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제철 美 8조 제철소 땅밑에…배수재만 7600㎞ [HPLS 대해부①]
입력 2026.09.23 10:35
수정 2026.09.23 10:35
축구장 약 490개 면적…美포젠 지반공사 수주
흙·모래 176만㎥ 투입해 무른 땅 다진다
기공식 7개월 전 착수…시험말뚝까지 시공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열린 HPLS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현대제철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짓는 8조원 규모 제철소의 땅밑에 총길이 7600㎞가 넘는 배수재가 들어간다. 미국 건설업체 포젠(Forgen)은 공식 기공식이 열리기 약 7개월 전부터 무른 땅을 다지는 작업에 착수했다.
23일 포젠과 현지 프로젝트 자료 등에 따르면 포젠은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의 리버플렉스 메가파크에 들어서는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HPLS)의 부지 조성과 지반개량 공사를 맡았다. 공사 구역은 약 349만㎡(106만평)로 축구장 약 49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HPLS 전체 부지 약 737만㎡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땅속 물 빼고 흙 쌓고…무른 지반 다지기
공사의 핵심은 땅속의 물을 빼내는 것이다. 배수재는 땅속의 물이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 주는 자재다. 물을 많이 머금은 무른 지반에 배수재를 설치하고 그 위에 흙을 쌓아 누르면 물이 배수재를 따라 빠져나오면서 땅이 점차 단단해진다. 지반이 충분히 단단해지지 않으면 무거운 제철설비를 세운 뒤 땅이 가라앉을 수 있다.
포젠은 수직·수평 배수재를 총 2500만 피트(약 7620㎞) 이상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동차로 약 10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여기에 약 138만㎥의 흙과 38만㎥의 모래를 투입한다. 빗물을 모아 관리하는 저류지를 만들기 위해 파낼 흙과 퇴적물도 약 153만㎥에 달한다.
포젠은 이 사업을 올해 2분기 주요 신규 수주 프로젝트로 소개했다. 구체적인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지 조성 작업은 이미 지난 2월 시작됐다.
실제 현장에서도 시설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HPLS가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지난 3월 철광석 저장장의 지반개량 작업을 시작했고 5월에는 냉연코일 야드에 배수재를 설치하고 시험말뚝도 시공했다. 시험말뚝은 본격적인 기초공사에 앞서 말뚝이 얼마나 무거운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6월에는 열연코일 야드에 모래층을 조성하고 냉연코일 야드에 흙을 쌓아 지반을 높이는 성토 작업을 진행했다. 8월에는 저류지를 파내고 철광석 저장장에도 흙을 쌓았다.
현지 지반조사 업체 유스티스 엔지니어링(Eustis Engineering)도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270곳 이상에서 지반조사를 실시하고 대형 원료저장시설에 적용할 지반개량 방식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제철소 건설을 위한 준비는 부지 밖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어센션 패리시는 대형 생산설비와 원료를 운반할 수 있도록 리버플렉스 산업단지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을 추진 중이다. 지난 22일에는 도로 인프라 관련 협약을 포함한 주요 문서 4건도 공개했다.
기공식은 열렸지만…본공사는 별개
부지 조성과 기반시설 확충이 진행되고 있지만 제철소 생산시설의 본공사는 별도의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HPLS는 지난 4일 공식 기공식을 열었으나 당시 루이지애나주 환경청(LDEQ)의 대기배출허가는 발급되지 않은 상태였다.
현지 언론 더 애드버킷(The Advocate)에 따르면 프로젝트 현지 대리인인 팀 존슨 TJC그룹 대표는 회사도 허가를 받기 전에는 실제 건설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된 배수재 설치와 시험말뚝 시공은 생산시설 건설에 앞서 지반을 다지는 준비 작업이다.
HPLS에는 직접환원철(DRI) 생산설비와 전기로를 비롯해 열연·냉연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은 연간 약 270만톤의 철강제품을 생산해 2029년 상업생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대규모 생산설비가 들어서기 전 약 106만평의 부지에 배수재를 설치하고 흙을 쌓는 지반공사가 먼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