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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동해 연안, ‘바닷속 잘피’로 되살린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9.29 08:22
수정 2026.09.2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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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OST, 잘피 활용 247억원 연구 착수

동해 연안 침식·수산자원 감소 대응

중·대수심 잘피 군락 조성 기술 개발

침식 우려·심각 구간 30% 감축 목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왕거머리말과 수거머리말 등 동해 고유 잘피를 활용한 연안 침식 및 수산자원 감소 대응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 연안 모래가 쓸려 나가고 수산자원까지 감소하는 가운데 바닷속 잘피를 활용해 연안 침식과 생태계 회복을 동시에 꾀하는 연구를 시작한다. 잘피가 파도 힘을 줄이고 모래를 붙잡는 동시에 물고기와 조개 서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 착안해 자연이 스스로 유지하는 ‘살아있는 연안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 이희승)은 ‘동해연안 자율형 블루인프라 구축 기술개발 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7년 국민체감 R&D 10선’에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사업에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247억1000만원을 투입한다.


KIOST에 따르면 동해 연안에서는 연안 침식과 생태계 기능 저하, 수산자원 감소가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동해 연안 가운데 60곳이 침식 ‘심각’ 또는 ‘우려’ 단계에 놓여 있다.


기존 대응이 구조물 설치와 단순 복원, 종묘 방류 등 개별 대응에 머물렀다면 이번 사업은 연안 안정화와 생태계 회복, 수산자원 부양을 함께 고려하는 자연기반 해법을 목표로 한다.


연구를 맡은 KIOST 동해연구소 동해환경연구센터 도종대 박사 연구팀은 왕거머리말과 수거머리말 등 동해 고유 잘피를 활용한 연안 침식 및 수산자원 감소 대응 기술을 개발한다.


이들 잘피는 수심 6~25m 깊은 바다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연구팀은 이 같은 중·대수심 잘피 군락을 활용해 ‘자율형 블루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자율형 블루인프라는 바닷속에 조성하는 일종의 자연형 연안 방어체계다. 잘피의 촘촘한 잎은 파도의 힘을 줄이고 뿌리는 모래를 붙잡아 유실을 막는다. 동시에 잎과 뿌리 사이에는 물고기와 조개가 알을 낳고 성장할 수 있는 서식 공간이 형성된다. 기존 방파제나 인공어초 같은 연안 구조물의 기능을 자연의 방식으로 보완하는 셈이다.


강릉 왕거머리말 서식지 모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는 2단계로 진행한다. 1단계는 2027년부터 2029년까지다. 연구팀은 잘피 서식지에 관측 장비를 설치해 파도 감소 효과와 모래 이동량을 측정하고 위성·드론·수중센서 등을 활용해 동해 지역의 잘피 분포 정보를 구축한다.


수집한 자료는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동해 잘피 분포 지도로 만들 예정이다. 잘피 서식지에 모여드는 물고기와 조개도 조사해 수산자원 증가 효과를 평가한다.


2단계는 2030년부터 2031년까지다. 1단계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동해 연안에 실증해역을 선정하고 잘피 서식지를 직접 조성한다. 이후 장기 관측을 통해 연안 침식 저감 효과와 생물다양성, 수산자원 증가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한다. 연구팀은 검증 결과를 해역 조건별 관리지침으로 정립해 동해안 다른 해역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2031년까지 잘피 서식지를 조성한 실증해역에서 침식이 우려되거나 심각한 구간을 현재보다 30% 줄이고 해양생물 다양성을 30%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도종대 박사는 “동해 고유 잘피는 파도의 힘을 줄여 모래를 지키며 수산자원까지 키우는 살아있는 연안 블루인프라”라며 “잘피가 조성된 뒤 스스로 자라 유지될 수 있어 관리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잘피가 흡수하는 탄소가 기후변화 대응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동해뿐 아니라 우리 연안 관리의 새로운 선택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IOST는 이번 연구를 통해 동해 환경에 적합한 잘피 조성·관리 기술을 확보하고, 향후 동해 연안 곳곳으로 잘피 서식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잘피 서식지가 확대되면 코끼리조개와 왕우럭조개 등 고부가 수산생물의 서식 공간 확보와 수산자원 회복뿐 아니라 탄소흡수원 확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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