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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접’ 류현진…다저스 3선발 장밋빛

이일동 기자
입력 2012.12.12 11:18
수정

구위 등 변수 감안..커쇼-그라인키 뒤

예전 베켓 아니고 빌링슬리 부상 우려

현재 예상으로는 1선발 클레이튼 커쇼, 2선발 잭 그레인키, 3선발 조시 베켓, 4선발 채드 빌링슬리, 5선발 류현진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류현진(25)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괴물 대접을 받았다.

류현진은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LA에서 매직 존슨 구단주와 네드 콜레티 단장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입단식에 다저스 유니폼을 받았다. 등번호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99번.

류현진은 6년간 총액 3600만 달러(약 390억원)의 파격 조건으로 다저스에 입단했다. 한화에 지급한 이적료 2500만 달러를 포함하면 6100만 달러. 사실상 6년간 약 660억의 거액을 류현진에 쏟아 부었다. 연평균 환산하면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1000만 달러 가치의 투수로 평가한 셈이다.

1000만 달러는 말 그대로 투수 왕국 다저스 명성에 걸맞은 류현진의 몸값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연봉이 1100만 달러, FA 최대어 잭 그레인키 연봉이 1700만 달러다. 조시 베켓이 1575만 달러, 채드 빌링슬리가 1100만 달러다. 류현진은 테드 릴리(3년간 3300만달러)와 함께 그 다음 수준이다.


'선발만 8명' 류현진의 살아남기

류현진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류현진을 ‘메이저리그 3선발급’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다저스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이 주장을 굽히지 않고 결국엔 관철시켰다. 과연 류현진은 투수 왕국이라는 다저스에서도 3선발에 오를 구위를 지녔을까.

다저스는 선발 투수만 8명을 보유한 선발 왕국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조시 베켓-채드 빌링슬리-크리스 카푸아노-테드 릴리-애런 하랑 그리고 류현진까지. 여기에 FA 최대어 잭 그레인키도 합류했다. 다저스 입장에선 선발 요원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 이런 팀 내 사정을 감안해 “선발 요원 중 3명을 트레이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이 ESPN을 통해 밝혔다.

현재 예상으로는 1선발 클레이튼 커쇼, 2선발 잭 그레인키, 3선발 조시 베켓, 4선발 채드 빌링슬리, 5선발 류현진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나머지 크리스 카푸아노와 테드 릴리, 애런 하랑이 트레이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이영상 원투펀치 커쇼와 그레인키를 신인인 류현진이 필적하기엔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3선발 베켓과 빌링슬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3선발 가능성은 '장밋빛'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시절 월드시리즈 MVP에 선정된 당시의 베켓이 아니다. 완벽한 오버핸드 딜리버리로 내리꽂던 포심은 사라졌고 팔이 상당히 아래로 내려온 상태. 말 그대로 스리쿼터 형태에서 포심을 구사한다. 그 포심 역시 과거의 라이징 패스트볼성이 아니라 옆으로 휘는 테일링 패스트볼 형태의 공이 최근엔 주무기다. 과거 100마일에 육박하던 베켓이라면 류현진이 밀리지만 현재 베켓이라면 류현진이 도전할 만하다. 특히, 상승 무브먼트는 오히려 류현진의 포심이 앞선다.

4선발로 예상하는 빌링슬리 역시 류현진이 도전해 볼만한 상대다. 95마일 대 묵직한 포심과 커브와 슬라이더 등 안정된 제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이 아킬레스건이다.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 언제든 부상자 명단에 오를 수 있다. 나머지 크리스 카푸아노는 벤자민 주키치(LG)와 같이 클로즈드 스트라이드(Closed Stride)를 구사하는 특이한 투수다. 릴리스 포인트를 감춰 타자들의 타이밍을 교란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구위 자체는 류현진보다 떨어지는 투수로 보인다.

노장 좌완 테드 릴리는 한 템포 쉬고 넘어오는 투구폼을 지녀 오프스피드 피치에 능하고 낙차 큰 커브가 주무기다. 직구 스피드는 90마일을 넘기지 않지만 정교한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타입. 구위 자체는 위력적이지 않다. 릴리는 부족한 좌완 불펜 사정상 불펜 전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애런 하랑은 상승 무브먼트 좋은 포심 위주의 정면승부가 돋보이는 투수다. 지난 4월 14일 샌디에이고전에서 무려 9타자 연속 탈삼진 포함, 한 경기 13탈삼진 경기를 기록할 정도로 구위 자체는 좋다. 우완 하랑이 베켓의 자리를 대신할 순 있어도 좌완 류현진 자리를 넘볼 수는 없다.


포심은 커쇼보다 위력적

투수 구위를 가늠하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포심 패스트볼 위력이다. 그 중에서도 상승 무브먼트가 얼마냐에 따라 투수의 포심 위력을 평가한다. 상승 무브먼트는 백스핀이 걸린 회전수에 비례한다.

그럼 류현진이 던지는 포심의 상승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투수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일까. 류현진이 한화 시절 구사한 포심의 상승 무브먼트는 31.96cm였다. 가장 위력적인 포심을 구사하는 오승환의 돌직구는 무려 35.51cm에 이른다. 실제로는 95마일 정도의 오승환 포심을 WBC에서 100마일처럼 보였다고 평가한 이유가 상승 무브먼트 덕분이다. 타자들의 눈을 향해 솟구치는 공은 착시현상으로 더 빠르게 느껴진다.

다저스의 좌완 에이스이자 사이영상 수상자인 커쇼의 상승 무브먼트는 27.69cm에 불과하다. 또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으로 거론되는 류현진의 닮은꼴 C.C 사바시아(뉴욕양키스)는 23.11cm, 클리프 리(필라델피아)는 26.42cm다. 메이저리그 특급 좌완과 비교해도 류현진 포심의 위력은 오히려 더 뛰어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포심이 아니라 다양한 변화구다. 류현진은 국내에선 우타자를 상대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서클체인지업을, 좌타자를 상대로는 슬라이더와 타이밍을 빼앗는 느린 커브를 주로 사용했다. 무엇보다 류현진의 장점은 구종 변화에도 스윙이 일정 궤적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류현진이 커쇼보다 떨어지는 건 커뮤니케이션과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다. 구위 자체로 보면 류현진은 보라스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3선발급이 확실하다. 커쇼와 그레인키, 두 사이영상 투수 다음이 류현진의 자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적응만 순조롭다면 커쇼급 류현진 혹은 그레인키급 류현진을 다저스타디움서 보는 일이 꿈만은 아니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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