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도시→1조 청정에너지 수도’ 이상호 태백시장 백년대계 닻 올렸다
입력 2026.09.01 13:40
수정 2026.09.01 13:40
태백시, 청정메탄올 산업 육성 위해 다자간 업무협약
‘1조원대 국책사업’과 연결, 석탄 도시 이미지 탈피
태백시는 지난 26일 서울에서 에코메탄올, 현대코퍼레이션, 글로벌 해운선사 발레니우스 빌헬름센(Wallenius Wilhelmsen), 유코카캐리어스와 함께 ‘태백시 청정메탄올 산업 육성 및 생산-물류-수요 생태계 구축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 태백시
대한민국 산업화의 젖줄이었던 ‘석탄 도시’ 강원도 태백시가 과거의 유산을 넘어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래 청정에너지 수도’로 탈바꿈한다.
특히 청정메탄올 사업이 단순 생산시설 구축을 넘어 글로벌 해운·물류기업과 실제 수요처까지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 구축 단계로 진입하면서 태백의 미래 먹거리 구상에도 한층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태백시는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에코메탄올, 현대코퍼레이션, 글로벌 해운선사 발레니우스 빌헬름센(WW), 유코카캐리어스와 ‘태백시 청정메탄올 산업 육성 및 생산-물류-수요 생태계 구축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생산기업 하나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태백에서 청정메탄올을 생산하고, 이를 글로벌 해운·물류망과 연결한 뒤 실제 친환경 선박연료 수요까지 확보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즉, 생산부터 유통·물류, 수요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겠다는 것이다.
협약에 따라 에코메탄올은 태백에 청정메탄올 생산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WW와 유코카캐리어스는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를 활용한 청정 선박연료 벙커링 및 해상 물류망 구축에 협력하고, 현대코퍼레이션은 친환경 물류 생태계 전환과 국산 청정연료 도입을 검토한다.
태백시는 사업부지 확보와 인허가, 정부 협의 등 행정 지원을 맡는다.
이번 협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태백이 추진해온 ‘1조원대 국책사업’ 구상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도 태백을 ‘청정에너지로 도약하는 탄소중립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청정메탄올 생산을 태백경제진흥개발의 핵심 사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총 3540억원 규모의 청정메탄올 생산사업을 통해 2029년 시운전을 거쳐 2030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고, 초기 생산량 2만2000t을 시작으로 민간기업 추가 유치를 통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청정메탄올 특구 지정까지 추진해 기업 유치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이번 MOU를 통해 생산 이후의 판로와 물류까지 연결할 수 있는 협력 기반을 확보하면서 사업의 성격도 한 단계 진전됐다.
이상호 태백시장. ⓒ 태백시
태백 입장에서도 생산시설 하나가 들어서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생산시설이 들어서면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발생하지만, 원료 조달부터 생산, 저장, 운송, 선박연료 공급, 관련 기업 유치 등 전후방 산업이 함께 움직이면 지역에 장기적인 산업 기반이 남는다.
이상호 시장이 청정메탄올을 단순한 대체산업이 아닌 태백의 미래산업으로 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백은 과거 석탄산업에 지역경제 상당 부분을 의존했지만 국가 정책에 따른 장성광업소 조기 폐광으로 산업 전환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맞았다. 실제 태백은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인구 감소와 산업 쇠퇴를 동시에 겪어온 대표적인 폐광도시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안착시키느냐가 지역의 생존과 직결된다.
태백시는 청정메탄올과 함께 6475억원 규모의 태백URL(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경석 자원화, 산림목재 클러스터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태백URL은 시 개청 이래 최대 규모 단일 사업으로, 지상시설은 2030년, 지하시설은 2032년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백시는 연구시설과 함께 컨벤션센터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연구산업 중심의 글로벌 도시로 확장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산림목재 클러스터 역시 청정메탄올과 연결된다. 목재 부산물 등을 활용해 청정메탄올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석 자원화 사업까지 더해지면 과거 석탄산업에서 발생했던 자원을 새로운 산업자원으로 전환하는 또 다른 대체산업 모델도 가능해진다.
결국 태백의 산업 전환은 하나의 사업이 아니라 여러 축이 맞물리는 형태다. 청정메탄올이 에너지 산업의 축이라면 태백URL은 연구산업, 산림목재는 자원산업, 경석 자원화는 폐광지역 자원 활용 산업으로 역할을 나눌 수 있다.
교통망 확충도 빼놓을 수 없다. 이상호 시장은 태백선 직선화와 태백IC 교통망 구축을 단순한 SOC 사업이 아닌 미래산업을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있다. 영월~삼척 고속도로와 태백 접근 교통망이 개선될 경우 기업 유치와 물류 경쟁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상호 시장은 이번 협약을 두고 “태백이 석탄의 시대를 넘어 청정에너지의 시대로 나아가는 역사적 변곡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산 기술과 수요, 물류 인프라를 모두 갖춘 민간 기업들이 태백의 가능성을 믿고 뜻을 함께해 준 만큼, 태백시가 앞장서서 이 사업을 대한민국 ‘정의로운 석탄산업 전환’의 첫 성공 모델로 반드시 완성해 내겠다”고 밝혔다.
폐광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태백이 이제 ‘석탄의 도시’라는 과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와 연구산업의 도시’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