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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보다 먼저 공소기각 다툰다…형소법 개정으로 달라지는 재판 풍경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8.05 15:48
수정 2026.08.05 15:49

형사소송법 개정, 공소기각 사유 확대…위법수사 여부 절차적 판단 이어질 전망

법조계 "피고인 측 변호인들 '블루오션' 열려…공소기각 적극 주장 사례 늘 가능성"

"과거 위법수집증거 문제 증거능력 배제 다퉜지만…이제 공소 자체 기각 주장 가능"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공소기각 사유가 확대되면서 앞으로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유무죄를 다투기에 앞서 공소 자체가 적법한지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에는 위법수사 여부가 주로 증거능력 판단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공소기각이라는 절차적 판단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재판 진행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공소기각 사유에 '중대한 위법수사를 근거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 측은 본안 심리에 앞서 공소 자체의 적법성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형사재판에서는 수사 과정의 위법성이 문제 되더라도 해당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가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하면 해당 증거만 배제한 뒤 나머지 증거를 토대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같은 위법수사라도 증거배제에 그칠 사안인지, 공소 자체를 기각해야 할 정도인지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 사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 입장에서도 본안 심리에 앞서 절차적 쟁점을 먼저 심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대한 위법수사'와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인 만큼 사건마다 변호인과 검찰의 해석이 첨예하게 맞설 가능성이 크다. 동일한 유형의 사건에서도 어느 정도를 공소기각 사유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기 전까지는 법원별 판단이 엇갈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원ⓒ데일리안DB

공소기각은 유무죄를 판단하는 본안 판결과 달리 절차적 판단이다. 만약 1심이 공소기각을 선고했지만 상급심이 이를 뒤집으면 사건은 다시 본안 심리를 거쳐야 한다. 이미 상당한 심리가 진행된 사건도 다시 재판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있어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인이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을 중심으로 공소기각 주장이 새로운 방어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공소제기의 적법성을 방어해야 하고, 변호인은 공소기각을 우선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형사재판의 무게중심이 유무죄 판단에서 절차적 공방으로 일부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공소기각 사유가 법률에 명시되면서 피고인 측 변호인들에게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열린 셈"이라며 "앞으로는 과거보다 공소기각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위법수집증거 문제를 증거능력 배제 차원에서 다투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공소 자체를 기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가능해졌다"며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본안 심리보다 절차적 공방에 더 많은 시간과 역량이 투입되는 사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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