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수’ 고영민·조성환…가을 하늘 날아오를까
입력 2010.09.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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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듯 같은 PS 임하는 자세
‘가을남자’ 고영민…‘조캡틴’ 조성환
두산과 롯데의 2루를 책임지고 고영민(26)과 조성환(34)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팀 내 간판타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공수주’ 3박자를 두루 갖춘 만능플레이어로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기로 유명하다. 특히 수비에 신경써야하는 2루수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방망이를 갖추고 있어 때론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기도 했다.
고영민과 조성환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테이블세터진이 마련한 찬스를 중심타선으로 연결해야하는 공통의 임무를 지니고 있다. 타선의 가교역할을 부여받은 이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양 팀 득점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루 포지션에 위치한 고영민과 조성환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고영민은 ‘두산표 왕의 남자’라 불릴 정도로 그동안 김경문 감독의 총애를 독차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 부진이 장기화되자 김경문 감독의 입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꾸준히 출전 기회를 보장받았지만 타율 0.205 6홈런 35타점이라는 초라한 기록이 그가 받아든 성적표였다. 지난 2006년 두산의 주전 2루수가 된 뒤 최악의 기록이다.
결국 김 감독은 이달 초 “기본기를 무시하는 야구를 하고 있다. 업다운이 심하다. 부진이 이어진다면 내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애제자에게 질타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후 김 감독은 자신이 직접 고영민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며 그의 슬럼프 탈출을 도왔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은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 준플레이오프의 키플레이어로 고영민을 2년 연속 지목했다. 시즌 내내 부진하더라도 포스트시즌만 되면 펄펄 나는 ‘가을잔치 DNA’를 지녔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영민은 지난해 잔부상에 시달리며 타율 0.235 6홈런 29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서 17타수 6안타(타율 0.353)로 타격감을 조율하더니 플레이오프에 들어서자 타율 0.300 3홈런 6타점으로 두산의 공격을 이끌었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일찌감치 3위를 확정지은 뒤 곧바로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전력구상에 박차를 가했다. 이 가운데 타선에서는 고영민을 어떻게 기용할 것인가가 최대 난제였다.
고영민은 1번부터 9번까지 다양한 타순에 기용돼 포스트시즌용 실험을 일단 끝마쳤다. 비록 타격감이 끝내 살아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어떤 옷을 입히더라도 썩 잘 어울리는 것이 고영민의 장점이다.
그의 빠른 발은 상위타선의 첨병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고, 큰 경기에서의 한방은 지금껏 포스트시즌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또한 영민한 주루플레이는 톱클래스의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롯데의 캡틴 조성환은 올 시즌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2000년 포스트시즌서 대타로 2타석에 나섰지만 2008년 준플레이오프가 사실상 첫 포스트시즌 무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큰 경기에 대한 중압감은 생각보다 컸다. 타율 0.143(14타수 2안타)에 삼진은 5개나 당했고, 수비에서도 포구실책을 저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에는 부상투혼을 펼치며 타율 0.375(16타수 6안타)로 맹타를 터뜨렸지만 팀이 조기 탈락하는 바람에 활약이 부각되지 않았다. 게다가 4차전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실책을 저질렀다. 주장완장을 차고 있었던 터라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의 책임을 통감했다.
올 시즌 조성환은 경기장 내에서 롯데 중심타선의 시작을 알리며, 경기장 밖에서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타율은 개인 최고인 0.336을 기록하며 타격 3위에 올랐고, 시즌 내내 그를 괴롭히던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도 싹 날려버렸다.
또한 조성환의 조언을 새겨들은 손아섭은 생애 첫 3할 타자로 등극했고, 팀이 4위 수성의 어려움을 겪을 때 안정권으로 이끌며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개성 강한 선수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단 한 번도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은 이유가 조성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이번 준플레이오프에 임하는 조성환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2008년과 지난해에는 흥분된 상태에서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이번에는 차분히 준비하겠다”며 준플레이오프 통과가 아닌 우승을 목표로 선수단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설 것을 천명했다.
팀의 리더인 만큼 책임감과 부담이 크지만 이제는 즐길 줄 아는 여유를 찾게 된 모습이다. 선수들 역시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큰 경기 경험도 쌓아나가 우승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제는 조성환 이름 석 자보다 ‘조캡틴’이라는 수식어가 더욱 잘 어울리는 그가 포스트시즌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모아진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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