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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멘붕 수비’…롯데스러운 SK?

김윤일 기자
입력 2012.10.18 00:00
수정

승기잡은 SK, 7회 수비서 잇따라 실책

롯데, 허점 파고 들며 동점 후 역전승

최윤석의 6회 수비는 이번 시리즈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회심의 카드로 뽑아든 정대현이 무너진 순간, 그 누구도 SK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롯데가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0회 밀어내기 볼넷으로 5-4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1패 후 기사회생한 롯데는 안방인 사직으로 이동, 홈팬들의 절대적 응원을 등에 업고 반격을 노린다.

수차례 승부처가 발생한 이날 경기서 첫 번째 승패의 갈림길은 6회에 나왔다. 1회말 최정의 투런 홈런으로 2-1 살얼음 리드를 잡던 SK는 6회말 공격서 선두 타자 최정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기분 좋은 물꼬를 텄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후속 타자 이호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자 양승호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의외로 마무리 정대현이었다.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던 롯데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이었다.

친정팀과 마주한 정대현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보였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첫 타자 김강민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이날 타격 감각이 좋았던 조인성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고, 대타 이재원마저 볼넷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더 이상 마운드에 있을 이유가 없었던 정대현은 고개를 숙였고, SK 이만수 감독 역시 6회에만 3명의 대타 및 대주자를 기용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대로 승부는 결정 난 듯 보였다.

그러나 반전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났다. 박진만 대신 유격수 자리로 들어온 최윤석은 첫 타자 전준우의 땅볼 타구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 기록원은 내야안타로 기록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수비였다. 최윤석은 후속타자 황재균의 땅볼 때 결국 에러를 저지르며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떠오를만한 장면이었다. 당시 롯데 2루수 조성환은 어이없는 실책 2개를 범하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SK 역시 큰 경기에서의 에러는 곧 실점이라는 공식을 피해가지 못했다. 흔들리기 시작한 엄정욱은 잇따라 점수를 내줬고, 바뀐 투수 박희수마저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물망 같은 수비가 최대 강점인 SK로서는 이른바 ‘멘탈 붕괴’를 일으킬 만한 어이없는 패배였다. 그동안 SK는 짜임새 있는 야구로 상대 수비진의 허점을 파고드는 전술로 강자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선 오히려 결정적 수비 실책에 눈물을 머금고 말았다.

얼어붙은 최윤석의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윤석은 4-5로 뒤지던 연장 10회, 1사 1-3루의 천금같은 동점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최윤석에게는 경기를 끝내겠다는 자신감이 없었다. 기습적인 스퀴즈를 노렸지만 이마저도 실패하며 3루 주자 박정권을 불러들이는데 실패했다.

그러자 이만수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믿고 내보낸 전문 수비수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실책을 저지름에 따라 선수기용의 폭도 그만큼 좁아지게 됐다. 현재 SK는 박진만이 주전 유격수로 나서고 있지만 노쇠화로 인해 체력 안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극적인 역전승을 따낸 롯데엔 크나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롯데는 가을잔치서 좋은 분위기를 타다가도 야수들의 결정적 에러로 눈물을 흘려왔다. 상대는 롯데의 조그만 실수를 놓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시리즈 전체의 향방이 뒤바뀌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롯데가 상대의 실수를 잘 이용했다. 더욱 고무적인 부분은 준플레이오프서부터 부진에 빠졌던 베테랑 조성환이 동점 적시타를 치며 더그아웃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장타 빈곤에 허덕이던 홍성흔도 화끈한 홈런포를 터뜨렸고, 타선 역시 SK의 철벽 계투진인 박희수-정우람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김성배의 변함없는 완벽 투구와 경기 막판 고비를 잘 넘긴 최대성의 활약 등 보너스까지 두둑하게 챙겼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가 된 상황에서 한국시리즈행 티켓은 이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SK의 마운드는 여전히 높지만 롯데는 상대의 사소한 실책 하나로 부활하는데 성공했다. 잦은 실책과 빗나간 주루플레이 등으로 '초보 가을야구‘ ’가을엔 꼴데‘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듣던 터라 더 놀랍다. 분위기를 타는 롯데가 얼마나 강한 모습을 보이는지는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가 의외의 명승부 접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마련됐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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