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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지귀연 부장판사 기소…"주점 입장 후 택시 탑승까지 4~5시간"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6.09.04 11:17
수정 2026.09.0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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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예약제 주점서 변호사들에게 409만원 상당 접대받은 혐의

"한두 잔 마시고 이석" 대법원 감사 당시 소명과 배치

2024년 술자리는 1인당 100만원 미만…과태료 대상 판단

공수처 "관련범죄만 기소한 첫 사례"…변호사들 처분도 검토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사진공동취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변호사들에게 409만원 상당의 주점 비용을 결제하게 하고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향응을 받은 혐의로 지귀연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4일 지 부장판사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지 부장판사의 소속 기관에 수사 결과도 통보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지 부장판사는 지난 2023년 8월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예약제 주점에서 변호사 B씨와 C씨에게 409만원 상당을 결제하도록 해 한 차례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당시 주점에 들어간 뒤 택시에 승차하기까지 약 4∼5시간이 지난 것으로 파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택시 승차 기록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확인한 결과 주점 입장 이후 4∼5시간 정도 공백이 있었다"며 "정확한 음주량 자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 부장판사가 지난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조사에서 술을 한두 잔 마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떠났다고 소명한 내용과 배치되는 결과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공소사실에 포함된 결제 금액 전체를 확보하지 못했고, 강제수사권이 없어 당사자 진술에 의존해 조사한 것으로 안다"며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의 기존 소명이 수사 결과와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2023년 술자리에 지 부장판사와 변호사 2명 등 총 3명이 참석했고, 전체 비용 409만원을 참석자 수로 나누더라도 지 부장판사가 받은 향응이 1회 100만원을 넘는다고 판단했다. 술값 일부는 자리가 자정을 넘기면서 다음 날 결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 부장판사는 공수처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술에 취해 잠이 들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오랫동안 동석한 것 같지는 않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재판에서는 접대 비용을 변호사별로 나눠 청탁금지법상 수수액을 각각 산정해야 하는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수처는 두 변호사가 현직 고위공직자를 접대한다는 공동의 의사로 비용을 나눠 냈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향응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데일리안 DB

공수처 관계자는 "3명이 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셨고 민간인 변호사 2명이 현직 고위공직자를 접대한다는 의사로 돈을 나눠 냈다고 판단했다"며 "술자리의 특수성과 접대받는 자리라는 점을 고려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9월쯤 가진 술자리에는 지 부장판사 등 5명이 참석했고 총 416만원가량이 결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전체 금액을 참석자 5명으로 나누면 1인당 수수액이 100만원에 미치지 않아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보고 해당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다.


뇌물수수 혐의도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향응을 제공한 사람들이 지 부장판사와 직무 관련성이 있는 변호사라는 점을 고려해 재판 편의 제공 청탁 등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그러나 해당 변호사들이 지 부장판사 소속 재판부에서 사건을 수임한 내역이 없는 등 막연하고 추상적인 기대감만으로는 대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가 2013년쯤 수원지법 민사합의부에서 근무할 당시 변호사 B씨가 수임한 1심 패소 사건의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선고한 사례도 확인됐다. 다만 공수처는 해당 판결과 접대 시점 사이에 약 10년의 차이가 나고 사건의 소가 등을 고려하면 과거 직무에 대한 대가로도 보기 부족하다고 봤다.


공수처는 지난해 5월 고발장을 접수한 뒤 국회의원실에서 관련 자료 일부를 확보하고 통신·택시 호출·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제보자·관련자 진술 등을 수집했다. 일부 영장이 기각되자 주점 업주 등 참고인들로부터 금융거래와 방문·결제 자료를 임의로 제출받았다.


공수처는 변호사 B씨의 해당 주점 결제 내역 6건 가운데 지 부장판사의 택시 이용 동선과 일치하는 2건을 확인해 같은 사람들이 주점에 모인 횟수를 두 차례로 특정했다. 이후 올해 4∼6월 지 부장판사와 향응 공여자 등을 소환 조사했다.


공수처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으로 지 부장판사를 기소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지난 7월 수사심의위원회도 개최했다. 청탁금지법 위반은 그 자체로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공수처는 뇌물수수 혐의와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비롯된 '관련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함께 고발됐고, 대가성이 있으면 뇌물수수, 대가성이 없으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 동일한 행위"라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관련 문제가 논의됐고 이후에 논의 과정을 거쳐서 기소를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가 아닌 관련범죄만을 적용해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향응을 제공한 변호사들에 대해서는 공수처에 직접 수사권이 없다고 보고 다른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하는 방안 등 처분 방향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향후 공소 유지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 부장판사 변호인 측은 입장문을 통해 "(지 부장판사는) 두 후배와의 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바로 이석했을 뿐"이라며 "최근 10년간 직무와 관련된 업무를 한 적이 없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도 전혀 없는 자리였고, 이는 공수처 수사결과에서도 명백히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공수처 주장대로 끝까지 모임에 남아 있었다 하더라도, 동일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액수가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법리적으로 청탁금지법 위반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며 "모임 비용은 두 후배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각자 계산한 것인데, 두 사람을 하나의 동일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법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무리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공수처의 무리한 사실인정 및 법률적용에 대해 당혹감을 금할 수 없으며 매우 유감"이라며 "앞으로의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하면서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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