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니아의 성지?’ <쓰릴 미>의 놀라운 힘!
입력 2010.07.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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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높은 대본 ‘페어별 차별화된 매력’
열혈 마니아 등장 ‘뮤지컬계 새로운 전설?’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동성애, 그리고 단 2명의 배우와 차가운 음색의 피아노 한 대. 다소 음산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뮤지컬 <쓰릴 미>가 열혈 마니아들의 성지가 돼버린 작금의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화려한 춤이나 의상 하나 없는 뮤지컬 <쓰릴 미>에 대한 마니아들, 특히 여성 팬들의 사랑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정도다. 페어별로 공연을 섭렵하는 것은 기본, 거의 매일 공연을 관람하는 팬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국내에서 공연된 작품 중 이처럼 열광적인 마니아를 가진 공연이 또 있을까.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낚아 올리는 건 분명 살인사건이지만 이것은 부차적인 요소일 뿐, <쓰릴 미>의 중심축은 시종일관 ‘나’와 ‘그’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다.
1924년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충격적인 소재들로 가득한 만큼 여러 창작가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창작자들의 상상력과 합쳐져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 여러 장르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
특히 치밀한 심리묘사와 시간을 넘나드는 극단적이고 복잡한 인간내면을 긴장감 있고 밀도 높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7년 초연된 이후 매년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사건은 명문대 출신 두 청년의 피로 물들인 계약서 한 장을 통해 시작된다. 오직 ‘나를 만족시킬 것’으로 요약되는 이 계약서는 두 사람을 구속하고 일탈을 종용하는 타락의 근원이다.
그러나 여기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할 것만 같은 둘의 두뇌싸움이 내포돼 마지막 순간까지 한 치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법의 테두리를 마음껏 넘나드는 두 천재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이 계약서 한 장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낚아 올리는 건 분명 살인사건이지만 이것은 부차적인 요소일 뿐, <쓰릴 미>의 중심축은 시종일관 ‘나’와 ‘그’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에게 원하는 것, 그리고 서로를 이용해가는 과정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두 배우의 연기력에 녹아들 때 비로소 관객들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무엇보다 매년 공연을 관람하며 섬세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지적해내는 팬들의 존재는 작품이 진일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번 공연 역시 무대, 의상, 조명 등 비주얼 요소와 연출 동선 등 작품이 새롭게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이에 대한 관객들의 냉정한 평가와 피드백은 다음 공연도 기다리게 하는 힘이다.
물론, 페어별로 각기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하는 차별화 된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공연에선 모두 4커플이 번갈아 공연한다. 원년멤버 김무열과 최재웅 페어가 이번 공연의 초반 열기를 주도한 가운데, 김재범-조강현, 최수형-최지호, 김하늘-지창욱 페어에 이어 이지훈-오종혁 페어가 곧 합류한다.
뮤지컬계의 대형화·상업화 열풍에도 불구하고, 단 2명의 배우와 밀도 높은 대본으로 흥행신화를 써가고 있는 뮤지컬 <쓰릴 미>는 오는 11월 14일까지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데일리안 문화 = 이한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