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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 공생관계’ 전창진의 서장훈 활용법

이준목 기자
입력 2012.11.09 10:18
수정

뚜렷한 개성 충돌? 믿음·집중으로 극복

베테랑 선수·감독 찰떡호흡..상승세 원동력

서장훈(오른쪽)은 KT로 이적한 이후 자신을 낮추고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서장훈(38·부산 KT)은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프로농구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다.

위치를 가리지 않는 탁월한 득점력과 위력적인 높이, 풍부한 경험은 불혹을 바라보는 지금도 경쟁자가 드물다. 하지만 서장훈은 전성기에도 종종 양날의 검으로 평가받을 만큼 장단점이 뚜렷했던 선수다.

느린 기동력과 소극적인 백코트, 지나친 승부근성으로 인한 판정에 대한 잦은 항의와 농구에 대한 뚜렷한 주관은, 감독들에게 서장훈을 다루기 쉽지 않은 선수라는 이미지를 안겼다.

전창진 감독이 서장훈을 품었을 때 많이 이들이 기대보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시즌 창원 LG에서 최악의 한해를 보내며 노쇠화 우려가 나온 데다, 개성강한 두 사람의 성격이 상극이 될 것이라는 선입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느리고 수비가 떨어지는 서장훈이 무빙 오펜스를 강조하는 KT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서장훈은 보란 듯이 올 시즌 KT에서 부활하며 자신의 건재를 알리고 있다. 출장시간 대비 득점력은 여전히 리그 최고수준이며 수비와 백코트에도 열성을 보이는 등 플레이스타일도 다소 변했다.

서장훈의 분전에 힘입어 초반 부진하던 KT의 성적도 반등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는 서장훈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판단해 활용도를 극대화시키는 전창진 감독의 용인술도 빼놓을 수 없다.

전창진 감독의 서장훈 활용법은 ‘믿음’과 ‘집중’으로 정의된다. 전창진 감독이 지난 시즌 이후 은퇴 기로에 몰린 서장훈을 주변의 우려를 무릅쓰고 영입한 것은 그만큼 신뢰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믿음이나 배려는 아니다. 서장훈에게 현재 팀 상황에서 필요한 역할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플레이만을 주문한다.

수비에서는 골밑을 지키고 박스아웃과 리바운드에 충실하고, 공격에서는 서장훈의 장점을 살려 포스트에서 상대 빅맨을 끌어내 적극적인 중장거리포룰 쏘도록 허용한다. 서장훈이 투입되느냐에 따라 KT는 손발을 맞출 선수구성도 달라진다.

서장훈 영입 이후 KT의 고질적이 약점이던 포스트에서의 득점력이 향상됐고 주전들을 나누어 출전하는 ‘더블 스쿼드’ 라인업이 가능했던 것도 역시 서장훈의 존재 때문이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 외적으로 심판에 대한 잦은 항의나 코트에서 감정 표출도 가급적 자제하고 주문했다.

서장훈은 이에 책임감으로 보답하고 있다. 서장훈에게 전창진 감독은 하마터면 불명예스럽게 마무리할 뻔했던 농구인생에 새 기회를 열어준 은인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출전시간에 대한 집착과 농구에 대한 가치관이 너무 뚜렷해 감독들과 알게 모르게 갈등을 빚었던 서장훈이지만, KT에서는 자신을 낮추고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전창진 감독의 기대와 배려에 보답해야 하는 책임감도 작용했다.

서장훈은 장기인 득점력 외에도 최근 몇 년간 보여주지 않았던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속공에 가담하는가하면, 볼을 지니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돌파나 컷인을 노리기도 한다. 수비에서도 거친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창진 감독이 따로 요구한 부분이 아니라 서장훈이 자신의 의지로 팀에 공헌하기 위한 선택이다.

불혹의 나이에 젊은 선수들과 부대끼느라 체력적으로 힘들고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서장훈은 지난 SK전에서 김민수의 팔꿈치에 맞아 피가 낭자하기도 했고 모비스전에서는 함지훈과 충돌해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다. 애매한 판정이나 상대 선수와의 신경전에 자칫 감정이 흐트러질 때마다 전창진 감독은 앞에 나서서 서장훈을 다독이고 보호한다.

서장훈과 전창진 감독, 두 사람의 공생관계는 프로선수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와 감독이 서로의 역할과 능력을 존중하는 이상적인 공존을 보여준다.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였던 KT가 다시 반등을 노릴 수 있는 것도 두 사람의 존재 때문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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