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개혁에 찢어진 진보진영…속내는 잠룡 전초전?
입력 2026.10.07 05:30
수정 2026.10.07 05:30
李대통령, '檢개혁' 관련 SNS글에
조국 "소모적" 추미애 "등 뒤에 총"
두 정치인 목소리·체급만 더 커져
'檢개혁 선명성 선점 경쟁' 더 고조
이재명 대통령이 4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동 전쟁 대응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시정연설을 마친 후 본청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진보진영이 검찰개혁 관련 갈등으로 인해 찢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 안팎 강경파들을 '무극(무책임한 극단주의)파'라 칭하고, 강경파가 즉각 반발하며 이전투구로 격화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대립각이 진보 강성 지지층에게 즉각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검찰개혁 이슈의 선명성을 선점해 차기 대권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잠룡 간의 전초전 성격이라고 보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 심야에 청와대가 조국 개인의 입장을 거론하며 반박하는 일이 있었다"며 "검찰의 보완수사권 인정 여부 및 범위에 대해 다양한 스펙트럼과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국회의 결단으로 일단락됐다. 지금은 확정된 법에 따라 제도가 안착되도록 노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 원장의 이 같은 반응은 전날(5일) 저녁 청와대가 낸 입장문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전날 밤 언론에 공지를 내 "조국 전 대표는 2025년 8월 29일 조건을 붙여 '보완수사가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임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며 "(조국혁신당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입장은 2025년 8월 29일의 입장과 다르고, 중수청의 경우 과거에는 법무부 산하를 주장했지만 이후 행정안전부 산하로 당론을 변경했다. 검찰개혁의 세부 설계는 논의 과정과 상황 변화에 따라 조정돼 왔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조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혁신정책연구원 주최 불평등 해소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범위를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국회에서 법률 통과해서 끝났지 않나"라며 "그런데 과거 입장이 뭐였냐(고 얘기를) 하는데 지금 무슨 의미가 있나.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에 대한 진실공방에 불을 지핀 건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엑스에 "조국혁신당은 물론 검찰개혁 주장자 대부분이 법무부 내에 수사 담당 중수청, 기소 담당 공소청을 두자고 했다"며 "이 정부는 수사기소를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하되, 법무부와 행안부에 따로 배속시키는 것으로 한 걸음 더 나갔다. 이 과정에서 이분들의 입장을 바꾼 보완수사권 박탈 주장도 관철됐다"고 적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해당 게시글에 조국 원장과 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 검찰개혁 강경파의 과거 발언을 모은 한 네티즌의 게시글을 인용했다. 인용된 게시글에는 2024년 조 원장과 김 의원이 각각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 정상화의 시작이자 핵심", "검찰개혁은 '수사·기소 분리'가 목표지점이고 종착점"이라 발언한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이 글에 쓴 '이분' 또는 '검찰개혁 주장자'가 사실상 조 원장과 김 의원으로 특정된 것이다.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엑스 글 논란'은 그 전날부터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엔 엑스에 "과격한 주장과 근거 없는 선동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개혁성과를 독차지하겠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며 "우리 사회에도 혹세무민하는 무책임한 극단주의자, 일명 무극파들의 선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결국 사필귀정할 것"이라고 적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왼쪽)과 추미애 경기도지사(오른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또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지 특정 개인들의 정치적 유산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개혁을 빙자해 사심으로 인사와 구체적 수사공소업무까지 좌지우지하려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에 공개 반발 목소리를 냈던 추미애 지사를 정면으로 비판한 메시지란 해석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추 지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의 엑스 글을 겨냥해 "검찰개혁이 9부 능선을 넘으리라 기대한 때에 등 뒤에서 총알이 날아왔다"며 "비루한 침묵보다 진실을 남기겠다는 처참한 심정이다. 이런 것을 구구절절 되짚어야 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상상조차 못 했던 내가 바보였다"고 적었다.
대통령이 범진보 정당의 전 당대표와 같은 당 소속의 광역자치단체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은 여권 내부에선 분열 우려로 터져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날 오전 '민티07'에 출연한 김민석 대표가 강경파를 향해 "대통령의 리더십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면 그 부분은 이제 당에서 조금 제어할 때도 됐다"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갈등이 더 격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검찰개혁은 숙원이라 할 정도로 선명성이 있는 이슈"라며 "이걸 갖고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다'고 하는 건 전체 지지층을 분열 시키겠단 것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검찰개혁을 가운데 두고 이 대통령과 조 원장, 추 지사 등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이유가 차기 대권과 연관이 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개혁이 진보 지지층에게 가장 소구력 있는 이슈인 만큼, 개혁의 선명성을 선점하느냐 여부에 따라 범여권의 대권 판국이 뒤바뀔 수 있단 분석에서다.
실제로 조 원장과 추 지사는 현재 범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꽃이 지난 2~3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실시한 범여권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김 대표(12.5%)와 정청래 의원(10.3%), 조 원장(8.6%)가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추 지사는 송영길 의원과 함께 4.9%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 같은 결과에 여론조사 꽃의 대표이자 친여성향 유튜버 김어준씨는 "3강(김민석·정청래·조국) 4중(김부겸·강훈식·송영길·추미애) 정도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이 '특정 개인의 정치적 유산을 만들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하지 않았나. 누군가는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단 것으로 보고 있단 것"이라며 "대통령 입장에선 넥스트가 본인과 가까운 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만큼 개혁 성과를 절대 저쪽(강경파)에 뺏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SNS로 오히려 조국 원장과 추미애 지사의 체급이 더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 대통령이) 본인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런 글을 쓴 것이라면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