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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농구? 꼴찌 삼성 바꾼 김동광 감독

이준목 기자
입력 2012.11.26 09:12
수정

참혹한 성적 딛고 9승9패 선전

주전경쟁 유도-조직력 강화 효과

꼴찌 삼성의 변화는 백전노장 김동광 감독의 힘에서 비롯됐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13승 41패라는 참혹한 성적으로 창단 후 첫 꼴찌 수모와 홈 최다연패 기록을 세우는 등 각종 불명예 진기록을 경신했다. 중앙대의 무적 신화를 이끌었던 김상준 전 감독은 결국 성적부진의 오명을 쓰고 한 시즌 만에 경질됐다.

'2012-13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2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삼성은 9승 9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랜드-KT 등 강팀들을 꺾고 3연승을 내달렸다. 올 시즌도 하위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해가고 있다.

삼성의 변화는 백전노장 김동광 감독의 힘에서 비롯됐다. 삼성의 프로 창단 첫 우승(00~01시즌)을 견인했던 김동광 감독은 올 시즌 안양 KT&G(현 KGC) 사령탑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다.

김동광 감독의 복귀는 젊은 리더십으로의 변화를 시도했던 삼성이 실패를 인정하고 1년만에 검증된 베테랑 지도자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동광 감독은 복귀와 동시에 최고령 사령탑이자 프로농구 최초의 60대 지도자로 등장했다.

김동광 감독의 복귀에 당초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현장을 떠난 지 오래돼 감독으로서의 감각이 녹슬지 않았겠냐는 우려와 함께 현재 삼성의 선수구성으로는 김동광 감독이라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삼성의 전력은 사실 지난해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다. 이승준이 동부로 이적하고 동생 이동준을 영입했지만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졌다. 부상 중이던 이정석이 가세했지만 완전한 컨디션이 아니고, 믿었던 스타 가드 김승현 마저 사실상 시즌 아웃되면서 전력구상에 먹구름이 끼었다.

하지만 김동광 감독은 주변의 낮은 평가를 실력으로 극복해가고 있다. 김동광 감독은 부임과 함께 팀 내 주전경쟁 구도를 부활시키며 박병우, 임동섭, 최수현 등 신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화려한 선수구성에 비해 집중력이 부족한 ‘도련님 농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은 올 시즌 좀 더 끈끈한 팀 컬러로 거듭나고 있다.

김동광 감독의 별명은 ‘열혈남아’다. 선수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근성과 조직력이다. 잡초 같은 농구인생을 거쳐 프로농구 최고의 감독으로 살아남은 김동광 감독은 요즘 선수들이 어려움에 닥치면 쉽게 포기하는 나약한 근성이나, 기본과 팀플레이를 무시한 행동을 보일 때면 용납하지 못한다. 지금은 베테랑인 이규섭이 신인 시절 김동광 감독의 호된 질책에 눈물까지 흘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동안 베테랑들의 비중이 커 전반적으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나왔던 삼성도 김동광 감독의 부임과 함께 바로 군기가 잡힌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올 시즌에는 이적생 이동준이 김동광 감독의 집중 조련 대상이 됐다.

이동준은 지난 16일 KGC전에서는 파틸로의 덩크슛때 몸을 사리는 수비를 보였다가 “넌 KGC 선수냐? 그렇게 겁을 내서 무슨 농구를 할래”하고 호되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

김동광 감독 질책에 자극받은 이동준은 25일 잠실 홈에서 열린 KT전에서 국내 최고의 빅맨인 서장훈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자신은 17점 13리바운드로 3연승을 견인했다. 경기 후 김동광 감독도 모처럼 이동준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다혈질적인 성격만이 김동광 감독의 전부는 아니다.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보면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열심히 하려다가 벌어지는 실수에는 질책보다는 격려를 보낸다. 승패에 상관없이 패하는 경기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선수들을 독려하다가 목이 쉬는 경우도 다반사다.

삼성은 몇 년간 세대교체가 더디다고 평가받았던 팀이었다. 김동광 감독은 2년 계약에 성적에 대한 중압감이 있음에도 승부처에서 신인들을 과감하게 중용하는 뚝심을 선보였다. 감독의 믿음이 있기에 젊은 선수들 역시 프로의 무게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 있게 플레이한다. 선수들을 잡을 때는 잡고, 기를 살려줄 때는 살려주는 백전노장다운 완급조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삼성의 부활 조짐은 저평가 받던 베테랑 감독의 가치를 입증하는 장면이다. 삼성의 조용한 개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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