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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롱대롱 레슬링…UFC에서 힌트?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3.02.20 08:28
수정

조르기-꺾기 등 강한 기술 적극 도입해야

UFC 주짓수처럼 정교한 매력으로 흥미 유발도

레슬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근대올림픽 원조 정식종목이랄 수 있는 레슬링이 올림픽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2일(한국시각) 스위스 로잔 팰리스호텔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 핵심종목(Core Sports) 25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여기서 레슬링은 25개 핵심종목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레슬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레슬링이 올림픽에 잔류하기 위해서는 오는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서 열리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올림픽 진입을 노리는 야구, 소프트볼, 가라데, 우슈, 롤러, 스쿼시, 스포츠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 7개 종목들과 경합을 벌여 2020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마지막 종목으로 선택을 받아야 한다. 레슬링은 이미 한 차례 IOC 집행위원들로부터 퇴출 종목으로 지목, 다른 7개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올림픽이 상업화 되고 TV중계 중요성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IOC가 정식종목들의 옥석을 가리는 기준에서도 관중들이나 시청자들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레슬링 위기는 결코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레슬링 경기 룰이 종합점수제에서 세트제로 변화하면서 선수들은 공격적인 플레이보다는 실점하지 않는 수비지향적 플레이를 펼치는 데 집중했다. 그런 플레이 패턴은 레슬링 경기를 박진감 넘치고 역동적인 종목이 아닌 ‘잡고 뿌리치는 동작의 반복’으로 점철된 지루한 종목으로 변질시켰다.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판정시비나 여타의 문제는 그 다음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경기 자체가 재미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세계 레슬링계는 물론 뜻 있는 스포츠인들은 "IOC가 올림픽의 기본정신을 망각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레슬링이라는 종목을 다른 종목들과 같은 잣대로 단순히 재미없고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퇴출시켜도 된다고 판단, 레슬링 핵심종목 제외에 표를 던진 IOC 집행위원들의 행태는 분명 올림픽 역사와 올림픽 운동의 기본정신을 망각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레슬링이 올림픽에 잔류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국제레슬링연맹(FILA) 라파엘 마르티네티(스위스) 회장은 레슬링의 하계올림픽 핵심종목 탈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레슬링의 올림픽 핵심종목 탈락이 발표된 이후부터 국제 스포츠계에는 레슬링을 올림픽 무대에 계속 남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ILA가 적절한 자구책을 마련해 제시하고 이 같은 자구책을 각종 국제대회에서 제대로 실천한다면, 원조 올림픽 종목이라는 명분을 고려할 때 분명 희망이 있다.

그렇다면 FILA가 제시할 자구책에서 어떤 부분이 핵심이 되어야 할까. 그것은 결국 레슬링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다. 레슬링이 가진 본연의 모습과 매력을 되찾는다면 앞으로 레슬링이 올림픽 퇴출을 걱정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최근 거론되는 자유형과 그레코로만형을 통합하는 안은 바람직스러운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준의 변신은 레슬링을 올림픽 퇴출 위기에서 구하기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정찬성-포이리에전.
여기서 잠시 역사를 거슬러 고대 올림픽까지 올라가 본다거나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종합격투기에 눈을 돌려 본다면 그 힌트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체육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듯 레슬링의 기원이 된 고대올림픽 종목으로 ‘판크라치온’이라는 종목이 있다. 레슬링과 복싱의 기원이 된 종목인 판크라치온은 고대올림픽 최고의 인기 종목이었다.

판크라치온은 일정한 무기와 보호 장비 없이 맨손으로 주먹 지르기, 발차기, 꺾기, 던지기, 조르기 등 물어뜯기와 눈 후비기를 제외한 모든 기술이 허용되는 격렬한 격투무술로 일정한 규칙 없이 상대방이 항복할 때까지 경기가 계속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얼핏 보면 오늘날 UFC와 같은 종합격투기와 그 모양새가 비슷하다. 레슬링을 과거 고대올림픽 시절 판크라치온이나 종합격투기와 같은 형태로 되돌릴 수는 없어도 레슬링 경기의 흥미유발을 위해 힌트를 얻을 만한 부분은 있다. 특히, 상대 선수의 두 어깨를 매트에 닿게 하는 ‘폴’이 아닌 상대를 조르거나 꺾어 기권을 받아내 승리하는 기술들을 과감히 허용하는 부분은 적극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도에서는 레슬링의 폴과 같은 누르기 기술을 포함 상대의 목을 조르거나 관절을 꺾어 한판승을 이끌어 내는 ‘굳히기’ 기술을 허용하고 있다. 레슬링에도 이 같은 주짓수나 유도의 기술 접목을 고려할 만하다.

현재 종합격투기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비결은 강력한 타격기술이 주는 박진감도 주된 원인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상대를 쓰러뜨리는 다양한 레슬링 기술과 상대를 조르고 꺾는 다양한 주짓수 기술들이 결합돼 상대의 기권을 이끌어내는 정교함도 중요한 인기 비결이다. 그런 이유로 종합 격투기 무대에 서는 선수들이 수련하는 무술 종목에서 레슬링(그래플링)과 주짓수(유도)가 필수 종목으로 되어 있고, 레슬링에 능한 선수가 챔피언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레슬링에서 복싱의 KO나 유도의 굳히기 한판승과 같은 장면이 자주 연출될수록 레슬링은 ‘보는 재미’가 있는 종목으로 변신이 가능할 전망이다. 경기의 룰도 현재의 세트제가 아닌 1980-90년대 행해지던 종합점수제로 돌아가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등 전반적인 룰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과거 레슬링이 누렸던 인기를 되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미라는 부분을 차치하고 레슬링은 분명 올림픽에 있어야 할 명분과 자격이 있는 종목이다. 그러나 흥미와 재미를 추구하는 흐름을 무시한다면 레슬링이라는 종목은 그야말로 ‘박제와 같은 스포츠’에 머무를 수 있다. 한 전문가는 레슬링이 재미없다는 비판에 ‘차라리 프로레슬링을 하자고 해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이 전문가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레슬링이 올림픽 무대에서 단순히 잔류가 아닌 인기 종목으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프로레슬링에서라도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워야 할 때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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