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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K 베이브류스, 풍성해진 메뉴판·이대호 향기

이일동 기자
입력 2013.04.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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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투피치 아닌 4번째 구종까지

파워와 간결 예비동작, 유연한 스윙

현지에서는 류현진에게 '베이브 류스'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은 넓은 파울지역과 광활한 외야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투수친화적 구장으로 꼽힌다.

반면 14일(한국시각) 류현진의 시즌 3번째 등판 경기가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구장 체이스필드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와 더불어 대표적인 타자친화적 구장으로 분류된다.

고온건조한 사막 지역의 상승기류 덕분에 장타 양산이 많다. 2승에 도전하던 류현진에 다소 불안기류가 흘렀던 이유가 바로 구장 특성, 그리고 짜임새 있는 화력을 보유한 애리조나 타선, 그리고 상대 에이스 이안 케네디와의 맞대결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모든 장벽을 정면 돌파했다. 한화 시절 한국의 쿠어스필드로 악명 높은 청주구장을 제2의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장타를 감소시킬 수 있는 투구 노하우를 익혀왔고, 상대팀 에이스와의 수많은 맞대결 경험으로 내성이 생겼다. 류현진은 지난 두 번의 선발 등판과 다른 경기 운영능력을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탈삼진 레파토리다. 6이닝 6피안타 3실점에 탈삼진은 무려 9개. 탈삼진의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위주의 단조로운 투피치가 아니라 느린 커브와 슬라이더 등 4번째 구종까지 탈삼진의 메뉴판이 다양해졌다.

전날 커쇼를 무너뜨린 애리조나 타선은 다양한 류현진 승부구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무기로 알려진 체인지업의 구사 빈도를 줄인 대신 서드 피치인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을 높였다. 때문에 류현진을 공략하기 위해 우타자를 7명이나 포진시킨 애리조나 커크 깁슨(2011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 감독의 노림수도 수포로 돌아갔다.

실제로 류현진이 강판 당시 내준 실점은 단 1점. 7회 무사 1,2루 상황에서 내려왔지만 두 번째 투수 로날드 벨리사리오가 승계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게다가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켄리 얀센마저 2실점, 6-5로 턱밑까지 쫓기는 위기 상황을 연출하기도.

류현진이 내려가자마자 체이스필드는 달라졌다. 류현진의 현란한 호투에 숨죽였던 체이스필드가 타자친화구장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것. 류현진에 억눌렸던 애리조나 타선은 다저스 필승 계투진을 상대로 폭발, 류현진의 호투를 상대적으로 부각시켰다.

지난 두 번의 등판에서 나타난 문제를 류현진은 제대로 복기했다. 샌프란시스코와 피츠버그전에서 드러난 문제는 경기 초반 실점, 그리고 공의 높낮이 조절 실패였다. 타자친화적인 구장과 강한 타선을 의식한 류현진은 애리조나전에서는 1회부터 공의 높낮이 조절에 상당한 신경을 기울였다.

1회말 선두타자 A.J.폴락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 세운 구질은 스트라이크존 낮게 들어오는 슬라이더. 1회부터 전력투구에 낮은 로케이션을 염두에 둔 투구는 경기 내내 이어졌다. 4개의 완벽한 제구된 구종이 스트라이존 내외곽을 정교하게 넘나들면 타자들은 노림수를 가질 수 없다. 전날까지 팀타율 부문 내셔널리그 2위(0.272)에 올라있던 애리조나 정교한 타선이 맥을 못 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류현진의 스트라이크는 볼과 스트라이크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공략했다.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지 않은 공도 대부분 존 근처에서 맴돌았다. 로케이션의 대부분이 타자들 무릎 아래 위에서 움직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마운드에서 안정을 찾은 류현진은 타석에서 더욱 빛났다. 류현진은 애리조나 에이스 이안 케네디를 상대로 한 첫 타석에서 3구째 93마일(150km) 포심을 가볍게 밀어 쳐 펜스를 원바운스로 맞히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몸쪽 직구를 깨끗한 중전안타로 연결시켰고, 세 번째 타석에서는 다시 바깥쪽 직구를 밀어 쳐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3타석 3안타, 완벽한 타격감을 선보였다. 류현진에게 충격적인 3안타를 허용한 상대 선발 케네디는 류현진을 출루시킨 후 집중타를 맞으며 와르르 무너졌다.

2011년 21승을 거둔 케네디를 주눅 들게 한 류현진의 방망이 솜씨는 예사롭지 않았다. 시속 150km의 강속구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배팅 파워, 간결한 예비동작과 유연한 스윙, 센터 중심으로 무너지지 않는 타격 자세 등 '동산고 4번타자' 출신의 경력이 무색하지 않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현지에서는 류현진에게 '베이브 류스'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베이브 류스'는 메이저리그 전설적인 강타자 베이브 루스(Babe Ruth)를 빗댄 것. 루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22년(1914~35년) 동안 타율 0.342 714홈런 2213타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홈런왕만 12차례 차지했다.

이날 타석에서 류현진에게서 이대호의 향기도 느껴졌다. 이대호 역시 경남고 시절 투수로 활약하면서 4번타자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대호는 프로 데뷔 후 타자로 전향, 류현진은 투수에 전념하면서 가는 길이 달라졌을 뿐이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타자친화적인 구장으로 알려진 체이스필드. 정작 뚜껑을 연 체이스필드는 류현진에게 '투타'친화적인 구장에 불과했다. 투타 원맨쇼를 펼친 한국의 괴물 신인 류현진에 완벽하게 농락당했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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