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데스크칼럼] 생닭값과 치킨값 사이, 정책이 놓치지 말아야 할 비용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6.10.07 07:00
수정 2026.10.07 07:0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생닭값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치킨 한 마리의 가격

대통령의 ‘점검’이 인하 압박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누가 부담할지, 낮춘 가격 지속될 지까지 따져야

서울 중구 명동 치킨 전문점에 메뉴 광고물이 게시돼 있다.ⓒ뉴시스

대통령의 한마디로 치킨값이 내려간다면 소비자는 반길 것이다.


배달앱을 켰다가 결제금액을 보고 주문을 망설여본 사람에게 가격 인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서민의 먹거리 부담을 살피겠다는 취지도 이해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육계 가격 하락에도 프랜차이즈 치킨값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기사를 엑스(X)에 공유하며 “한번 점검해 보겠다”고 밝혔다.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 판매가격을 올렸다면, 내려갈 때도 그 효과를 나눠야 한다는 소비자의 요구는 자연스럽다.


다만 물가 정책은 이 질문에서 출발하되, 답을 미리 정해놓아서는 안 된다. 생닭값 하락은 치킨값을 살펴볼 이유가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얼마를 내릴 수 있는지까지 알 수는 없다.


치킨 한 마리에는 닭고기 외에도 가공·물류비, 튀김용 기름과 포장재, 인건비와 임대료가 들어간다. 배달 주문에는 플랫폼 이용과 배달에 따른 비용도 붙는다. 생닭값이 떨어져도 다른 비용이 오르면 전체 원가는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고 업계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일도 아니다. 비용이 복잡하다는 말이 현재 가격의 적정성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무엇이 얼마나 올랐고, 원재료 가격 하락분은 어디까지 반영됐는지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정부의 점검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산지에서 본사와 가맹점을 거쳐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어떤 비용과 마진이 붙는지, 가격 인하 여력이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은 이런 점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결론을 재촉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가격 인하를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정 업종을 공개적으로 지목한 발언을 업계가 단순한 관심 표명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관계 부처도 가격이 적정한지 따지기보다 당장 가격을 낮추는 데 힘을 쏟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누가 인하 비용을 부담하느냐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은 같은 사업자가 아니다. 본사 공급가격과 플랫폼 비용이 그대로인데 판매가격만 낮아지면 가맹점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본사의 공급 마진에 조정 여력이 있다면 그 부분을 살펴야 한다. 이를 구분하지 않은 인하 요구는 소비자 부담을 다른 자영업자에게 옮기는 데 그칠 수 있다.


정부는 경쟁을 제한하는 관행이나 부당한 비용 전가를 바로잡고,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실제 비용을 낮추고 경쟁을 촉진해야 가격 인하도 지속될 수 있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품목에서 잠시 할인행사가 열리는 것과 일상적으로 지불하는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다른 성과다. 할인 종료 뒤 가격이 돌아온다면 소비자의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인하 폭만큼 그 인하를 가능하게 한 조건을 따져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치킨값이 내려간다면 반길 일이다. 다만 그다음 질문까지 정부가 답해야 한다.


누구의 비용이 줄었고, 누구의 몫이 깎였는가. 대통령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뒤에도 그 가격은 유지될 수 있는가.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