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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꿈' 야신에게 뭘 바라나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2.05.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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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지도자로 타이거즈 복귀 약속

고양 원더스서 코치 첫 발 디딜까

이종범은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지도자가 되길 원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타이거즈의 영원한 레전드 이종범이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 과정에서 여러 말들이 오간 가운데 이종범은 구단 측이 제안한 플레잉 코치와 코치 연수, 연봉보전 등에 대해 정중히 거절했다. 다만 은퇴식과 영구결번(등번호 7)은 수용하기로 했다.

일단 이종범은 은퇴식이 열리기 전까지 지난 19년간 쉼 없이 달려왔던 자신의 야구인생을 되돌아보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잠실구장을 찾은 이종범은 “아마 5월말 은퇴식이 열릴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든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은퇴식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답게 이종범의 향후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레전드 양준혁처럼 해설가로 데뷔해 타고난 입담을 야구팬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방안이 있고, 지도자 연수를 떠나는 길도 있다. 아니면 야구계를 떠나 개인 사업에 몰두할 수도 있다. 모두 이종범의 결정에 달려있는 문제다.

이런 와중에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종범은 최근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성근 감독님으로부터 선수들을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면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역시 “오면 거절은 안 한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화답했다.

이종범과 김성근. 야구팬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조합이다. 이 둘은 감독과 선수의 인연을 만들지도 않았다. 김성근 감독이 해태 2군 감독을 맡았던 1995년 한 팀에 있긴 했지만, 당시 이종범은 2군에 내려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두 사람의 스타일상 어쩌면 물과 기름일 수도 있는, 이종범이 고양 원더스에 가세한다면 ‘불편한 동거’가 이뤄질 수도 있다.

데뷔 때부터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던 이종범은 언제나 자신을 중심으로 팀이 돌아갔다. 그만큼 실력과 카리스마를 모두 갖춘 선수가 이종범이었다. 반면, 김성근 감독은 감독이 중심이 된 야구를 펼쳐왔다. 김성근 휘하의 선수들은 저마다 개성을 억눌러야 했고, 입에 단내가 날 정도의 지옥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그런 이종범이 도대체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싶기에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일까. 정답은 이종범이 추구하는 감독 이상향에서 찾을 수 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은 이종범의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다.

이종범은 눈시울을 뜨겁게 붉힌 지난달 은퇴 기자회견에서 “보다 넓은 세상을 보며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보려 한다.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공부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근 감독은 이종범의 스승인 김응용 감독이 야신(野神)으로 치켜세운 한국야구 최고의 지도자다. 따라서 김응용 감독이 현역에서 물러난 이상, 가장 ‘훌륭한 지도자’에게 수업을 받겠다는 것이 이종범의 생각일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02년 하위권 전력이었던 LG를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어 당시 최강이던 삼성의 혼을 빼놓는가 하면, 2007년 SK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를 거르지 않으며 세 차례나 우승반지를 손가락에 걸었다. 역대 1234승은 김응용 감독(1476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감독 승수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이종범이 바라는 ‘좋은 지도자’이기도 하다. 세간에 알려진 김성근 감독의 이미지는 선수들을 혹사시키며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냉정한 승부사로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은 원망은커녕 모두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다. 지옥훈련을 이겨내며 땀과 눈물을 쏟아낸 선수들은 대부분 기량을 꽃 피우며 최고의 시절을 보냈고, 연봉상승이란 값진 보상까지 받았다.

게다가 김성근 감독은 태평양 재임 시절, 투수 임호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감독직을 내거는 의리를 선보이는가 하면, ‘영원한 삼성맨’ 양준혁은 김성근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은퇴를 망설일 정도였다. 2002시즌이 끝나고 LG에서 경질된 후 선수들이 한데 모여 환갑잔치를 열어준 일 또한 유명한 일화다. 이처럼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감독이야말로 이종범이 되고픈 지도자의 이상형이다.

김성근 감독이 맡고 있는 고양 원더스는 이종범의 말처럼 ‘보다 넓은 세상’이 될 수 있다. 고양 원더스는 국내 최고의 독립구단으로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팀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각 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방출된 선수 위주로 구성돼있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열정은 프로 못지않다. 꿈을 잃지 않은 그들은 김성근이라는 장인(匠人)의 손길을 거쳐 다시 한 번 프로에 도전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 위치해있던 이종범에게 원더스 선수들은 또 다른 귀감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이종범은 은퇴기자회견에서 “타이거즈 선수로 은퇴할 수 있어 감사하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 다시 설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언젠가는 감독 또는 코치로 금의환향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종범은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보고 난 후”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야신이 이번에는 훌륭한 선수가 아닌 지도자를 만들어 낼지, 이종범의 선택이 궁금해지는 이유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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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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