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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보다 기대되는 10년 뒤 ‘류현진 키즈’

김윤일 기자
입력 2012.11.16 09:15
수정

7년 성장 스토리 프로야구 흥행 요소

류현진 활약여부, 한국야구 10년 대계

류현진의 빅리그 성공 유무는 '류현진 키즈' 탄생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포스팅 시스템 사상 역대 4번째 금액(2573만 7737달러 33센트, 약 280억원)을 이끌어낸 류현진이 LA 다저스와의 협상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류현진이 다음 달 초에 이뤄질 연봉 협상에서 계약서에 도장만 찍는다면, 한국 야구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바로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 따라서 ‘류현진’이라는 이름 석 자는 곧 역사로 남을 수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시대를 대표하던 투수들은 늘 존재해왔다. 그리고 이들은 ‘최초’라는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평가 받는 선동열은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한 최초의 프로 선수였다. 8~9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의 그가 남긴 기록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이후 강속구를 보유한 유망주들이 등장할 때마다 붙었던 수식어는 ‘제2의 선동열’이었다.

한국 투수의 계보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또 있다. 바로 한화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선동열의 해가 저물 무렵이던 지난 1994년, 박찬호는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으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특히 90년대 후반 박찬호가 전해오는 승전보는 IMF로 어려움을 겪던 국민들을 위로해주었고, 더불어 ‘박찬호 키즈’로 불리는 무수한 투수 유망주들의 배출로 이어졌다.

하지만 코리안 특급의 활약은 엉뚱하게도 한국 야구에 불똥이 튀는 원인이기도 했다. 박찬호의 성공으로 김선우,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봉중근, 백차승, 송승준, 추신수, 채태인, 류제국 등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을 택했다. 이른바 유례가 없었던 유망주들의 미국행 러시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막기 위해 ‘해외파 2년 유예제도’를 만들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그러자 국내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 할 것이 모두 비상이 걸렸다. 프로 구단들은 지역 내 고졸 유망주를 뺏기지 않기 위해 거액의 계약금을 내밀 수밖에 없었고, 신인 선수들의 몸값 거품은 불어나기만 했다. 또한 국내 잔류를 택한 선수들이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행을 택하는 바람에 아마추어 리그인 대학야구는 존립 자체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가장 큰 피해는 역시나 프로 구단들이었다. 높은 몸값과 함께 많은 기대감을 걸었던 고교 유망주들의 대부분은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자신감을 잃어갔고, 끝내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한 채 소리 소문 없이 방출의 길을 걸은 선수들이 속출했다.

이와 맞물려 메이저리그에 눈높이가 맞춰진 팬들의 시선은 프로야구를 외면했고, 프로 출범 후 최악의 침체기가 시작됐다. 실제로 지금이야 포스트시즌 입장권이 없어서 난리지만 당시 한국시리즈에서는 외야의 빈 관중석을 메우기 위해 넓고 큰 현수막을 펼치는 촌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박찬호 키즈’들의 미국 러시가 끝나갈 즈음이던 2006년, 한국야구는 제1회 WBC에서 4강 신화를 이뤘다. 야구팬 모두가 들떠있던 그 때, 류현진이라는 괴물의 등장은 한국 야구의 부활을 알리는 기폭제가 되기 충분했다.

이후 류현진은 한화에 몸담으며 부진한 경기도 있었고, 부상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특급 투수다운 피칭을 선보인 날이 더 많았다. 야구팬들은 지난 7년간 이어져온 성장스토리에 아낌없는 박수로 류현진을 떠나보내고 있다.

류현진의 성공여부는 앞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 야구를 평가할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는 선수 개인은 물론 한국야구의 자존심이 걸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류현진이 한국에서와 같은 특급 피칭을 이어나가게 되면, 2000년대 초반과 같은 고교 유망주들의 미국행 러시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 미국의 스카우트들도 불확실한 유망주보다는 검증된 한국 프로야구의 선수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고교 선수들도 졸업 후 당장 미국행을 택하기 보다는 한국 프로야구를 거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럴 경우, 한국 프로야구는 유망주들의 유출 없이 더욱 풍성한 스타플레이어들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내년 시즌부터 초, 중, 고교 야구 유망주들의 시선은 류현진에게 향할 전망이다. 이른바 ‘류현진 키즈’의 등장이다. 고교 시절 팔꿈치 수술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이겨낸 뒤 프로야구를 주름잡고, 더 나아가 메이저리그를 호령할 류현진의 모습은 어린 유망주들이 자라날 자양분임에 틀림없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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