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여론 잠잠해진 '장동혁 체제'…안정화인가, 무관심인가
입력 2026.09.23 07:00
수정 2026.09.23 07:03
지선 직후 분출되던 '사퇴론' 잠잠
"운이 좋다"…李정부 실책에 이슈 전환
비당권파 "국감으로 바쁜 탓…안정화 아냐"
당권파 측에선 대여 공세 '효능감' 영향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재명 정권 실정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잠잠해진 분위기다. 당 운영에 대해 일부 비토 여론은 여전하지만, 6·3 지방선거 전후로 사퇴론이 분출된 것을 감안하면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대표 취임 1주년을 기점으로 체제가 안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기국회로 지도부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장 대표는 이날을 기점으로 당대표직을 수행한 지 12개월 28일이 지났다. 지난달 26일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직후 한 달이 지났는데, 지도부에선 1주년을 기점으로 장동혁 체제가 안정화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장 대표는 올해 10월을 넘기면, 국민의힘 역대 당대표 중 최장 임기 기록인 이준석 전 대표의 14개월을 경신하게 된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 당시 장 대표 거취를 두고 당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신경전이 펼쳐졌는데, 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여기다 중앙윤리위원회 재가동에 따른 '징계 정치' 논란까지 휩싸이면서,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동혁 체제가 위기에서 벗어난 이유는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은 장 대표 입장에선 직면한 위기였지만, 본투표 당일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정국 이슈로 부상하면서 비당권파의 사퇴론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윤리위 '징계 정치'도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논란 속에서 출발했지만, 실제 설화가 발생하면서 윤리위 징계에 명분을 제공했다. 여러 상황이 장 대표 사퇴론에 힘을 빼는 결과로 이어지자, 당내 일부에선 "장 대표가 운이 좋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한 비당권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책임론 때문에 사퇴하게 될 것이라는 분위기였지만, 선관위가 문제를 일으킬 줄 누가 알았겠나"라면서 "최근엔 2차 개각 인사까지 문제가 터지면서 선거 패배 책임론은 이미 잊힌 것 같다. 앞으로 선거도 없다 보니 사고를 치지 않는 한 임기를 채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여당의 여러 실책도 장동혁 체제 안정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핵심인 서울시장을 뺏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 간 책임론 공방이 펼쳐졌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 국민이 저에게, 또는 이 정권에 주는 경고"라면서 사실상 친명계 손을 들어주면서 선거 직후 '당·청 갈등'은 정국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 밖에도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선관위 특검법, 22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등 현안이 잇달아 펼쳐지면서 사실상 장 대표 거취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더욱이 국회는 지난 1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00일간의 정기국회 국면에 돌입했다. 야당의 무대로 평가되는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일정이 촉박한 탓에 장동혁 체제에 대한 당내 관심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 비당권파 의원은 "장동혁 체제가 안정화됐다기보다는 의원들이 각자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국정감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면서 "정기국회 일정이 끝나는 연말에 다시 지도부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가 나올 수 있고, 장 대표가 취임 1주년 당시 제시한 쇄신안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다. 당권파 입장에선 안정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 역시 장 대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23대 총선 승리를 위해선 '내란 정당'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강경파인 장동혁 체제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조경태 의원은 22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역에 내려가거나 서울 시민을 만나 보면 하나같이 '장 대표 보기 싫다' '물러났으면 좋겠다' 등 얘기를 한다"면서 "장 대표만 물러나 주면 국민의힘은 상당히 희망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장 대표가 하루빨리 물러나는 것이 맞다. 지금처럼 당권을 유지해 다음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얄팍한 생각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당권파는 장동혁 체제가 안정화된 배경은 '당심'에 있다고 보고 있다. 올림픽공원 집회를 통한 선관위 특검법 관철을 비롯해 끊임없는 대여 공세로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당원의 요구를 충족해 '효능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부터 우선 견제해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체제 안정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장 대표는 소수 야당의 한계를 여론전으로 돌파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로 정부·여당 견제에 나서고 있다. 장 대표는 22일 국회 본청 앞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인사 참사를 비롯해 DMZ 지뢰 폭발 사고,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 대법관 재제청 요구, 부동산 문제 등 정부·여당의 실책을 부각했다. 지도부는 추석 민심이 '대여 공세 필요성'으로 무게가 실린다면 장외 집회를 추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지역 시민들을 만나면 정부·여당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 달라는 요구가 많은데, 장 대표가 국민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고 있기 때문에 효능감을 주고 있다고 본다"며 "결국 이재명 정부의 실책이 영향을 준 것인데, 당내에서도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니까 힘을 실어주는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