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김승원을 향한 미련을 버리시오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6.09.18 16:45
수정 2026.09.18 17:03
"연임할 생각 전혀 없다"→지지율 높을 땐 왜 말 못했나
"민생 악화, 위기 극복·성장 회복 시급했단 변명 않겠다"→그게 변명
"김승원 임명, 국민 눈높이 고려 결정"→시간 끌어도 눈높이 안 변해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본인의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며 추락하고, 아무 잘한 것 없는 제1야당의 지지율이 치솟는 상황이 많이 당황스러웠나 봅니다(실제로 당황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최대 현안이자 많은 국민의 의심을 샀던 ‘연임 의사’와 관련해서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확고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렇게 쉬운 걸 왜 여태 시원하게 말하지 않고 이리저리 말을 돌렸는지, 지지율이 높았을 때는 지금과 다른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제라도 논란의 여지를 없앴으니 다행입니다.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반성도 있었습니다. “경제지표는 개선된다는데 내 삶은 왜 바뀌지 않는가, ‘아니, 왜 더 나빠지는가’라는 물음에 더 적극적으로 답하지 못했다”면서 “위기 극복과 성장 회복이 더 시급했다, 민생 개선에도 최선을 다했다는 변명을 하기보다, 회복과 성장만큼 민생 개선에 더 집중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경제지표와 성장을 앞세워 변명하지 않겠단 얘긴 일종의 언어유희입니다. 약속에 늦은 친구가 “회사 일이 바빠 늦긴 했지만 구차하게 그걸로 변명하진 않을게”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결국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멱살 잡고 끌어올린 숫자를 핑계로 내걸고 민생이 좀 힘들어도 참아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지지율 급락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부동산 정책도 그동안의 기조에서 벗어나진 않을 생각인 것 같습니다. “모든 점을 보고 규제, 공급, 세제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조치를 할 것이므로 부동산 시장은 점차 안정될 것이다. 다만 그 틈새에서 전월세 입주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정책을 나름대로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불패 신화, 부동산 공화국을 벗어나는 게 이 정부의 중심 과제”, “분명히 말씀드리면 이 정부는 합니다”라는 등의 언급을 보면 시장과 싸우다 시장을 망쳐버린 어떤 전임자의 패착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무위원 후보자(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인사청문회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기자회견을 보며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김승원 리스크’를 확실히 털어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그의 인선과 관련해 “나름 최선의 인선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의 검증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 그리고 뜬금없는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여지를 남긴 것은 더 큰 밉상으로 찍혔던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2연타를 맞는 건 정무적 타격이 크다는 판단 때문인 듯합니다.
한편으론, 시간을 좀 더 끌면 여론이 잠잠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저변에 깔린 듯 합니다.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발언을 보면 그렇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지난 15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동훈 없이 결정타를 날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진 못했지만, 대신 김 후보자를 싸고돌며 청문회를 맹탕으로 만든 민주당 의원들이 오히려 반대 여론을 드높이는 역할을 해줬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김승원 인사청문회 증인·참고인을 단 한 명도 채택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부족한 공격력에 대한 변명거리를 던져줬습니다. 싸움판이 공정하지 않으면 관중은 패자를 응원하게 마련입니다.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격하게 공감하던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장은 17일 범여권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김 후보자 보고서 채택을 주도했습니다. 본인은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하고 흡족해했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붓는 일이었습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4~15일 실시한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자 임명 반대는 52.1%, 찬성은 25.1%였습니다. 반대가 찬성의 두 배를 넘는 이 여론조사는 청문회 당일까지 포함해 진행됐습니다.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딱히 잘한 게 없음에도 이 숫자가 나왔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의 유치한 전략이 상대편을 승자로 만들어줬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 생각이 있는 참모라면 ‘드러누워서라도’ 막아야 합니다. 가뜩이나 김 후보자는 ‘대통령의 퇴임 후 사법리스크 제거용’이라는 의심을 받는 인사입니다. “언제나 국민이 옳다”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 인사에 대해서만 국민의 뜻을 무시한다면 저의를 의심받게 됩니다.
국민의 눈높이는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심사숙고하다 결론을 내리든,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시간을 끌다 발표하든, 국민의 뜻에 맞지 않는 답을 내놓는다면 이전보다 더욱 당황스러운 상황을 맛볼 수 있습니다. 미련은 빨리 버릴수록 좋습니다.
ⓒ데일리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