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명에 ‘반포·마포·성동’…아파트도 ‘지역 브랜드’ 경쟁
입력 2026.09.21 07:30
수정 2026.09.21 07:30
반포주공124주구 후보 6개 중 5개에 ‘반포’
마포·성동도 지역명 전면에…입지·상징성 강조
시공사 협의·구청 허가 필요…갈등 사례도
2026년 6월 24일 서울 반포동 디에이치 클래스트 단지 전경.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반포·마포·성동’ 등 지역명을 단지명에 전면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건설사 브랜드 못지않게 지역 자체의 상징성과 인지도가 중요해지면서 조합과 입주민 사이에서도 단지명에 선호 지역명을 반영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은 오는 10월9일 총회를 열고 단지명 변경을 추진한다. 오는 11월 일반분양을 앞두고 단지명을 확정하기 위해서다.
아파트 단지명 후보는 기존 명칭인 ‘디에이치 반포 클래스트’를 비롯해 ▲디에이치 반포 124 ▲디에이치 반포 한강 ▲디에이치 반포 리버 ▲디에이치 반포 클래식 ▲디에이치 클레오스 등 6개다. 기존 단지명과 조합원 응모작,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제안한 이름이 포함됐다.
단지명 변경은 조합원 다수 의사에 따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주거지로 자리 잡은 ‘반포’라는 지역명을 단지 이름에 넣어 입지와 상징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다.
선호 지역명을 단지명에 반영하는 사례는 서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는 2023년 ‘마포그랑자이’로 이름을 바꿨고 아현동 ‘아현래미안푸르지오’도 ‘마포래미안푸르지오’로 변경했다.
성동구에서 내년 준공 예정인 ‘청계리버뷰자이’가 조합원과 일반분양자 의사에 따라 ‘성동자이리버뷰’로 이름을 바꿨다.
이처럼 지역명을 단지명에 반영하는 것은 높아진 지역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단지의 입지와 상징성을 강조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으로 대단지가 들어서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명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단지명 혼선을 막기 위해 바꾸는 곳도 있다.
마포구 래미안공덕5차도 단지 이름 변경을 위해 소유주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공덕5차래미안, 공덕래미안5차 등 여러 이름이 혼용되고 있어 이를 통일하기 위해서다. 단지명 변경 후보에는 모두 지역명인 ‘마포’가 포함됐다.
건설사 브랜드가 포함된 단지명을 변경하려면 해당 건설사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디에이치', '자이', '래미안' 등 브랜드 상표권을 건설사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자체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서울시가 2024년 발간한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에 따르면 단지명 변경을 위해서는 대표회의 의결과 주민 선호도 조사, 건설사 협의 등을 거쳐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은 뒤 등기·주민등록 등 관련 공부를 변경하는 절차를 밟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를 제안할 때부터 브랜드 변경과 관련해 회사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모든 변경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건설사가 조합·입주민과 원만한 수준에서 협의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지명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있다. 지역명을 단지명에 반영하려는 조합과 자체 브랜드 작명 기준을 적용하려는 시공사 사이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경우다.
경기 광명11구역 조합은 지난해 6월 총회를 열고 단지명을 ‘힐스테이트 광명’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지역명+서브네임’이라는 브랜드 작성 기준을 이유로 해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며 맞섰다.
ⓒ연합뉴스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난해 11월 일반분양 당시에도 ‘힐스테이트 광명11’이라는 가칭을 사용했다.
지자체에서도 무리한 단지명 변경을 지양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양천구의 한 아파트가 실제 행정구역상 목동이 아님에도 단지명에 선호 지역명인 ‘목동’을 넣으려다 변경 신청이 거부된 바 있다.
선호도가 높은 ‘목동’ 명칭이 인근 아파트 이름에 무분별하게 사용되면 일반인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 단지들이 선호 지역명을 단지명에 넣으려는 것은 단지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단지의 인지도를 높이고 아파트 시세 등 가치가 제고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