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쌓기? 허재호 가슴 터지는 리빌딩
입력 2012.11.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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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5할 넘나들며 선방..KCC 최악
리빌딩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
올 시즌 꼴찌로 추락한 KCC 허재 감독.
요즘 스포츠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바로 리빌딩(rebuilding)이다.
성적이 좋지 않거나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 혹은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들은 하나같이 리빌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말 그대로 팀을 재건한다는 의미다.
‘2012-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에서 리빌딩을 표방한 팀들이 몇 있다. 하지만 모양새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며 세대교체를 표방한 LG와 삼성이 당초 예상을 깨고 5할 승률을 넘나들며 선방하고 있는 반면, KCC는 창단 이래 최악의 성적으로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은 리빌딩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리빌딩에 대한 가장 큰 선입견 중 하나가 성적을 포기하면서 해야 한다는 착각이다. 하지만 변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과 아예 성적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출발선이 다르다.
김동광 감독을 영입한 삼성은 신구조화를 통한 자연스러운 리빌딩을 선택했다. 그동안 베테랑들의 비중이 컸던 삼성은 올 시즌 최수현, 임동섭, 박병우 등 1,2년차 신인급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며 세대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베테랑들의 가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규섭, 이시준, 이정석, 이동준, 황진원 등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도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선수단이 끊임없는 내부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을 완전히 물갈이하는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했다.
이적생 김영환이 곧바로 주장을 차지했을 만큼 선수단이 큰 폭으로 바뀌었고 훨씬 젊어졌다. 로드 벤슨이라는 확실한 빅맨이 가세하면서 골밑의 안정감이 높아졌고 양우섭, 박래훈 등 스피드와 외곽슛을 지닌 선수들이 중용되면서 팀컬러가 한층 젊어졌다. LG는 다소 들쭉날쭉한 전력을 드러내고 있지만 강팀을 잡거나 큰 점수차로 승패가 바뀌는 '도깨비' 행보를 이어가며 다크호스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반면 프로농구 통산 5차례 우승에 빛나는 KCC는 그야말로 잘못 시작한 리빌딩으로 인해 호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승진-강병현 등이 군에 입대하고 전태풍 이적, 추승균 은퇴 등으로 우승전력들이 대거 이탈한 KCC는 사실상 신인급 선수들만으로 올 시즌을 치르고 있다. 베테랑 선수는 임재현과 신명호 정도다.
KCC는 올 시즌을 앞두고 별다른 전력보강에 나서지 않았다. 삼성처럼 FA 선수를 영입하지도 않았고, LG처럼 다른 구단과 트레이드를 통해 팀에 필요한 즉시전력감을 영입한 것도 아니다. 올 시즌 프로농구 샐러리캡 하한선인 70%를 채우지 못한 팀은 KCC와 LG 뿐이다.
KCC가 전력보강을 위해서 올 시즌 나선 일이라고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커트니 심스를 영입한 것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드래프트 행운에 기댄 결과다. KCC가 다른 노력이나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라고는 할 수 없다. 그나마 심스는 득점력 외에 리바운드나 골밑 장악력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움직임으로 1순위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력보강에 소홀한 KCC의 명분은 어차피 군 제대 선수들과 내년 신인들까지 가세하면 샐러리캡도 채워지고 포지션 중복의 혼란까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려한대로 신인급 선수들로 채워진 KCC는 고비마다 뒷심부족을 드러내며 주저앉기 일쑤다. 승부처마다 형편없는 득점력과 어이없는 턴오버로 자멸하는 경기도 속출하고 있다.
허재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문제’라고 탓하며 감독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한탄하지만, 감독의 가장 큰 업무인 시즌 전력구상에 소홀하며 팀이 꼴찌로 떨어지도록 방치한 것은 바로 감독 본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 LG와 삼성은 성적과 세대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아가고 있다. 반면 KCC는 과연 이런 식으로 패배만 쌓아가는 리빌딩이 젊은 선수들 성장에 어떤 보탬이 될지 미지수다.
2라운드까지 단 3승에 그친 KCC는 팀 창단 역대 최악의 성적을 ‘경신’했다. 무리한 리빌딩으로 인해 승부가 뻔한 경기가 속출하며 리그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리빌딩을 핑계로 한 일부 구단들의 성의 없는 시즌 운영은 침체된 프로농구 흥행에도 악재로 작용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