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의 안심, 중금리 금융의 마중물로
입력 2026.10.07 07:07
수정 2026.10.07 07:07
1000만 고객에도 영업 위축…저축은행, 예금 보호 확대 잠재적 기회 살려야
정교한 신용평가 및 지역 밀착 금융으로 중금리대출 경쟁력 강화해야
저비용 조달, 서민 이자 부담 완화에 활용하고 건전성·수익성 제고에 주력
저축은행이 1000만 고객 시대를 맞았지만 1인당 수신·여신액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이 '1000만 고객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고객이 늘었다고 영업 성과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의 수신·여신 거래자 수 합계는 약 1017만 명에 달했지만, 1인당 수신액과 여신액은 4년 전보다 각각 약 30%, 36% 줄었다.
최근 부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와 보수적 여신 운용, 가계대출 관리가 맞물린 결과다. 대출을 늘리기 어려우니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이유도 줄었다.
예금은 금융회사의 매출이 아니라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부채다.
운용처 없이 수신만 늘리면 비용이 쌓인다. 지금의 위축은 고객 부족보다 자금을 받아 적정 위험으로 운용할 사업모델의 부재와 관련 있다.
아쉬운 것은 예금 보호 확대라는 기회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예금 보호 한도는 5000만원에서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억원으로 늘어났다.
저축은행은 해당 제도의 주요 잠재 수혜자다. 예금자의 불안이 줄면 과거만큼 높은 금리를 지급하지 않고도 자금을 확보할 여지가 생긴다.
조달 비용을 낮추면서 고객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면 고위험 자산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즉, 보호 한도 확대의 진정한 가치는 예금의 양보다 조달의 질을 바꿀 가능성에 있고, 이런 측면에서 저축은행이 상당한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었다.
저축은행의 성공 해법은 수신 확대에 앞서 운용 전략을 바꾸는 데 있다.
부실 PF를 정리하고 충당금과 자본을 보강하면서, 상환능력이 확인되는 중신용 근로자와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중금리대출을 늘려야 한다.
대규모 사업장에 위험을 집중하기보다 차주와 업종을 분산하고 분할 상환으로 위험 노출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금리 금융의 경쟁력은 고객을 보다 더 정확히 읽는 데서 나온다.
신용점수만으로 문을 닫기보다 고객 동의를 얻어 급여, 사업계좌 입출금, 세금 납부, 카드 매출과 채무상환 이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
소득이 불규칙하다고 상환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며, 매출이 많다고 현금흐름이 좋은 것도 아니다. 데이터로 심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필요한 고객은 상담으로 보완해야 한다.
독일 슈파르카센(Sparkassen)은 지방자치단체에 기반을 둔 공공 성격의 저축은행이다.
슈파르카센은 지역 주민과 중소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이다.
개별 은행의 독립적인 영업을 유지하면서 디지털·위험관리 역량과 상호지원 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슈파르카센은 지역에 뿌리내린 금융기관들이 공동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협회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과 위험관리의 공통 기준을 지원한다.
지역에서는 고객을 이해하고 공동 네트워크 차원에서는 개별 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역량을 지원한다.
국내 저축은행도 비슷한 시스템에 중복 투자하기보다 중앙회 중심의 공동 신용평가, 보안, 이상거래 탐지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객과 가까워지는 일과 시스템을 공동화하는 일은 서로 양립할 수 있다.
미국 지역은행의 관계형 금융도 참고할 만하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2024년 발표한 중소기업 대출 조사에서 소형 은행은 고객 관계에서 얻는 정성적 정보를 대형 은행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울 것은 점포의 규모가 아니라 숫자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환능력을 찾아내는 역량이다.
이를 국내 개인사업자 심사와 사후관리에 적용하되, 지역의 친분이 부실한 심사를 정당화하지 않도록 검증과 견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정책 지원도 대출 총량보다 성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건전성과 소비자 편익을 입증한 저축은행에는 중금리 공급 여력을 추가로 부여하되, 중금리라는 이름만으로 상환능력 심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분할 상환 대출로 바꾼 실적, 신규 취급분의 연체율, 차주의 이자 부담 감소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상환능력이 취약한 차주에게는 무리한 추가 대출보다 부분보증과 채무조정, 재기 지원을 연결하는 편이 낫다.
저축은행 활성화의 목표는 과거의 몸집을 되찾는 것이 아니다.
예금 보호 확대가 제공한 신뢰를 안정적 조달로, 조달 경쟁력을 합리적 중금리대출로, 상환 실적을 다시 건전성과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성실하게 갚은 고객에게는 금리를 낮추고 1금융권으로 이동할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고객을 높은 금리에 붙잡아두는 금융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옮겨주는 금융이 오래간다.
예금자는 안심하고, 차주는 부담을 덜며, 저축은행은 지속 가능한 이익을 얻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이제 '1억원의 안심'을 중금리 금융의 마중물로 바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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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