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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해지’ 레더…장수 용병의 나쁜 예

이준목 기자
입력 2012.11.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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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조건 거절당하자 멋대로 이탈

6년 한국농구 인연 씁쓸한 새드엔딩

한국생활 후반기로 접어들수록 레더는 결과적으로 ‘장수 외국인선수들의 나쁜 선례’를 답습했다는 평가다.

‘한국형 용병’ 테렌스 레더도 정작 한국농구와의 기나긴 인연을 끝내는 순간은 좋지 못했다.

레더는 최근 소속팀 오리온스와의 계약을 자진 해지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올 시즌 장기간 무릎부상에 허덕이며 계륵이 되어버린 레더는 팀 내 입지가 불안해지자 구단에 시즌 계약보장 등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거절당하자 훈련과 원정 합류를 거부하고 짐을 쌌다. 가뜩이나 부상 선수가 많았던 오리온스는 오매불망 레더의 부활을 기다리다가 뒤통수 맞은 꼴이 됐다.

2007-08시즌 서울삼성 유니폼을 입고 KBL 무대에 데뷔한 레더는 외국인 선수로서는 무려 6시즌 연속 개근, 조니 맥도웰(전 현대/KCC) 계보를 잇는 장수 외국인선수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빅맨치고는 크지 않은 체격조건에 전투적인 승부근성과 빼어난 득점력을 앞세워 골밑을 장악하는 그의 위력은 역대 외국인선수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이었다.

레더는 2008-09시즌 KBL 역대 최초로 득점과 리바운드 타이틀을 동시 석권하며 외국인선수 MVP에 선정되는 등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레더신’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소속팀도 무려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2008~2010)에 올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레더는 종종 다혈질적 성격과 빗나간 승부욕으로 ‘악동’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신경질적인 반응과 거친 플레이를 남발하기 일쑤였고, 경기 중 교묘하게 팔꿈치를 쓰는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상대 선수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비난을 듣기도 했다.

삼성 시절 이승준, SK 시절 김효범과 불화설에 휩싸이며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KCC 시절인 2010년에는 경기 종료 직후 상대팀 라커룸을 급습해 난동을 일으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레더는 코트 위에서 승부욕이 강한 이미지가 왜곡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생활 후반기로 접어들수록 레더는 결과적으로 ‘장수 외국인선수들의 나쁜 선례’를 답습했다는 평가다. 초기에는 눈치를 보며 감독 지시를 잘 따르고 동료들과도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던 외국인선수들은 점점 성적이 좋아지거나 리그 적응을 마치면 이기적 본색을 드러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레더도 예외는 아니었다. 구단에 요구조건이 많아졌고 통제에도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

레더는 삼성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9-10시즌 도중 팀원들과 불화를 겪은 끝에 KCC로 트레이드 됐고, 이후 매년 다른 팀을 전전하는 저니맨 신세가 됐다. 레더의 기량이 못내 아쉬운 구단들의 러브콜로 꾸준히 KBL 코트를 밟았지만 더 이상 예전 같은 활약을 재현하지 못했다. KBL의 제도변경도 레더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신장제한 폐지로 장신선수들이 대거 늘어났고, 올해는 수비자 3초룰까지 폐지돼 더 이상 골밑을 홀로 장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지난 시즌 모비스 시절부터 무릎부상으로 고전했던 레더는 올해 오리온스와 계약한 시점부터 몸상태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더가 올 시즌 오리온스에서 남긴 성적은 고작 7경기 출전에 평균 13분 35초를 뛰면서 5.6점, 2.7리바운드, 야투율 41.7%였다. KBL에서의 커리어 평균 21.5점. 10.4리바운드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코트에서 보여준 강한 승부욕과 달리, 결별과정에서 레더는 전혀 프로답지 못했다. 외국인선수로서 좋지 않은 몸 상태와 부진한 활약에도 과거 이름값에만 집착해 ‘특별대우’를 바랐고, 결국 요구조건이 수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단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탈했다. 김동욱, 최진수 등 주축선수들 줄부상에 시달리는 오리온스에 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다.

레더가 다시 한국무대를 밟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리온스와의 결별과정도 그랬지만 국내 농구계에서 이미 레더의 악동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도 기본적 인성과 한국농구에 대한 존중심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6년에 걸친 레더와 한국농구의 인연은 결국 씁쓸한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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