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재림’ 껍질 벗고 특급모드?
입력 2012.03.0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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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한 체격에서 나오는 묵직한 구위
입단 초기부터 희망봉으로 자리
지난해 투수 4관왕 윤석민(26·KIA)과 롯데의 영건 고원준(22)은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다.
투수치고는 다소 왜소한 덩치에도 150km대 강속구를 뿌리는가 하면, 팔에 무리가 가지 않는 부드러운 투구폼을 지녔다. 여기에 앳된 얼굴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외모로만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윤석민은 이미 리그 최고의 투수로 발돋움했고,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고원준도 이제 껍질을 깰 일만 남아있다.
여러 모로 닮은 윤석민과 고원준은 프로야구 현재와 미래로 대표되고 있다.
사실 윤석민과 고원준은 입단 당시 크게 주목받는 투수들이 아니었다. 2005년 신인들 가운데 최대어는 역시 휘문고 출신 투수 김명제와 성남고 거포 박병호였고, 윤석민을 뽑을 수 있었던 SK 역시 별다른 고민 없이 ‘소년장사’ 최정에게 1순위 지명권을 사용했다.
야탑고의 윤석민은 당시만 해도 신장이 178cm에 불과했고, 직구 최고 구속도 140km대 초반에 머물렀다. 따라서 황금사자기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에도 지명 순위는 2라운드 이후로 넘어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윤석민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KIA는 2차 1순위로 깜짝 지명하는 혜안을 발휘했다.
데뷔하자마자 윤석민은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구원으로만 53경기를 소화한 그는 3승 4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고, 시즌 중반에는 불안한 마무리 신용운을 대신해 뒷문을 책임지기도 했다.
이듬해 KIA는 본격적으로 윤석민을 주축 투수로 내세웠다. 좌완 영건 전병두와 함께 철벽 셋업맨 역할을 담당한 윤석민은 마무리 장문석이 부상을 당하자 본격적으로 팀 내 소방수 역할을 담당했다. 94.2이닝동안 5승 6패 9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28. 2년차 투수치고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이었다.
2007시즌 윤석민은 본격적으로 선발로 나서게 된다. 하지만 그해는 악몽이었다. 윤석민은 데뷔 후 가장 많은 승수인 7승을 올리기도 했지만 지독히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무려 18패(최다패 1위)를 당했다. 2실점 이하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패전처리된 경기만 7경기였다.
그래도 윤석민은 굴하지 않았다. 2008년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뒤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리 수 승수(14승) 고지를 밟았고, 평균자책점 타이틀까지 따냈다. 시즌 중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 병역 면제 혜택까지 받는 겹경사를 누렸다. 그리고 투수 부문 4관왕을 차지한 지난해 최고 투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고원준이라는 원석이 다듬어지기 까지
천안북일고 출신의 고원준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 무대는 윤석민과 마찬가지로 2007년 황금사자기 대회였다. 당시 2학년에 불과했던 고원준은 배재고와의 8강전에서 대회 최다인 13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스타로 떠올랐다.
고원준은 3학년에 올라가서도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정작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로부터 선택받지 못했다. 전학생 규정에 의해 1순위 지명에서 제외됐고, 호리호리한 몸에 직구 구속이 130km대에 불과하다며 2차 1라운드에서도 외면 받았다. 결국 고원준은 넥센으로부터 2차 2순위(전체 14위)로 지명되며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다.
넥센에 입단한 고원준은 명투수 조련사 김시진 감독을 비롯해 정민태(1군), 정명원(2군) 투수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으며 전혀 다른 투수로 성장하게 된다. 특히 고원준의 발전에는 정민태 코치의 역할이 상당했다.
입단 첫해 2군에만 머물렀던 고원준은 직구 구속을 150km대로 올렸고, 각종 변화구들을 장착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주무기인 슬로우 커브는 물론, 볼 배합 패턴과 허를 찌르는 몸 쪽 공 승부 등 정 코치의 현역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이후 2010년 넥센에서 5승 7패 평균자책점 4.12로 가능성을 보였던 고원준은 시즌 후 롯데로 깜짝 트레이드돼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로 훈련에 소홀히 임했고, 체중도 10kg 가량 불었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초반에는 승승장구했다.
당시 양승호 감독은 입단 3년 차 투수를 마무리로 낙점하는 파격적인 보직을 결정했다.
뒷문 단속에 나선 고원준은 4월 한 달 간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하며 롯데의 오랜 고민을 풀어주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마무리 치고는 너무 많은 이닝 소화가 문제였다. 고원준은 4월에만 20이닝을 던졌고, 승패와 크게 관계없는 상황에서 3.1이닝이나 던진 경기도 무려 3차례나 됐다. 당연히 혹사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양승호 감독은 고원준을 선발로 전환시켰다. 또다시 갑작스런 보직 이동이었지만 고원준은 제 역할을 다했다. 지난해 선발 22경기 가운데 절반인 11경기를 퀄리티스타트로 장식했고, 세 차례 완투는 리그 1위에 오르는 쾌거였다. 물론 체력훈련이 부족했던 탓에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것이 역력했다. 결국 데뷔 첫 10승 달성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고원준-윤석민 입단 초기 성적.
윤석민과 고원준은 지금까지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고원준의 승. 첫 번째 만남은 고원준이 넥센에 몸담던 2010시즌이었다. 당시 윤석민은 7이닝동안 11피안타를 얻어맞으며 5실점했고, 고원준 역시 6이닝 4실점으로 부진해 모두 승패 없이 물러났다.
두 번째 대결에서는 고원준이 완승했다. 9이닝동안 고작 4피안타만을 내준 고원준은 생애 첫 완봉승을 따낸 반면, 윤석민은 5.2이닝 4실점의 부진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우상으로 삼았던 윤석민과의 맞대결에서 따낸 승리라 기쁨이 배가 됐다.
고원준은 올해 프로 4년차 시즌을 맞게 된다. 특히 풀타임으로 소화하기 위한 체력을 키우려고 스프링캠프서부터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목표는 10승. 윤석민은 같은 해 평균자책 타이틀을 따내며 류현진, 김광현과 함께 ‘빅3’ 투수 반열에 올랐다. ‘윤석민 닮은꼴’ 고원준이 올 시즌 10승을 넘어 다승왕까지 넘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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