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한국 찾은 톰 크루즈…46년 연기 인생 새 변신 ‘디거’ [현장]
입력 2026.10.01 17:35
수정 2026.10.01 17:35
이냐리투와 완성한 새로운 도전…“관객 위해 영화 만든다”
10월 3일 개봉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영화 ‘디거’로 13번째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는 백발의 괴짜 재벌로 변신해 지금까지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영화 ‘디거’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톰 크루즈가 참석했다. 함께 내한할 예정이었던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톰 크루즈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13번째다. 톰 크루즈는 “한국에 다시 오게 돼 정말 기쁘다. 오늘 날씨도 아름답고 여러분과 ‘디거’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설렌다”며 “앞으로도 계속 초대해주신다면 30번이라도 더 오고 싶다”고 반가움을 표했다.
톰 크루즈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디거’는 괴짜 재벌 디거 록웰의 그린란드 빙하 시추 시설에서 발생한 작은 균열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대재앙으로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이 약 9년에 걸쳐 준비한 작품으로, 재난과 블랙 코미디를 결합해 인간의 탐욕과 책임을 들여다본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디거 록웰은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석유 재벌이다. 자신이 초래한 재앙을 직접 수습해야 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인류를 구할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백발의 외형부터 걸음걸이와 말투까지 톰 크루즈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도 거리가 있다.
그에게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톰 크루즈는 “지금까지 여러 거장과 작업하는 영광을 누렸지만 ‘디거’ 같은 인물은 본 적이 없다. 영화의 세계와 캐릭터 모두 굉장히 독창적이었다. 이냐리투 감독과 꼭 함께하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인연은 2019년 ‘탑건: 매버릭’ 촬영 당시 시작됐다. 이냐리투 감독이 차기작을 함께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은 그는 곧바로 감독을 찾아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톰 크루즈는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영화적으로 거의 모든 부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걸음걸이부터 시기마다 달라지는 모습까지 작은 뉘앙스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분장이나 의상 자체보다 배우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외형적인 변신보다 몸과 움직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 10분간 이어지는 모놀로그 장면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연기 경험을 쏟았다. 대사의 리듬부터 동선, 감정의 상승과 하강까지 치밀하게 준비했고, 촬영에 들어간 뒤에는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방식을 택했다.
톰 크루즈는 이를 재즈 연주에 비유하며 “반드시 가야 할 지점을 알고 있지만 그 안에서는 리듬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과 같다. 약 10분 동안 힘을 유지할 수 있는 신체적인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평생 해온 훈련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46년 동안 액션부터 드라마, 코미디까지 장르를 넘나들어온 그가 ‘디거’에서 주목한 건 결국 인간의 본성이었다. 과장되고 기상천외한 디거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사회를 바라보면서도 특정 시대에만 머물지 않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
톰 크루즈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관심이 많다”며 “어떤 장르를 하든 인간을 관찰하고 흡수한 뒤 영화에 담고 싶다.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우리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가 환경 문제와 강대국의 패권주의 등 현실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질문에도 하나의 해석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 영화는 우리 모두의 책임을 이야기한다”며 “제가 무엇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관객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의미를 찾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의식해 작품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기준을 분명히 했다. 톰 크루즈는 “오스카나 수상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이라는 점”이라며 “저는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 관객들이 영화를 본 뒤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것이 제가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냐리투 감독을 향한 신뢰도 거듭 드러냈다. 톰 크루즈는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코세이지 등 자신이 함께한 거장들을 언급하며 “타이밍과 리듬을 이해하고 이런 규모와 톤의 작품을 통제하면서도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한 사람이 만든 작품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었다는 점이 아름다웠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끝으로 톰 크루즈는 “한국 관객들이 ‘디거’를 어떻게 보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정말 궁금하다. 이 영화를 한국 관객들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인사를 전했다. 10월 3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