이 여당 지지자임을 당당히 밝힌 젊은 보수층도 있었다.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봉모 씨(25·남)는 “난 허 후보를 찍으려 한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난 예전부터 여권 성향이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도 여당을 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투표율이 관건…그래도 '안철수는 안철수'
이번 노원병 보궐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투표율이다. 상계동 일대는 서울 동북부 끝자락에 위치한 지역 특성상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민 상당수가 도심으로 출근해 출근 시간대가 이르고, 퇴근 시간대가 늦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거일은 대학 시험기간과도 겹친다.
안 후보의 지지자 중 대다수가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임을 고려하면 투표율이 낮을수록 타격이 더해지는 쪽은 안 후보다. 특히 다른 후보들은 정당별 지역위원회와 지역 지지기반을 통해 조직표 동원이 가능하지만, 안 후보는 이조차도 불가능하다.
다만 안 후보의 지지층이 최근 젊은 주부층과 노년층까지 확대되고 있어 아직까진 선거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오후 상계동 주공아파트 15단지에서 열린 안 후보의 토크콘서트에는 100명 가까운 주민들이 참석했고, 이들 중 대다수는 젊은 주부였다.
이날 안 후보의 유세현장에 있던 주부 조모 씨(29·여)는 “안 후보의 마인드 자체가 긍정적이고, 전반적으로 안철수의 가치관을 공감한다”고 밝혔다.
손주를 안고 산책을 나온 정모 씨(60·여)도 “작년에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지 않았으면 아마 지금 대통령은 안철수일 것”이라며 “전엔 안철수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지금 보면 괜찮은 사람 같다. 앞으로 대통령까지 돼서 젊은 사람들을 잘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저 없이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밝힌 강모 씨(39·여)는 “예전부터 안 후보를 존경했다. 기업가로서, 교수로서 어떤 분야에서도 존경받아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도 잘할 것 같다”며 안 후보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