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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유행어에 빠져버렸다람쥐~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입력 2012.12.16 09:09
수정 2013.05.22 14:46

<김헌식 칼럼>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유행어와 2012 사회문화

2012년 가볍고 지엽적인 유행어가 많았다고 한다. 겉으로는 그렇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점은 있다. 한 해 동안 유행어를 주도하는 것은 영화와 방송과 같은 대중매체이다. 실제로 2012년 유행어들은 방송 매체가 주도했다. 매체의 대국민 영향력의 가늠좌는 아무래도 여전히 시청률이다.

20%의 시청률을 오르락내리락 했던 KBS 개그콘서트에서 많은 유행어가 나왔다. 김준현의 '고뤠~', 허경환의 '궁금하면 500원', 정태호의 '브라우니 물어!', 박성호의 '~가 아니무니다.', 꺾기도 팀의 '감사합니다람쥐~' 등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이런 유행어는 재미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많이 오르내린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조정석은 코믹한 납득이 역할로 나와 '어떡하지' 라는 유행어를 세간에 널리 퍼트렸다. '고뤠~' 등의 김준현은 통통하고 귀여운 이미지와 함께 유행어로 CF킹이 된 이유는 바로 웃음코드 때문이었다.

반드시 재밌어야만 유행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진중한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유행어는 탄생한다. 2012년 소년은 유행어를 남기지 못하고 중년은 크게 남겼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ㅡ훤이나 영화 늑대소년의 송중기와 같은 국민 꽃동생이 유행을 하는 한쪽으로 2012년에는 중년이 부각되었으며 이중에 꽃중년이라는 단어도 유행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꽃중년들을 집단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훤이나 늑대소년은 유행어를 만들어냈지만 도진은 만들어냈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구가하던 코너 '꺾기도' 마지막 편 동영상 화면 캡처.

디지털 공간에서는 장동건 유행어가 2012 최고의 유행어로 뽑혔다.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설문조사에서 '~하는 걸로'가 1위를 차지했다. 총 2853표 중 489표(17.1%)의 지지를 얻었다. 자기의 의사를 전하고자 하거나 일을 시킬 때 혹은 남의 의견을 저지하고 화제를 바꿀 때 사용하던 장동건의 ~걸로체는 자기를 소중하게 지켜내려는 현대인의 무의식이 담겨 있다. 현실에서 자기 스타일을 구기지 않고 온존시켜내기란 참 쉽지 않다.

강남스타일 뮤직 비디오는 '나는 ○○스타일'이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각자 자신의 스타일이 최고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형태(하정우)가 입에 달고 살았던 "살아 있네"도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에는 의미보다는 입에 잘 달라붙는 유희적인 단어들이 많이 화제에 올랐다. 꺾기도의 말처럼 언어유희에 많이 기울었다. ‘고뤠~’도 그렇지만, 정태호의 '비싸도 너무 비싸', '해도 너무 해', 허경환의 '아니아니 아니되오', 코미디 빅리그에서 라이또 팀의 '시르다'와 '조으다'도 마찬가지다. 이는 말의 단순반복이나 연음에 따른 것으로 그 자체에서 어떤 의미를 간파할 수는 없어 보인다.

tvN '응답하라, 1997'은 응답하라 패러디를 낳았다, 특히 기업의 광고와 홍보를 위해 많이 차용되었다. 그러한 기업의 마케팅과는 별도로 한국의 사회상을 담고 있었다. '응답하라'는 누군가 상대방의 말을 듣고 싶다는 명령어이다. 불소통의 사회상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여기에 영화 유행어 '살아있네'는 어쩌면 경쟁과 명령 그리고 고용 불안 속에서 숨죽여야하는 현실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어떡하지, 너'라는 말은 어쩌면 어떻게 하지 나를 담고 있는지 모른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고민과 좌절이 있을 때마다 친구를 찾아간다. 그는 비록 대학에 들어간 주인공과 달리 재수생이지만 항상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제도권에 들어가건 주류에 들어가도 고민은 항상 있다. 백수에서 고용의 단계에 이르거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하급직에서 상급직으로 올라가도 항상 우리는 어떡하지를 연발 한다. '납득이 안가 납득이'라는 말이 터져 나오는 상황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은 멘토를 찾는지 모른다. 그리고 힐링을 염원한다. 결국 우리가 외치고 싶은 것은 나는 나라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스타일'이라는 유행어가 각광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스타일'이고 살아있고 싶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센스 있게 전하고 싶다. 혼자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동건의 걸로체와 같이 다른 이들이 모두 '하는 걸로' 해준다면 좋으리라. 때로는 그것이 자기중심적으로 보일지라도 말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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