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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공' 없고 '닥뻥'만…김신욱 딜레마

이준목 기자
입력 2013.03.27 11:33
수정

카타르 집중견제 속 '묻지마 크로스' 난무

볼 경합 카드 뛰어넘는 다양한 전술 필요

카타르전에서 김신욱(왼쪽)의 높이와 파괴력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장신공격수 김신욱(25·울산 현대)은 현재 한국축구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카드 중 하나다.

196cm의 탁월한 신체조건에 발재간까지 겸비한 김신욱의 높이와 파괴력은 아시아권에서는 어떤 팀에도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김신욱 효과'는 종종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선수들이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무조건 김신욱 높이에만 기대려는 조급증으로 단조로운 '뻥축구'가 되고 마는 부작용이다.

최강희 감독은 승리가 중요했던 카타르전에서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놓고 이동국과 김신욱을 저울질하다가 결국 김신욱을 선택했다. 견고한 밀집수비가 예상되는 카타르를 상대로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해 경기를 풀어가려는 것.

하지만 지난해 이란전에 이어 김신욱 선발 카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힘겹게 이기기는 했지만 김신욱을 활용한 최강희호의 공격은 실망 그 자체였다. 최강희호가 자랑하던 '닥공(닥치고 공격)'은 사라지고 '닥뻥(닥치고 뻥축구)'만 남았다.

마땅한 패스루트를 찾지 못하면 무작정 김신욱의 머리만 의존하는 '묻지마 크로스'가 난무했으나 공중볼 경합이 제대로 된 슈팅찬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미 충분히 예상한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견제를 벗겨내기 위한 김신욱의 움직임도 예리하지 못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이동국까지 가세한 투톱 체제로 변환했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확한 고공축구가 한국의 공격속도만 더 떨어뜨려 상대 수비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단점만 노출했다.

오히려 공중볼 경합에서 더 강점을 보인 것은 이근호나 손흥민처럼 높이보다는 기동력을 활용한 측면 공격수들이었다. 측면 크로스에 이은 이근호의 헤딩 선제골은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공간을 파고는 예리한 움직임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손흥민의 결승골도 끝까지 볼에 대한 집중력을 놓치지 않은 부지런함 덕분이었다.

볼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상대 수비가 막을 수 없는 곳을 찾아 공간을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찬스를 좌우한다. 뻥축구라고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발이 따라줘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신욱은 그동안 최강희호에서 선발보다는 후반 교체로 출전했을 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것은 최강희호가 김신욱이라는 선수를 활용하는 스타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김신욱이라는 선수를 그저 공중 볼 경합용의 도구로만 소비하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쉽게 이기는 방법에만 연연하다가 더 많은 가능성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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