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변기에, 혈액은 개수대…성형외과 의료폐기물, 누가 처벌받나 [법조계에 물어보니 749]
입력 2026.09.04 16:43
수정 2026.09.04 16:43
인체 지방·폐혈액 변기·개수대 불법 배출…성형외과·피부과 25곳 적발
직접 처리한 직원부터 지시자까지 형사책임…병원 대표 관리책임도 쟁점
법조계 "형사처벌 별개 기관 행정제재 가능…의료폐기물 관리 강화 필요"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지방흡입과 성형수술 과정에서 나온 인체 지방과 폐혈액을 개수대와 화장실 변기에 버리는 등 의료폐기물 처리 기준을 위반한 서울 성형외과·피부과 25곳이 적발됐다. 관계자 25명은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과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25곳에서 의료폐기물 관련 위반 행위 36건을 적발해 관계자들을 송치했다.
의료폐기물은 혈액과 체액, 주삿바늘 등 인체에 감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폐기물을 말한다. 특히 지방흡입이나 성형수술 과정에서 나오는 인체 지방과 폐혈액 등 조직물류폐기물은 부패와 감염 우려가 있어 별도의 전용 용기에 담아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관·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병원은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인체 지방과 폐혈액 등을 개수대와 화장실 변기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물류폐기물을 다른 의료폐기물과 섞어 상온에 보관하거나, 보관 기간을 넘겨 수개월 동안 방치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미 사용한 전용 용기를 다시 사용하거나 용기 사용 개시일을 기재하지 않은 병원도 있었다. 서울시는 불법 배출 2건, 보관 기준 위반 24건, 전용 용기 사용 기준 위반 10건을 확인했다.
의료폐기물 처리 기준을 위반하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실제 형사절차에서는 같은 법 위반 혐의라도 어떤 행위를 했는지와 누가 이를 지시하거나 관리했는지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지퍼팩에 담긴 폐지방. ⓒ서울시
특히 병원 내부에서 의료폐기물이 발생하고 처리되는 과정에는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폐기물 담당자와 병원 관리자 등이 관여할 수 있다. 실제 지방이나 혈액을 변기 또는 개수대에 버린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해당 행위가 병원 내부의 지시나 관행에 따른 것인지까지 수사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직접 폐기물을 처리한 직원 외에 의료기관 대표자나 관리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직원 개인의 일탈로 이뤄진 행위와 병원 내부의 지시 또는 관행에 따라 반복적으로 발생한 위반은 책임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일부 의사와 간호사가 의료폐기물 처리 기준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관련 기준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했고, 의료기관의 대표자나 책임자가 위반 사실을 지시하거나 인식·방치했는지가 수사와 재판에서 주요 판단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동찬 의료법 전문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의료폐기물을 직접 불법 처리한 사람뿐 아니라 이를 지시한 사람이 있다면 함께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며 "대표자가 직접 지시하거나 위반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형사책임과는 별개로 의료기관의 관리·감독 책임에 따른 행정제재가 문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폐기물의 보관과 처리 기준은 이미 상당 부분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는 만큼 단순히 규정을 새로 만드는 문제보다 관리·감독과 제재가 실효성 있게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