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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대참사’ 측면 침몰이 시발점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1.08.10 22:48
수정

왼쪽 풀백 잇따른 부상 이영표 빈자리

3골 모두 측면 뚫리며 골 기회 제공

한국은 측면이 무너지며 6년 만에 한일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한국 축구가 왼쪽 측면이 허무하게 무너지며 ‘삿포로 대참사’를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10일 일본 삿포로 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가가와 신지와 혼다 케이스케에게 골을 내주며 0-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05년 8월 동아시아연맹선수권에서 0-1로 패한 뒤 6년 만에 일본전 무패 행진을 마감했다. 또한 1998년 3월 이후 5경기(3승2무) 연속으로 이어지던 일본 원정 무패도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한국은 지난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한 이영표의 공백을 실감해야 했다.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김영권(오미야)은 전반 초반 오카자키의 폭넓은 활동량에 고전하다 발목 부상으로 전반 24분 그라운드를 떠났다.

교체 투입된 박원재 역시 대안이 되지 못했다. 박원재는 들어오자마자 엔도의 강한 슈팅이 머리를 강타, 뇌진탕 증세를 보였고 이에 주춤한 사이 선취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한국은 왼쪽 윙어였던 이근호가 수비라인까지 내려와 박원재를 위해 협력수비를 펼쳤지만 무리하게 볼을 끌다 뺏기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촘촘한 일본의 미들필더들은 짧은 패스로 단숨에 한국 왼쪽 수비벽을 허물었고, 가가와의 발끝에 걸린 볼은 그대로 골망에 출렁였다.

후반 들어서도 왼쪽 수비의 불안감은 나아지지 않았다. 박원재 대신 들어온 박주호는 대인마크가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 빠른 일본의 측면 공격수들을 따라잡기에는 발이 너무 느렸다.

결국 혼다에게 추가골을 내준지 3분 만에 얻어맞은 쐐기골도 왼쪽 수비라인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중앙선에서 볼을 차단한 일본은 가가와 신지가 한국의 왼쪽 공간으로 길게 내빼줬지만 그곳에 한국 수비수들은 아무도 없었다.

경기 전 일본 풀백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윙어들의 뛰어난 돌파는 누차 강조된 부분이었다. 하지만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들은 제 포지션으로 빠르게 복귀하지 않았고, 동료들의 협력수비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선수들의 역량과 전술 이해도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박지성과 이청용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출전한 이근호와 구자철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근호의 무리한 드리블은 선취골의 빌미를 제공했고, 구자철은 후반 결정적인 골 기회를 놓쳐 실망스러운 활약을 펼쳤다.

조광래 감독이 꺼내든 4-1-4-1 포메이션은 결국 패착이 되고 말았다. 박지성의 은퇴와 이청용의 부상낙마로 인해 공격진이 헐거워지자 4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한 것.

그동안 조광래 감독은 부임 이후 4-2-3-1 포메이션을 정착시키며 미드필드 라인을 두텁게 하는데 큰 공을 들였다. 기성용에게 볼 배급을 맡기고, 활동량이 뛰어난 이용래에게 백업 수비 임무를 부여해 공수 안정화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이날 일본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공격 맞붙작전을 놓았다. 이용래의 위치를 끌어올려 최전방에서부터 압박을 가하려 했지만 이미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이용래의 역할을 모호해지고 말았다.

선취골을 내준 뒤 측면의 약점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전술의 변화를 꾀하지 않은 점도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미 미드필드진에서 밀려 볼 소유 자체가 힘들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후반 초반 조광래 감독의 작전 지시는 동점골을 위한 공격이었다.

이날 일본에게 내준 3골 모두 측면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을 제대로 읽지 못한 조광래 감독의 뚝심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되고 만 셈이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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