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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D는 과학? 연패 사슬 끊어낸 '삭발투'

이일동 객원기자
입력 2012.07.01 07:08
수정

삭발 후 6연패 수렁 건져내는 완벽투

외국인선수 편견 지우고 팀에 융화

주키치는 지난달 30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SK전에 선발 등판, 7.2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이며 8-1 승리를 이끌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야구과학자로 추앙(?)받는 이가 있다. 바로 KBO 김재박 경기감독 분과위원이다. 김재박 위원이 현대 감독 시절이던 지난 2005년 던진 한 마디 때문이다.

김재박 위원이 던진 말은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다. 당시 막강 현대를 이끌던 김재박 감독이 시즌 초 롯데 초반 상승세를 보고 던진 직설 화법이다.

이 표현은 한국적인 영어로 표현(Down Team is Down)된 후 다시 이니셜화를 거쳐 'DTD'라는,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야구 현상을 나타내는 단어로 이미 세간의 공감대를 얻어버렸다.


DTD 수렁에 빠진 LG

당시 DTD로 지목당한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부임 후 DTD 대상이 되지 않았다. 정작 김재박 감독 자신의 가설 DTD는 2006시즌 감독으로 부임한 LG 트윈스에 그대로 적용됐다.

심지어 그 DTD 가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올 시즌도 여전히 DTD 공포에 허덕이고 있다. 시즌 초 상위권에서 예상 외 선전을 펼치던 LG는 롯데와 KIA에 6연패를 당하며 순식간에 7위로 추락했다.

주축 선수들의 대거 이탈에도 김기태 신임 감독을 중심으로 끈끈한 조직력의 야구로 변신을 시도하던 LG가 다시 DTD 망령에 사로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그 DTD 사슬도 끊어버린 에이스가 있다. 바로 ‘벽안(碧眼)의 이방인’ 벤자민 주키치(30)다.


주키치 삭발투혼

주키치는 지난달 30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SK전에 선발 등판, 7.2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이며 8-1 승리를 이끌었다.

주키치는 주무기 커터와 체인지업, 커브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배합하며 SK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지난달 22일 잠실 롯데전에서 5-6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후 6연패 수렁에 빠진 팀을 건져 올린 것.

이날 호투가 빛났던 이유는 ‘삭발 투혼’ 때문이다. 주키치는 팀의 재결속을 다지는 입장에서 김기태 감독 이하 모든 선수들의 삭발 결의에 동참, 국내 선수 누구보다 짧은, 소위 '백구'를 치고 마운드에 올랐던 것.

일반적으로 팀에 융화되지 못하고 개인 성적을 중시한다는 평가가 많은 외국인 선수들과는 달리 팀에 완전히 융화된 에이스의 자세까지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주키치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날 시즌 9승째를 거둔 주키치는 같은 날 롯데를 상대로 완투승을 거둔 더스틴 니퍼트(두산), 장원삼(삼성)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 대열에 합류했다. 게다가 9승 2패로 승률 0.818을 기록, 삼성 탈보트(7승 1패 승률 0.875)에 이은 승률 2위로 올라섰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2.39로 브랜든 나이트(넥센 2.15)-셰인 유먼(롯데 2.25)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그 누구도 1위를 장담할 수 없는 순위 싸움에 접어들었다.

올 시즌 주키치는 리그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주키치의 가장 빼어난 부분은 안정감이다. 올 시즌 15차례 선발로 등판한 주키치는 6회 이전에 강판한 경우가 단 한 차례도 없다. 한 지붕 라이벌 니퍼트와 승률 1위 탈보트도 5.1이닝 투구한 적이 한 차례씩 있다. 시즌 내내 주키치는 기복 없이 이닝을 먹고 있는 꾸준한 대식가다.


'DTD 해제' LG 스스로의 몫

LG 성적이 요동치는 가운데서도 주키치는 홀로 안정투를 선보였다. 바로 에이스가 해줘야 할 덕목을 완벽히 수행해내고 있는 셈. 팀의 연패를 끊는 스토퍼의 역할을 올 시즌 주키치가 맡고 있다. 용병 복 없기로 유명한 LG에서 간만에 복덩어리를 건진 셈이다.

올 시즌 삭발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팀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부진한 팀의 고참들 중심으로 자발적 삭발 투혼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강력한 우승 후보 삼성이 시즌 초 부진하자 진갑용이 삭발하며 팀을 재정비했고 선동열 감독의 KIA도 하위권으로 떨어지자 선수단이 삭발을 결의했다.

LG도 DTD 굴레를 벗어나고자 전원 삭발 투혼을 보이며 전의를 가다듬었다. 삭발 투혼을 보인 팀들은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7위로 떨어진 뒤 2위로 올라선 삼성이 그랬고, 최근 6연승으로 급상승 궤도에 오른 KIA가 그렇다. 주키치의 분위기 반전용 호투를 발판으로 LG는 다시 중위권 싸움에 뛰어들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66685876' 지난 8년 동안 하위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LG가 리그 최고의 좌완 주키치를 앞세워 DTD 악령을 떨쳐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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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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