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D-day] 공소청 출범 첫날, 법원도 달라진다…'사건 처리' 새 판 짜기
입력 2026.10.02 05:19
수정 2026.10.02 06:04
수사·기소 분리로 기존 형사사건 공소유지 과정에도 변화
공소장 변경·추가 자료 확보 때 수사기관 협조 필요성 커
중수청 전산시스템 등 출범 전까지 미완…사건 처리 변수
법조계 "기관 분리 공소유지 어려움…법적 공백·처리 지연 우려"
내려지는 검찰 간판ⓒ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서 형사사법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하지만 새 기관의 인력과 업무체계, 전산시스템 등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사건까지 넘겨받아야 하는 만큼, 법원에서는 공소유지와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과도기적 혼선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청법을 폐지하고 공소청법을 시행하는 개정 형사사법체계는 이날부터 본격 시행된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중수청은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한다. 기존 검찰이 수사부터 기소, 공소유지까지 맡던 구조가 수사와 기소 기능을 별도 기관으로 나누는 형태로 바뀐다.
문제는 이미 기소돼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다. 새로운 제도는 이날 이후 새롭게 접수되는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에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한 사건의 공소유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판검사는 앞으로 피고인 측 주장과 증거에 대응하고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공소사실을 유지해야 하지만 해당 사건의 수사를 직접 담당했던 검사와 수사기관이 달라지면서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같은 검찰청 안에서 수사기록을 작성한 검사와 공판검사가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고 협의할 수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나 사실관계를 즉시 확인해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검토하거나 재판부의 보완 요구에 대응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하지만 수사 주체가 경찰이나 중수청으로 분리되면 공판검사가 재판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해야 할 사항이 생겼을 때 해당 수사기관에 다시 자료를 요청하고 이를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수사와 공소유지가 서로 다른 기관에서 이뤄지는 만큼 기존보다 의사소통과 자료 확인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출범 직전까지도 새 형사사법체계의 준비 상황은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수청은 출범을 하루 앞둔 전날까지 수사 인프라와 사무공간 등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고,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도 구축하지 못해 당분간 경찰 시스템을 공동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공소청 역시 관련 법령과 조직 정비가 출범 직전까지 진행됐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하루 앞으로 다가온 1일 오전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입주 건물 외벽에 중수청 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기존 사건의 처리 연속성도 변수다. 수사 중인 사건의 경우 이날부터 기존 검찰이 직접 수사를 계속할 수 없게 되면서 어느 기관이 어떤 절차로 사건을 넘겨받아 마무리할지가 중요해진다. 이미 기소된 사건 역시 수사 자체는 끝났지만 공소유지 과정에서 추가 확인이나 자료 보완이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과 공소청 사이의 협조가 필요하다.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은 기관 개편을 이유로 절차가 멈출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피고인 측의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가 제출되거나 재판부가 특정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경우 공소청 검사가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협조가 늦어지면 재판 일정이 늘어지거나 추가 기일이 잡힐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중수청이 실제 수사 역량을 갖추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경우 문제는 신규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충분히 정리하지 못한 채 공소청으로 넘어오면 공소청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어 다시 수사기관에 관련 사항을 요청해야 한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기존에는 중요한 사건의 경우 수사를 담당한 검사와 공판검사가 같은 청에 있어 재판 과정에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하고 공소장 변경이나 추가적인 보완 필요성에도 비교적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이 달라져 이런 과정이 바로 이뤄지기 어려워 공소유지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수청의 경우 출범 초기 수사 인프라와 전산시스템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최소 6개월가량 수사 공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수사 중인 사건뿐 아니라 이미 기소된 사건에서도 피고인 측 주장에 대응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일정 기간 법적 공백과 사건 처리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