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 투척' 침대축구 분통 이해는 하지만…
입력 2013.03.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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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축구에 흥분, 카타르 벤치 향해 페트병 던져
2011 AFC 챔스리그 4강 2차전 난동 재연될 뻔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로 카타르전 승리를 장식했지만, 관중 매너는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11년 11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수원 삼성과 알 사드(카타르)의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알 사드의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수원이 실점하자 수원 측 관중석에서 팬이 뛰어나와 난동을 부렸다. 이에 알 사드 선수들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고 난투극이 벌어졌다.
비슷한 상황이 또 일어날 뻔 했다. 바로 한국과 카타르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벌어진 카타르전에서 손흥민(함부르크SV) 결승골로 극적인 2-1 승리를 따냈지만 생채기가 남았다.
그렇지 않아도 카타르 '침대 축구'에 관중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덧붙여 카타르 선수들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거친 플레이를 하자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반 이근호가 달려들 때 골키퍼와 부딪히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카타르 골키퍼는 이근호 무릎에 관자놀이 부분이 찍혀 잠시 기절했다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보지 못한 대다수 관중들은 또 다시 카타르의 침대축구가 시작된 것으로 오해하고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카타르가 심하게 태클을 해오면서 사사건건 우리 선수들을 자극했다. 이에 그라운드에서 몸싸움이 일어나 두 번이나 심판이 말리러가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국과 카타르 모두 승점7인 상황에서 월드컵 본선에 나가기 위한 승점3이 시급했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급기야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카타르의 시간 끌기는 더욱 심해졌다. 모삽 모하모드는 던지기 상황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며 시간을 끌어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당하기도 했다. 카타르의 시간끌기와 거친 플레이에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급기야 관중석에서 페트병이 날아왔다. 카타르 벤치와 선수들을 조준해 던진 페트병에 카타르 선수들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경기 도중 관중이 소요사태를 일으켜 경기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는 경우는 허다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99년 삼성과 롯데의 플레이오프 7차전이었다.
당시 대구구장서 벌어졌던 경기에서 삼성이 2-0으로 앞서고도 펠릭스 호세의 솔로 홈런이 나오자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들었다. 다혈질인 호세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고 결국 소요사태가 일어났다. 롯데 선수들은 이에 대한 항의로 짐을 싸들고 퇴장하며 20여분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삼성에 불리한 쪽으로 흘러갔다. 당시 삼성의 선발투수 노장진이 어깨가 식어버리면서 마해영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고, 결국 경기는 롯데의 연장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삼성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갔던 경기가 관중석에서 날아온 물병에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번 사태 역시 그런 개연성이 충분했다.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이 나왔기에 망정이지, 만에 하나 카타르 선수들이 정신력을 가다듬고 한국을 상대로 오히려 득점했다면 충분히 관중이 던진 물병이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카타르의 침대축구는 당연히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짜증난다고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드는 것은 더더욱 비난받아야 한다. 게다가 이번 일로 대한축구협회가 AFC로부터 징계를 받을지도 모른다. 원정에서 지고 돌아간 카타르가 이번 일에 대해 충분히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 축구 사례를 보면 관중들이 난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까지 우리가 따라할 필요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