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볼보 S60'…BMW가 지겨운 당신에게
입력 2013.01.0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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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디자인, 연비에 '희소성'까지
볼보 S60
국내 소비자의 8%를 넘는 이들이 값싸고 만만한 국산차 놔두고 비싼 수입차를 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국산차보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원하거나, 우수한 연비를 원하거나, 빼어난 디자인을 원하거나, 압도적인 엠블럼의 가치를 원하거나.
그리고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바로 '주위의 시선'을 느끼게 해주는 '희소성'의 가치다. 발에 차이도록 많은 국산차가 아닌,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차를 몰고 다니며 시선을 끄는 것.
그런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켜주는 차가 BMW의 모델들이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와 다수의 베스트셀링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수치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하지만, BMW의 주력 모델들은 너무 많이 팔리다 보니 한 가지 딜레마에 빠져 버렸다. 앞서 수입차의 가치 중 마지막으로 언급한 '희소성'이 계속해서 희석되고 있다. 많이 팔리면 그만큼 흔해진다.
과연 BMW가 제공하는 여러 가지 가치를 충족시키면서도 BMW만큼 흔하지 않은 수입차가 있을까?
최근 시승해본 볼보 S60은 이같은 의문을 일거에 해소해준 모델이었다. 가격이나 상품성 양면에서 BMW 3시리즈와 같은 선상에 놓고 고민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시승 차량은 2013년형 볼보 S60 D4 모델(2013년형이 2012년형보다 뭐가 개선됐는지는 뒤에서 설명하겠다)로, 2.0ℓ 배기량의 직렬 5기통 터보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2.4ℓ급인 D5에 비해서는 퍼포먼스는 다소 떨어지지만, 연비는 높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제형 모델이다.
가장 먼저 추켜세워주고 싶은 부분은 디자인이다. 볼보 특유의 탄탄하고 안정감 있는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스포티함을 가미한 외관이 눈을 사로잡는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볼보가 전통적인 깍두기 디자인에 대패질을 가한 이래 가장 잘 만든 디자인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헤드램프보다 확연히 앞으로 돌출된 그릴 부위는 보닛의 캐릭터라인과 부드럽게 연결돼 '탄탄함'과 '날렵함'이라는 상반된 느낌을 적절하게 조화시킨다.
요즘 세단들의 디자인적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뭉툭한 전면부의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탈피해 날렵한 느낌을 주면서도, 안정감을 잃어버리지 않는 느낌이다.
S60에 스포티함을 더해 주는 건 쓰다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잘 빠진 꽁무니다. 뒤로 갈수록 경사가 높아지는 측면 캐릭터 라인을 거스르지 않고 위로 살짝 솟아 있으면서도 짧게 끊겨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세단인지, 쿠페인지, 해치백인지 구분이 모호하지만, 일단 보기에는 좋으니 굳이 그걸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트렁크를 열어보면 세단임을 알 수 있다).
리어 오버행이 짧은 관계로 트렁크의 전후 폭은 좁지만, 꽁무니가 위로 솟은 덕에 비교적 높아진 상하 공간이 어느 정도 커버해 준다.
볼보 S60
실내공간도 상당히 넓다. 전장과 전고, 공차중량 등을 감안한 차급은 준중형급이지만, 뒷좌석 공간은 중형차 이상의 편안함을 준다.
실제, S60의 전폭은 1865㎜로, 경쟁차인 BMW 320d(1811㎜)보다 월등할 뿐 아니라, 한 차급 위인 중형 쏘나타(1835㎜) 보다도 넓다. 이 때문에 S60을 중형차로 보는 시각도 있다(볼보자동차코리아 측은 준중형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 이제 달려볼 차례다. 시승 코스는 서울에서 속초까지 영동고속도로와 국도, 시내도로 등을 포함한 구간이다.
시동을 거니 디젤차 특유의 털털거림이 들려온다. 이정도는 높은 토크와 고연비 때문에 디젤을 택한 모든 이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니 굳이 단점으로 꼽진 않겠다. 아무리 비싼 디젤차도 이 소리는 못 잡는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시 느낌은 확실히 만족할 만하다. 디젤차를 놓고 서킷에서나 테스트해볼 수 있는 제로백 같은 걸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좌회전 차선에서 뻔뻔스럽게 직진을 하던 얌체족이 갑자기 끼어드는 걸 막아설 수 있을 정도의 순발력을 충분히 제공한다는 뜻이다.
고속도로에서의 가속능력도 탁월하다. S60의 직렬 5기통 터보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63마력에 최대토크 40.8kg·m를 낸다. 준중형의 차체 크기에 이정도 동력성능은 충분하다 못해 과분하다. 토크는 한 차급 높은 국산 중형차의 두 배에 달한다.
경쟁 모델인 BMW 320d(184마력, 38.8kg·m)와 비교하면 출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토크는 높다.
강원도는 고속도로조차도 오르막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오르막이 상당시간 계속되는 구간에서 고속을 유지해도 엔진회전수(rpm)가 2000rpm을 넘지 않는 상태로 운전자에게 여유를 제공한다.
S60은 디젤차 중에서도 낮은 엔진 회전구간에서 최대 출력과 토크를 뿜어내는 게 장점이다. 최대토크는 1500rpm에서, 최고출력은 3500rpm에서 나온다.
핸들링은 독일차의 단단함과 일본차의 부드러움을 적절히 조화시킨 듯한 느낌이다. 고속 급회전 구간에서 크게 출렁이지 않으면서도 중심을 잘 잡아준다. 서킷에서만 가지고 놀 게 아니라면 이 정도면 딱 적합할 듯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연비다. 기름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3박 4일간 서울과 속초를 오가고 출퇴근 시간 서울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는데도 3분의 1가량이 남았다. 동급 가솔린 차량으로 같은 거리를 돌아다녔다면 연료통을 두 번을 비웠어야 했을 것이다.
통상 실제 체감되는 연비는 공인연비보다 낮게 나오는 게 보통인데, S60은 반대였다. 이 차가 왜 14.0km/ℓ의 복합연비를 공인받았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다.
고속도로에서는 오르막과 정체 구간을 포함했음에도 불구, 평균 18.7km/ℓ가 나왔다. 여기까지는 연비를 높이기 위한 약간의 발장난(?)을 가미했음을 실토하겠다. 그러지 않았더라도 17km/ℓ는 거뜬히 넘었으리라 생각된다.
기대 이상의 만족스런 결과가 나온 것은 연비 측정계만 리셋해놓고 별 생각 없이 운행했던 시내 구간에서였다. 출퇴근길 운행까지 포함했음에도 불구, 13.5km/ℓ가 측정됐다. 정체 구간에서 멈췄던 차체를 움직일 때 낮은 엔진회전구간에서 가볍게 움직이는 게 주효한 듯하다.
안전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볼보의 주특기다. 요즘 볼보는 튼튼한 차체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고 위험 자체를 줄이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최근 국산 고급 차량에서 경쟁적으로 장착되는 '후측방경보장치'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것은 볼보 S60을 통해서다. 볼보는 이를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이라 부른다.
멀쩡한 차에 흠집 내기 싫어 시험해보진 못했지만, 저속에서 앞차와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운전자가 졸거나 눈치 채지 못하면 자동으로 멈춰 주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시티 세이프티' 기능으로, 구형 S60의 경우 작동 속도가 시속 30km였는데 2013년형은 시속 50km로 개선됐다.
볼보 S60 내부모습
굳이 단점을 찾자면, 가격대에 비해 편의사양이 썩 세심하지 않고, 운전석 수납공간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격이 4분의 1밖에 안하는 국산차에도 웬만하면 다 달려 있는 '오토라이트(외부 밝기에 따라 헤드램프가 자동으로 점멸되는 기능)'가 2013년형에 새로 추가된 사양일 정도다.
센터페시아와 기어레버 연결부위를 깔끔하게 정리해 놓아 시각적으로는 좋지만, 적응되기 전까지는 불편하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잡동사니를 놓아 둘 공간도 없고, 시거잭과 USB 포트를 찾으려면 센터콘솔을 열어 뒤적거려야 한다.
S60 D4의 가격은 4430만원으로 경쟁 모델인 BMW 320d(4750만원)나 벤츠 C 220 CDI(4780만원)보다 300만원 이상 저렴하고, 아우디 A4 2.0 TDI(4380만원)보다도 50만원 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